오스만과 헝가리의 싸움이지만 크게 보면 이슬람의 세력 확장에 맞선 기독교 세력의 보루였던 성인지라 의미로 보면 대단하지만 구경거리는 사실 별로여서 흥미를 잃고 그늘에 앉아서 쉬노라니 대단하지 않으면 아래 경치라도 시원하게 보여 주던지 영 아쉬웠다.
그런데 내가 가 보지 않은 쪽으로 가기도 하고 오기도 하는 모습에 마음이 동해서 가 보니 그곳이 관전 포인트.
이 첨탑 아래였다.
문이 열려 있어서 가보니 뭔 귀신 장난하는 곳인지 분위기가 심난해 얼른 내려왔다고.
이 풍경이 성을 입장료 내고 들어와 얻은 최대의 수확이다.
조그만 소도시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려 괜히 온 것은 아니네.
성 아래 바늘처럼 솟은 첨탑 하나.
미나렛이다.
오스만 점령 시절 저 자리에 자미가 있었는데 그 세력이 물러 가자 다 부수고 그걸 기억에 남기고자 하나를 저렇게 세워 놓았단다.
투르키에에서는 그리스 정교회 건물이 자미로 바뀐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리더니 여기서는 저 미나렛을 보니 좀 애처로워 보인다.
친구를 모두 잃고 혼자만 볼모로 잡혀 있는 모습 같아서리.
성에서 내려와 일단 미나렛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나렛이 있는 곳은 조그만 광장이었다.
돈을 내면 올라갈 수도 있는 모양이다만 괜히 돈 내고 고생할 필요는 없어서 그만두었다.
경치는 성위에서 많이 봤다 아이가.
오스만 군대와 싸우는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인가 보다.
투르키에는 사실 이때만 물러 섰지 결국은 이 동네의 패자였다.
물론 나중에는 중환자 취급을 받는 물컹 제국이 되었지만 말이다.
제국의 역사도 결국은 흥망성쇠의 역사이다.
광장에 서있는 도보 이스타반 동상.
이 광장의 이름도 도보 이스타반 광장이다.
날이 뜨거운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관광객이 얼마 없는 듯 광장이 허전했다.
우리도 한쪽 구석 그늘에 앉아 쉼을 하고 있었다.
이 동네 와서 비싼 물가에 놀라 아무 데도 마음대로 못 가는 쫄보가 되었다.
투르키에는 잊으려 해도 잊을 수가 없다.
거기 물가는 잊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네.
이래서 여기를 먼저 온 다음 투르키에을 갔어야 했거늘.
바로 앞에 엄청난 교회가 있었다.
이 동네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명소 중 한 곳이다.
파도바의 안토니오 교회.
파도바는 이탈리아의 소도시 이름인데 여기 교회에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문이 의외로 작아서 안에 뭐 대단한 게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언제 다시 오랴 싶어서 가보았는데.
와 대단했다.
역시 사진으로는 그 감동이 전해 오지 않는다.
이런 화려한 교회로 말미암아 개혁 운동이 시작되고 개신교가 생겨나는 배경이 되었지만 어쨌든 대단한 건 대단한 것이다.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이 신부님을 여기서 만났다.
막시밀리안 콜베.
리더스 다이제스트이던가 어떤 책에서 읽고 감동을 받았던 바로 그분.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은 없음을 스스로 사람들에게 전한 분이다.
이 분을 모르는 사람은 검색을 해 보면 이 분이 어떻게 자신의 몸으로 사랑을 실천했는지 알게 된다.
아 막시밀리안 콜베.
성직자가 된 우리 아들도 이런 분의 사랑을 본받아 실천하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내부의 의자도 완전 골동품 수준이었다.
몇 백 년은 되었을.
일일이 조각하여 만든 의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을까?
천장에 그려진 성화도 대단하다.
가볍게 터치를 해서 무겁게 다가오지 않는다.
아 대단한 교회를 만났다.
에게르 성에서 받지 못한 감동을 이 교회에서 받는다.
사도 요한 교회도 추천된 곳인데 동선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라 가질 않았다.
나중에 찾아보니 요즘 공사 중이라 개방을 안 한다고.
이건 잘했네.
역으로 돌아올 때도 구시가지로 갈 때와 같이 공원을 거쳤다.
여기서 한참을 쉬었는데 테마 세계기행 에게르 편을 미리 보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있던 곳이다.
바로 옆에 온천장이 있었던 걸 그때는 미처 몰랐었다.
이래저래 아쉬움을 남긴 에게르,
누가 갈 일이 있으면 미리 이곳에 대해 조사를 하고 가시라.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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