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여행 2022

[에게르] 기독교 세력의 보루였던 곳으로

정안군 2022. 6. 23. 04:00

에게르(Eger)는 부다페스트에서 북동쪽으로 대략 130 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조용한 작은 도시이다.

1552년 오스만 제국의 군대의 공격으로 포위되었던 요새가 있는 곳으로 온천과 포도주로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갔다 와서 드는 생각.

미리 세계 테마 기행 에게르 편을 보고 갈걸.

포도주와 온천은 별 관심이 없으나 막강 오스만 군대를 막아낸 성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기차는 부다페스트 동역(Keleti)에서 매 시간 출발을 한다.

역에 가는 도중 만난 거리 음악가들의 바이올린 솜씨는 대단했다.

거리에서 듣는 바이올린 연주의 마이웨이라니.

우리나라에서 저 정도면 마스터 급일 텐데 이 나라에서는 거리 음악가라.

거리에 오줌을 싸는 강아지들의 솜씨도 대단하지만 거리 음악가의 실력도 대단했다.

 

표를 사는 카운터는 줄이 오늘도 꽤 길었다.

바로 옆에는 판매기가 있어서 거기서 쉽게 살 수 있는데 왜 줄을 서서 기다리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 일.

 

대형 전광판에 출발하는 홈이 잘 나타나 기차를 찾을 때 어려움은 없다.

우리가 갈 에게르는 1번 홈.

 

바로 이 기차이다.

외관도 깨끗하고 내부도 화려하진 않으나 편안했다.

처음 기계로 표를 살 때 좌석 번호가 없어 당황했으니 막상 타보니 그냥 편하게 아무 곳이나 앉아 가는 시스템이었다.

사람도 적당히 많아 자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대략 편도 요금이 만 원이 조금 못 되는 정도이다.

 

조금씩 숲이 우거진 구릉 지대도 있으나 대부분 이런 평야를 지난다.

수확을 기다리는 밀과 막 꽃을 피기 시작한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꽃이 만발하는 시기를 맞추면 정말 장관이겠더라.

아무튼 들판을 보니 식량 걱정은 안 해도 되는 나라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풍경도 계속 이어지면 지루해 지기 마련.

이런 경치가 계속 이어지니 좀 지루하기 하더라.

가끔씩 나타나는 마을은 아주 숲 속에 푹 잠겨 있었고 중심에는 당연히 예배당이.

 

정시에 출발한 기차는 정시에 역에 도착을 했다.

Vasutallomas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역이란다.

투르키에도 역은 모두 베이지 색이었는데 여기도 그런 색이다.

 

역에서 구 시가지까지 조금 거리가 있어 버스를 타려다 날이 덥지 않고 워낙 좋아 걷기로 했다.

그러나 중간에 만난 공원.

넓은 공간에 울창한 나무들.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참 여유로워 보였다.

참 예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은데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 나름의 고민들이 있겠지.

 

미리 방문한 사람들이 이곳의 관광 포인트 몇 곳을 소개했는데 우리는 우선 더 더워지기 전에 성을 먼저 가 보기로 했다.

 

10여 분 걸어 성이 보이는 곳에 도착을 했다.

지도에서 보면 제법 걸어야 될 것 같은데 막상 걸어 보면 도시가 예쁘고 샛길도 있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무튼 그 막강한 오스만 군대를 막아낸 성이 바로 저 성이란 말이지.

 

그러나 구경도 밥 먹고부터.

아내는 이 건물에 있는 디저트 전문 식당을 가자고 했으나 미리 뭔가를 보고 온 나는 다른 곳을 주장했다는 설이 있는데.

 

바로 이곳이다.

성 입구에서 불과 몇 백 걸음 안에 있는 레스토랑.

유명세를 타는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내부는 뭐라고 할까 아메리칸 스타일이 섞였다고나 할까 고전적인 것도 아니고 그리고 완전 아메리카 스타일도 아니고.

아무렴 어떠랴.

맛만 있으면 되지.

이곳은 팬케이크 전문집이라는 소개가 있었는데 그답게 여러 가지의 종류가 있었다.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이 하나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몰랐다는 것.

아내는 치즈에 초콜릿 나는 치즈에 딸기를 시켰는데.

잠시 후 이렇게 두 접시가 나왔다.

 

우선 크기에 놀랐고 팬케이크의 배가 너무 불룩한 것에 놀랐다.

이걸 다 어떻게 먹지?

그래도 먹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이번 여행에 나서서 처음 맛보는 처절한 맛이었다.

헝가리에 와서 처음 사 먹은 음식이 중국집 요리 그리고 이 팬케이크인데 아무래도 헝가리에서는 뭘 사 먹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를 이 팬케이크를 만나면서 새삼스럽게 다시 하게 되었다.

아이고 돈 아까워라.

(물론 생크림과 치즈를 싫어하는 내 개인 의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