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운남 2001 여행

하구에서 - 2

정안군 2005. 4. 12. 09:00

<南溪에서 만난 야오 여인>

 

1월 12 일 금요일

모처럼 편안한 잠자리라서 느지막이 일어났다...

 

그런데 침대에 빈대가 있었나 손목이 가려웠던 기억이 있다...

 

작년 카오산의 싸와디 스마일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한밤중에 빈대와의 소동이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잠 속에서도 고민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아침 식사는 부담 없이 쌀국수를 먹기로 한다...

 

맛있게 국물까지 뚝딱... 오매 싸고 맛있는 거 ^.^  

 

아침만 되면 베트남사람들이 모여들어 북적거리다가 점심때만 지나면 한산해지고 저녁에는 구이집들이 생기는 골목이다...

 

베트남 남자들은 월맹군 철모를 쓰고 오고 여자는 베트콩 모자나 털 빵모자(앞에는 한글로 한국이라고 쓰여있음)를 쓰고 나타난다...

 

시장골목에서 탱자처럼 생긴 것 1원에 2개를 받아 하나를 반을 갈라 먹어보니 우리나라 회집에서 회 먹을 때 뿌리는 레몬맛이다...

 

아이고 시어라....

 

시내를 한바퀴돌고 (나중에 보니 광장 공원 지나서도 이쪽만 한 도시가 있었다) 箇舊(개구) 가는 버스 시간을 본다...

 

오늘은 이곳에서 더 쉬기로 했지만 내일의 목적지로는 아무래도 금평(金平)쪽은 너무 이른 시간 출발이어서 포기하고 개구 쪽으로 마음을 잡았는데 9 시 30 분 차가 적당할 것 같다...

 

오늘도 여기서 한 시간 거리의 마을에 가보기로 한다..(육고에서 재미를 붙였거든 ^.^)

 

막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타 10 원을 주고 요만큼 태워 달라고 하니 도대체 이해를 못 한다...

 

검표원이 올라오길래 볼펜을 달래서 10 元 以內 近所라고 손바닥에 적어 보여주니 막 웃으면서 그 10원을 운전기사에게 주며 난시라고 한다...

 

南溪라는 곳에 가는 버스들이 많이 있어 그곳을 가볼까 했는데 그곳을 난시라고 하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거려주니 기사가 웃으며 좋아한다..

 

돈이 좀 남는 모양인데 돌려줄 생각은 안 하고 출발한다....

 

도시를 빠져나가니 역시 첩첩산중이다...

 

고개를 넘고 유난히 많은 바나나 농장을 지나니 계곡을 사이에 두고 왼쪽은 철길, 오른쪽은 도로이다...

 

상태는 좋질 않으나 아스팔트 포장인데 길이 좁아 차들이 교행 할 때에는 아찔한 때도 있다.... 오토바이, 자전거를 피하며 추월하는 것을 보면 운전 기술들이 보통이 아닌듯하다... -_-  

 

조그만 마을 하나를 지나 다리 건너 더 가더니 좀 전의 마을보다 좀 더 큰 마을에 도착하는데 입구에 南溪鎭이라고 쓰여있다...

 

오늘의 목적지이다...

 

정류장 앞에 시장이 있어 들어가 보니 다른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이다...

 

한 바퀴 둘러보고 물가에 가서 놀려고 길을 찾으니 내려갈 길을 찾을 수가 없다...

 

물빛이 곱고 아름다워 물가에서 놀면 좋겠더구먼....

 

조그만 마을이라서 돌아볼 곳도 없다...

 

한 곳에는 혼인 잔치가 있는 듯 상차림이 있는데 상마다 닭 한 마리(닭대가리 포함), 볶은밥, 오이 썰어놓은 것, 고기 볶음들이 일률적으로 놓여 있어 사진 한방 찍어준다...

 

시장 입구에 오니 西藏 특색이라고 쓴 종이를 붙인 마차가 꼬치구이를 팔고 있는데 장사꾼의 얼굴에는 어딘가 아리안족의 틀이 남아있는 듯하다....

 

빵떡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회족인 듯.....

 

하여튼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곳 운남성 곳곳에 없는 곳이 없다....  

 

하긴 통해(通海) 근처에는 쿠빌라이 칸을 따라온 몽골족들의 후손이 남아 있어 쭉 째진 눈매와 칭기즈칸, 쿠빌라이 칸 등을 기리는 신앙을 오늘날까지 보여주고 있다고 하니....

 

역사 속의 질긴 모습을 여러 곳에서 볼 수가 있다....

 

이곳은 행정지명이 하구 야오족 자치현이다....

 

아마 야오족인듯한 여자가 그들의 분홍빛 민속 의상을 입고 있어서 사진을 또 찰칵....  

 

한마디로 징그럽게 못 사는 티가 난다....

 

결국 세월이 가면서 엄청난 수의 한족과 이들의 자금력 앞에 이 소수 민족의 모습은 사라질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벌써 말들을 잃어버린 소수 민족들이 많은 모양인데 말과 그들이 의상이 없어지면 만주족처럼 중국을 지배했든 변방에 살았든 이름만 남기는 신세가 되지 않을까?  

 

버스를 타는 것이 만만하질 않아 택시를 잡고 물어보니 1 사람당 5 원이란다...

 

올 때랑 같은 값이니 안 탈 이유가 없다....

 

중형 택시라서 안도 비교적 편안한데 정신없이 달리더니 호텔 앞까지 데려다준다...

 

오후 시간에는 과일에 대하여 하나 더 연구해 보기로 한다...

 

주먹만 하고 핑크빛 과일을 사서 먹기로 한다... 하나에 5 원.... 제법 비싼 값이다...

 

4 등분하여 한 조각 집어 먹어보니 으름 맛 비슷하고..  

 

과육에 검정 점 같은 것이 쫙 박혀있는데 기가 막힐 맛은 아니다....

 

돈 아까와 다 먹기는 하지만 다시는 사 먹지 말아야지....

 

호텔을 들락거릴 때마다 호텔 보이가 문을 열어주어서 신경이 꽤 쓰인다...

 

이거 배낭여행하는 주제에 너무 호강하는 것 아냐... ^.^  

 

호텔에 들어와 텔레비전을 켜니 서부 개발이라며 그동안 소외돼 왔던 중국 서쪽 지방을 본격적으로 개발한다는 의지가 나온다...

 

소수 민족, 티베트의 모습도 보이고....

 

어째 그들을 더 통제하기 쉽게 말을 가르치고 교통망을 좋게 하며 돈맛을 가르쳐 한족에게 동화시키려는 음흉한 계획은 아닌가 생각부터 든다...(너무 예민한 것일까?)  

 

땟국물 절절 흐르는 아이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학교의 모습이 나오는데 貢山이라고 쓰여있다...

 

내가 가려했던 그 변방 오지도 결국 이들의 손에 한족화 될 예정인 듯하다...

 

다른 곳은 배드민턴 경기의 모습이 나온다...

 

강소성 대표와 광동 삼성의 경기인데 광동성에 삼성전자가 진출해 있는 모양이다...

 

저녁은 호텔 식당에서 먹기로 한다...

 

중국음식점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 경양식집 같은 분위기이다...

 

향고유채와 철판 우육 그리고 콜라, 맥주와 밥을 시켰는데 여자 종업원이 옆에 서있다가 맥주가 떨어지면 와서 잔을 채워주고 (영... 어색하다) 하여튼 이 동네에서 최고급 식당인가 보다... 값은 10, 15, 콜라와 맥주 10, 밥 2 계 37 원이다..  37 원이라....

 

모처럼 무리했지만 우리나라 값으로 하면 짬뽕값이다..^.^  

 

슬슬 어제 재미 본 제비 구경을 가보기로 한다...

 

어제의 돼지 아줌마는 없고 노란 티를 입은 아가씨형 아줌마가 주름을 잡고 있다...

 

날마다 모여서 함께 노는 문화가 유지되는 것은 그들에게도 좋은 테고 우리가 보기에도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