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箇舊)로 간다.

<개구 터미널에 붙어있는 교통 안내 지도>

 

1 월 13 일 토요일

8 시쯤 나와 베트남 국수를 먹고 서둘러 호텔을 나왔다...

 

8 시 40 분 경에 건수 행 버스가 있던 것으로 생각해서 (저 머리 나빠요 T.T) 한 시간이라도 빨리 가려고 한 것인데 8 시 45 분쯤 터미널에 도착하니 8 시 30분발이었다...

 

시간표에 나와있는 9 시 30 분 차를 타려고 종이에 써서 보여주니 오후 3 시 40 분에 있단다...

 

벽에 걸려있는 시간표를 가리키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중국에서는 너무 믿어서는 안 되는 것 같다..

 

전광판도 있고해서 꽉 믿었는데...

 

그러면 그 시간까지 기다리기는 그렇고 文山으로 해서 開遠으로 갈까 하다가 고등학교 지리부도를 볼 때 나왔던 몽자(蒙自 몽쓰?)에 가보기로 한다...

 

마침 9 시 15 분 차가 있다... 31원인데 자세히 보니 요금은 30 원이고 보험료가 1 원인데 배상이 1만 원이라고 되어있다...

 

웬 보험....

 

그 이유는 타고나서 곧 알게 된다...

 

정시에 출발한 봉고형 버스는 시내에서 사람을 가득 채우고(물론 좌석만) 내달리기 시작한다...

 

15인승 봉고버스라서 기동력이 좋은 것은 알았지만 정말 감탄할 정도의 운전 솜씨를 보이며 북쪽으로 달린다...

 

어제 가보았던 남계진을 지나 한참을 달리다가 기찻길과 위치를 바꾸더니 얼마를 가고 백운이라는 마을 언저리에서 고개를 넘기 시작한다...

 

그 白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구름 속에 까지 올라가 안개 낀 도로를 달리기까지 한다...

 

뒤에 앉은 모녀는 벌써부터 토하기 시작했고 반은 죽어가는 것 같다...

 

도중에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싫은 서양인 자전거 여행객 2 명이 지나간다...

 

길이야 그렇다고 하지만 운전자들의 난폭 운전이 심해 자전거 여행이 쉽지 않을 텐데 대단들 하다...

 

저렇게 해서 베트남 국경까지 가려고 하는지....

 

한 마을에 도착하니 묘족 자치현이다... (그 마을 한자를 모르겠어요...)

 

나중 확인하니 병변(屛邊) 묘족 자치현이었다.

 

오는 도중 고산족들의 옷 색깔이 바뀌었었는데 갈수록 그 옷을 보고는 무슨 족인지 알 수가 없어진다...

 

한 소수 민족도 사는 지역에 따라 옷 모양과 색깔이 바뀐다고 하니 초보인 내가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 지역 이름에서 무슨 족인가 추측할 수밖에...

 

또 버스는 달리기 시작하고 3 시간여를 달리니 산 마을이 끝나고 넓은 벌판이 시작된다...

 

고개를 넘어서니 산의 경사도 비교적 완만했었고 단정된 마을 모습과 논농사에 알맞도록 계단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이런 주인공들이 묘족이라면 묘족은 쌀농사를 주로 하고 퍽이나 꼼꼼한 모습을 보여주는 소수 민족이 아닌가 싶다...

 

3 시간 45 분....

 

생각보다는 훨씬 빨리 몽자(蒙自)에 도착한다...

 

하긴 도중에 8 시 45 분에 출발한 호화형 곤명 행 버스도 추월한 지 오래되었으니 다른 것에 비해 빠른 것은 분명하다...

 

생각보다 몽자는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뭐 생각해 볼 것도 없이 개구 가는 버스가 있길래 버스를 바꿔 타고 개구로 향한다...(8 원) 

 

지저분하던 몽자도 외곽은 깔끔하게 신시가지 공사가 한창이더군.  

 

지도에서 얼마 안 되어 보여 1 시간이나 걸리려나 했는데 거의 평지라서 버스가 잘 달리는데도 1 시간 반이나 걸린다...

 

중간에 고속도로인데 돈 받는 곳이 있지만 무늬만 고속도로이다...

 

차는 건수 가는 길에서 갈라져 남쪽으로 향하다가 고개를 넘는다..

 

이거 힘들게 가는 개구, 별 볼 일 없는 아냐하고 걱정이 앞서는데 거의 다 와서 도시 그림을 보여주는 안내판을 보니 호수도 있고 깨끗해 보인다...

 

그래도 홍하 하니족 이족 자치주의 주도인데 어느 정도는 되겠지 생각은 하고 있다가 그 사진을 보니 기대도 된다....

 

紅河... 영어로 Red River...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배운 홍하의 골짜기라는 노래 때문에 왠지 친근한 감이 드는 이 지명은 사실 강에 붉은 흙이 흘러들어 색이 붉게 보여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지 별 것은 아니다...

 

그런데 Red River Valley(홍하의 골짜기) 노래를 워낙 좋아했던 터라 이곳에 매력을 느껴 오게 된 것이다..

 

도시에 들어서니 이 도시는 변신이 끝난 듯 꽤 깔끔한 모습을 보인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시간표를 보니 소수민족 가도에 나오는 도시들의 이름들이 다 열거되어 있어 과연 주도답다는 느낌이다...

 

호텔을 잡아야지...

 

조금 걸어 나오니 깨끗하고 새로 지은 호텔이 있어 일단 들어가 보니 꽤 좋은 방이 80원이다...

 

아이고 좋아라...

 

그것을 신청하니 신분증을 보여 달래길래 여권을 보여주며 한궈라고 하니 이곳은 안되고 다른 호텔로 가라며 두 호텔을 적어주는데 하나가 金湖빈관이다...

 

택시까지 잡아주며 기사에게 알려주는 친절을 베푸는 주인을 뒤로하고 시내 중심가 쪽으로 오니 오래된 건물 옆에 새로 지은 으리으리한 호텔이 바로 그 호텔 금호빈관이다...

 

얼마나 하겠어하고 가격을 물어보니 230원인데 180 원에 해준단다...

 

생각보다 비싼데 하며 근처를 둘러보아도 호텔은 보이지 않아 그렇게 하기로 한다... 그전에 쓰던 건물 같은 구관은 2 루라고 부르는데 100원(화장실 있음),80 원(없음), 3 인방 90 원으로 나와 있긴 한데 가보니 좀 낡긴 낡았다...

 

하루 묵을 것 좀 무리하자 하는 생각에 정하고 방에 들어가 보니 비싼 값을 하긴 한다... 아침도 주는지 쿠폰도 주고...

 

창문을 열고 옆을 보니 바로 호수가 있다...

 

아마 호수가 도시 가운데 있는듯한데...

 

점심도 먹을 겸 나가보기로 한다...

 

우선 호수 구경부터 가는데 작은 골목에서 꼬치 냄새가 나서 들어가 보니 그곳이 먹자골목이었다...

꼬치 몇 개를 구워 먹고 국수가 맛있어 보여 시켰는데 조미료가 가득이다...

 

조미료를 걷어낸 다음 먹어보니 메밀면인 듯 찬 맛이 나는데 꽤 맛이 좋다... (메밀 비빔 칼국수라고 해야 하나... 2.5 원)  

 

맛만 보려고 하나만 시켰다가 하나 더 시켜 아주 점심 대신하기로 한다...

 

중국에 와서 공식적으로 먹어보는 찬 음식이었다...

 

이어지는 시장 골목 그런데 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꽤 높은 산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있는 듯하다...

 

그쪽으로 가다가 로띠 하나 사서 먹고 꽤 거리가 될 것 같아 택시로 공원 입구까지 간다...

 

기본료 5 원.... 공원 입장료(2원) 저번처럼 나만 내려고 하니 아들 것까지 내란다...

 

좀 오르니 케이블카 타는 곳이다...

 

왕복 20 원(편도 15 원) 여기까지 왔는데 안 타볼 수가 없다..

 

간신히 2 명이 들어가는 케이블카를 타다가 아들과 헤딩하는 바람에 안경이 깨져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10 여분 올라가면서 아래 구경도 하고 정상 옆의 건물도 가보아야 되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다 올라와도 문이 안 열리네... 황당. 황당....

 

어 ~~~~~ 하다가 도로 내려와 버리는 우리 두 사람... T.T  

 

환장하겠더구먼... 할 수 없지 뭐... 내려와서 종업원들에게 표를 보여주며 소리를 질러보지만 내가 아나 그놈들이 아나... 그저 팅 부동이다...

 

엉성하게 만들어진 공원 나머지를 구경하고 우선 호숫가에 닿는다...

 

어쩜 이렇게 도시 한가운데 호수를 놓고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을까 정말 중국이라는 것이 믿어지질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수면 위에 비닐봉지 하나 떠 있질 않다... (한국이라면 이해가 될지 몰라도..^.^)  

 

참 신기할 정도다...

 

이런 모습으로 이곳 도시의 특징으로 삼고 도시 가꾸기를 하는 모양이다...

 

아까 나가다가 호텔 앞에서 사 먹었던 호떡(호떡이라기보다는 납작한 공간 빵이라고나 할까?)을 하나씩 더 사 가지고 호텔에 들어와 쉰다...

 

분지 지형의 이곳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있고 그 가운데쯤 호수가 있는데 호수 둘레는 대리석으로 산책길을 뺑둘러 만들어 놓았다..

 

참으로 중국에서는 특이한 도시에 왔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런데 이들은 물만 신경 쓰나 보다...

케이블카에서 도시를 내려다보았을 때에도 그 공장의 굴뚝에선 쉴 새 없이 연기를 내뿜고 있었는데 호텔방의 문을 열면 다시 그 굴뚝이 보이고 여지없이 연기가 나오고 있다..

 

이곳은 분지 지형이라서 공기도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될 텐데....

 

거리의 차들이 시내버스가 신형이라서 매연이 덜하고 다른 차들도 매연을 내뿜는 차들이 없는 것을 보면 그 공장의 사장은 굉장한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다음 날 보니 뭐 그렇지도 않았지만...

 

<금호빈관에서 본 시가지와 호수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