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운남 2001 여행

하구(河口)에서

정안군 2005. 4. 11. 09:24

<하구의 뒷골목>

 

1 월 11 일 목요일

긴 흔들림 끝에 도착한 하구역은 새 역사를 짓고 있어서 허름한 골목길을 통해 첫인사를 한다...

 

기차는 정확하게 8 시 15 분에 도착하고 오토바이 삼륜차 택시가 기다리고 있는 역 앞길은 그저 허름하고 볼 품 없었지만 현대식으로 깔끔하게 진 호텔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도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변신 중이다....

 

왼쪽으로 강이 보이고 철교가 있는 것을 보아 그 강 건너가 베트남인가 보다....

 

한자가 아닌 알파벳 문자가 벽에 쓰여 있고 노란 별 하나가 그려진 붉은빛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강쪽으로 나오니 말끔하게 단장된 강변 공원이다...

 

강변은 깨끗하지 않으나 강빛은 초록색이 가미된 푸른색이다...

 

새로 만들었다는 다리와 중국측 출입국 사무소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으로 나갈 수는 없는 것같아 세관 앞 공안에게 버스터미널 글자를 써서 보여주고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공원 이쪽에서 저쪽으로는 출입금지 구역이 있어서 갈 수가 없게 되어있다...

 

터미널 대합실은 낡고 지저분했지만 큰 전광판이 달려있어 각지의 버스 출발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한참을 보니 다음 목적지로 삼은 金平이 나오는데 6 시 40 분, 7 시 40 분이었다...

 

벌써 지난 시간이었다... 그래 오늘은 여기서 일단 쉬자...

 

여기까지 온 것은 소수민족가도라고 부르는 金平, 元陽, 綠春으로 해서 箇舊를 거쳐 곤명으로 가고자 한 것이었다...

 

터미널 옆 작은 사거리에서 조금 나가니 호텔이 있는데 허름해서 마음에 들지 않고 그 앞에 새로 지은듯한 東方호텔에 가보기로 한다...

 

말이 전혀 안통하니 계산기로 138을 보여준다... 

 

더 싼 방 없습니까 ? 라는 중국어를 찾기 위해 배낭이 있는 소파와 프런트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는데 계산기로 100을 찍어 보여준다...

 

미리 겁을 먹고 꼬리를 내린 것인가? ^.^  

 

깔끔하고 시설도 좋아 이곳에서 묵기로 한다...

 

시골 호텔과는 어울리지 않는 카드열쇠를 받아 방문을 여니 방안에는 정수기도 있고 그동안 묵었던 호텔 가운데 가장 좋은 것 같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이곳은 베트남 접경 도시이니 베트남 국수가 있을 거란 생각에 찾아보기로 한다...

 

이곳 간판은 한자와 베트남 영어가 같이 쓰여 있어 베트남인들이 자주 들락거림을 알 수 있다...

 

거리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 희망을 가지고 돌아보니 과연 있었다...

 

국수집 골목...

 

지난 겨울 라오스에서 먹었던 국수가 베트남식이라던데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 퍽 기대가 된다...

 

과연 그 맛일까?  

 

일단 모양은 비슷한데 맛을 보니 정확히 그때의 맛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맘에 든다...

 

잘 먹다가 앞에 앉은 청년이 참기름 비슷한 것을 넣길래 참기름인 줄 알고 넣었더니 맛이 확 변한다...

 

남 따라 하는 바보 T.T  

 

병을 잡고 쓰인 글자를 보니 유채 씨 기름인 듯하다...

 

다음엔 넣지 말아야지.... 한 그릇에 2 원, 작은 것은 1.5 원인가 보다....

 

참 싸기도 하다.. 국수 골목에서 한 칸을 더 가니 시장 골목이었다... 0.0  

 

아까도 길가에 뱀집이 있어 신기했는데 이곳은 토막 낸 개, 설치류 같은데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는 동물, 훈제된 오리, 돼지 머리 부속들, 과일 등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

 

베트남 사람도 많이 있는듯 베트남 말도 들려오고..(짐작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강가에 나서니 넓은 광장이 있어 강 건너를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바로 앞에 보이는 송코이강은(송이란 말이 강이니 송코이가 맞겠죠..) 흙탕물이고 강 건너가 바로 베트남인데 작년 태국 치앙콩에서 메콩강 건너 라오스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이곳의 상대적 화려함과 강 저쪽 편의 상대적 허름함도 같은 느낌이고....  

 

과일 가게들이 늘어서 있길래 과일들을 살펴보니 두리안처럼 겉에 가시가 달린 놈, 큰 레몬 같은 것, 야자나무 열매 등 아는 것도 있으나 탱자 비슷한 것, 수류탄 비슷한 것, 솔방울 같은 것 등은 이름도 맛도 궁금하다....

 

그중 솔방울처럼 겉이 갈라진 것을 1 원을 주고 달라고 하니 2 개를 준다... 하나를 먹어보니 먹을만했다...

 

그럭저럭 점심을 먹을 때가 되어 호텔 옆 식당에 매달려 있던 오리를 한번 먹어보기로 한다...

 

훈제되어 갈색을 띤 오리는 주둥이가 철사에 매달려 있어 보기에 좋아보지는 않는다...

 

16 원이라고 몇 번을 강조한 다음 가져온 오리는 맛은 있지만 기름기가 너무 많아 느끼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찍어먹으라고 가져온 소스가 초고추장과 맛이 거의 비슷해 그것을 찍어먹으니 그래도 다행이었다...

 

역시 한 마리를 두 명이 먹기는 양이 많은 듯.... 밥과 함께 18 원,,,, 3000 원도 안 되는 돈이니 싸다는 생각이 안들 수가 없다...

소화도 시킬 겸 광장 공원에서 앉아 있는데 가로수 나무를 유심히 보니 우리나라 아파트에서 많이 기르는 벤자민 나무였다... 0.0  

 

아!!!! 이 나무가 이렇게 커질 수 있구먼. 

 

또 강가의 가로수는 우리 집 열대 화초.... 이것도 엄청나다....

 

이놈들이 우리나라에 오면 화초 역할밖에 못한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강 건너를 바라보다가 저 건너편도 넘어가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가 볼 베트남... 우리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어떤 관계가 있다...

 

중국, 프랑스, 미국을 상대로 그 나라와 민족을 지켜 온 엄청난 국민들이 살고 있는 땅.... 그 땅이 바로 강 건너이다....

이번에는 모과처럼 생긴 과일을 사서 맛보기로 한다...

 

1 원에 2개를 주는데 하나를 깎으니 녹말액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먹어보니 무지하게 떫다...

 

그 속에 밤톨만 한 씨가 나오는데 씨를 먹는 것인가 어떤가 궁금해서 주인에게 다시 가져가 물어보니 잘 익은 것 하나를 준다...

 

꼭지를 누르면 빠개지는데 먹어보니 군고구마 맛이다...

 

아!!!  그러니까 안 익으면 떫어서 먹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베트남 과일 편에서 본 것도 같다...

아무래도 어제 밤기차를 탄 영향인 듯 쉬 피곤해져서 들어와 쉬기로 한다...

 

또 저녁 먹을 때가 왔다... 여행을 하다 보면 다른 고민거리는 없는데 먹는 일이 고민거리가 된다...  

 

슬슬 거리 구경이나 하다가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먹어 보기로 한다.. 

 

우선 강가로 방향을 잡았는데 강변에는 춤추는 분수를 꾸며 놓았고 가로등을 환하게 밝혀 놓아 강 건너 전구만 몇 개 보이는 베트남과는 완전히 구별이 된다...

 

저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은 이쪽 편을 얼마나 환상을 가지고 바라볼까???

 

화려한 의상의 소수민족도 보이고 하늘하늘 한 아오자이를 입은 아가씨의 모습도 보인다....

 

실제로는 처음 보는 아오자이인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얇은 옷에 진한 화장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그 앞 베트남 상가 안에 구경 갔다가 그 주인공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상가 안은 건어물, 식품점, 뱀집 등 다양한데 마지막 끝은 안마 집.... 겉에서만 보아도 퇴폐 냄새가 물씬 풍긴다...

 

노란색 아오자이를 입은 아가씨도 그 앞에 앉아 있는데 우리나라 텍사스 골목 느낌이다...

 

이곳은 베트남 아가씨들이 퇴폐 문화를 담당하는 모양이다...

 

한국 여자들이 일본의 퇴폐 문화를 담당하듯이... 돈 없는 나라의 여자들이 돈 있는 나라 남자들의 노리개가 되는 현상은 이곳에서도 여전한 듯...
광장 공원에서도 무엇이 있을듯하여 가보니 폭죽 모양의 전구들이 켜져 있고 중년 이상의 사람들이 손에 짝짝이 같은 것을 가지고 춤을 배우고 있었다...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대로 따라 하는데 꽤 진지하게 춤들을 춘다...

 

걷지도 잘 못하는 노인네들도 따라 하느냐고 애쓰고 있고...

 

그 앞은 제비 아줌마, 아저씨들의 무대이다...

 

노란색 등 아래에서 우리나라 카바레에서 볼 수 있는듯한 춤판이 벌어지고 있다...

 

상대가 남자이든 여자이든 구분 없이 그리고 짝이 없으면 혼자서 둘레에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있는데 춤추는데 열중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제비나 꽃뱀의 차림을 한 사람은 없고 보통의 옷차림들이다....

 

그중 빨간 스웨터 옷을 입은 제비가 아닌 돼지 아줌마의 춤솜씨는 일품이었다...

 

마치 러시아 궁중에서 춤을 추듯 추는데 옷과 몸매가 따라주질 않아서 그렇지 춤만은 정말 일품이다....

 

춤의 종류도 여러 가지인데 그 춤들을 모두 섭렵한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춤선생으로 나서면 글쎄 외모가 안 받춰져서 어떨까 모르겠지만 춤만은 한 평판을 받을 것 같다....

 

역시 도시 구경은 낮만 가지고는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밤이면 색깔을 바꾸는 도시가 재미가 있다...

 

국경 도시라서 별생각 없이 온 곳인데 의외로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

 

크지도 않고 또 낮과 밤의 변화를 주는 도시... 

 

이곳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거듭거듭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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