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경계돌기

충주시 경계 돌기(9) - 국도 19번부터 갈미봉, 오청산 넘어 다릿재까지

정안군 2007. 4. 15. 15:38

붉은선 - 진행 구간

노란선 - 오늘의 발길

 

 

 

오랜만에 충주시 경계돌기를 다시 시작한다.

 

그동안 토요일만 되면 비가 오고, 아들 면회도 갔다 오느냐 통 짬이 나질 않아서...

 

우선 8시 원주행 직행버스를 타고 귀래로 간다.

도중 몇 발자국이라도 줄여볼까 해서 충북과 강원도 경계에서 내려 줄 수 있냐고 물어보니 안된단다. 

할 수 없지... -_-

 

실실 걸어서 경계가 지나는 골짜기에 다시 온다.

구박 덩어리로 변한 호돌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지난 번 이곳에서 마칠 때 골짜기로 이어지는 길이 있나 미리 가보았는데 신통치가 않았었는데.

 

충북과 강원도를 나누는 선이 지나는 골짜기

 

지도에 나오는 오춘이고개쪽으로 희미한 골짜기 길을 따라 가니 좀 넓은 길과 만나고 길 옆에는 요즘 보기 드믄 서낭당이 있다.

가보니 백운산 신신령 서낭당이다.

이 산줄기는 백운산을 따라 이어지는 것이라서 백운산 산신령이라고 하나 보다.

중간에 촉새봉(십자봉)도 있긴 하지만 크게 보면 백운산 줄기이니까...

 

백운산 신신령이 계시는 서낭당

 

잘 나가던 넓은 길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고 골짜기로는 길 흔적이 없다.

 

오늘도 어째 만만하지가 않겠다.

 

골짜기를 따라 가니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그냥 치고 오르기로...

 

사실 오를 때 골짜기를 따라 가는 것은 퍽이나 힘들다.   내려올 때 능선을 따르는 것 처럼..

 

가파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올라갈만한 경사를 치고 오르니 주 능선과 만나고 좀 더 진행하니 무명 봉우리..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서 시계가 좋질 않지만 멀리 귀래 시가지와 새로 공사하는 원주 - 충주간 4차선 공사장도 보이는데 오른쪽에도 잘 포장된 길이 보인다.

 

지도에는 이런 길이 없는데...

뭔 길인가?

 

치고 올라간 첫 봉우리(무명봉)

 

무명 봉우리에서 갈미봉은 경사가 꽤 심하다.

 

천천히 오르니 드디어 갈미봉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그동안 통 못보던 충주시에서 세운 경계석이   0.0

 

와!!!! 감격!

 

 충주시에서 세운 갈미봉 정상석

 

원주시에서 세운 원주 경계 안내판

 

그런데 갈미봉 높이가 충주시에서 세운 정상석에는 높이가 603 m,  원주시에서 세운 안내판에는 598 m로 되어 있다.

 

좀 쉬다가 다시 발걸음을...

 

표지기가 바람에 날리길래 자세히 살펴보니 강원도 경계를 따라 걷는 태백 산꾼과 원주시 경계를 따라 걷는 원주 산꾼의 것이다.

 

충북도 힘들텐데 강원도는 훨씬 더 넓어서 꽤 힘이 들텐데...

 

허고 북한과 경계 부근은 어떻게 하나...

 

바람에 날리는 강원도계와 원주시계 탐사 팀 표지기

 

멋진 소나무

 

급경사를 내려 서니 콘크리트 길 포장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 일꾼들이 산에 뭐 좀 났느냐고 묻는다.

 

"아직 별 것이 없는데요."

 

아직 산은 겨울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요즘 포장된 고갯길

 

생각지도 않았던 아스팔트 포장길이 나온다.   지도에 나오는 녹재 고개인데 고개 표시도 없고 덩그란이 도 경계 표시만....

 

요즘 포장된 듯 한데 차들이 다니는 기미는 거의 없다.  고개 마루에는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가져가라고 한듯 냉장고까지 누군가가 놓고 갔는데 좀 새 것이면 더 좋을텐데....

 

이런 인간들은 귀신이 좀 수거해가면 좋을텐데 그 동네도 더럽힐까봐 귀신도 안잡아가나 보다.

 

S.O.B

 

다시 만난 충북도계 탐사 산꾼 표지기

 

다시 내려온 만큼 오른다..

 

도중 지난 번 산행 때 만났던 충북 도계 탐사 산꾼의 표지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반가워서 사진 한장 찰칵...

 

좀 더 오르니 봉우리이고 좀 내려서니 옥녀봉이다...

 

아마도 높이를 보면 좀 전 봉우리가 제대로 된 옥녀봉일 듯.

 

강원도와 충북 충주시 그리고 제천시의 경계가 나뉘는 곳

 

여기서부터 강원도와는 이별이다.    강원도 도계쪽으로는 길이 잘 나있을 것이라고 짐작은 했었고 충주시와 제천시 경계가 좀 걱정이 되었었는데 다행히 표지기도 있고 길도 잘 나있다.

 

치악지맥이란다.

 

치악지맥은 치악산에서 이어지는 산길이 남대봉과 백운산을 거쳐 이곳까지 왔고 여기서 오청산, 천등산, 지등산과 인등산을 거쳐 충주호로 그 꼬리를 내리게 된다.

 

또 오르막...

 

오르막 끝은 지도에는 봉우리 이름이 나오지 않았는데 시루봉이란다.

 

높이도 740m 나 되고...

 

오늘 일정 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별 특징은 없다.   주위도 잘 보이지 않고. 

 

충주시에서 세운 시루봉 정상석

 

 

 

여기부터는 지루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구간이다.

 

꽤 길게 이어지는데 그래도 반가운 것이 멀리 보이는 삼봉산과 촉새봉 줄기...

 

벌써 오래된 이야기이다.

 

한참 등산에 미쳐 다닐 때 사람들을 데리고 이 산을 올라가기 위해 왔었다.

 

이름도 예쁜 꽃댕이 마을에서 올라가 손이 거의 타지 않은 계곡을 올라 정상에 섰었는데...

 

그것이 언제였던기 기억도 가물가물....

 

호랑이에게 먹혔던 사람을 장사지냈던 호총도 있었고...

 

지금은 꽃댕이 마을에 있었던 초등학교도 폐교되었다고...

 

촉새봉도 오래 전에 올랐섰다.

 

별 특징도 없이 지루했던 기억만....

 

오늘도 꽤 지루한 등산로이다....

 

안개가 걷히질 않아 전망도 좋질 않으니.. 

 

멀리 보이는 삼봉산

 

생각보다 능선이 길어 시간이 더 걸린다.   7시간 정도 생각했었는데 9시간 정도는 예상된다.   해서 좀 서두르는데..

 

중간에 암봉도 나오는데 다행히 우회로도 있다.

 

1시가 넘은 시간...

 

점심 먹고 가기로 한다.

 

보온 밥통에 싸온 밥은 아직도 따뜻하고 집사람이 정성스레 싸준 반찬이 무척이나 맛있다.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비지재 그리고 강승갱이재라고 지도에 나오지만 흐미한 자국만 있어서 어느게 어느 것인지 확실하질 않다.

 

이렇게 고갯길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차츰 없어지고 있는 중...

 

남쪽으로 방향이 휘어지는 곳이 좀처럼 나오질 않아서 길을 잘못 들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능선길이 길다.

 

한참을 더 가니 남쪽으로 활처럼 휘어지는 봉우리...

 

이름 없는 한 봉우리에서

 

한참을 더 진행하여 바위 아래쪽을 돌아가는데 눈에 많이 익은 풀이 있다.

 

고란초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고 비슷한 것 같다.

 

부여 고란사 바위에만 붙어 있다고 어렸을 때 많이 들었었지만 사실 다른 곳에서도 발견해서 그렇지 않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군락을 형성한 것은 처음 본다.

 

이끼속에 들어가 있어서 한 두개 정도만 살짝 떼어내서 집 정원에 심어보려고 가져왔다.

 

이런 일을 하면 안되지만 가로 세로 5 cm 정도 되는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를...

 

특히한 것은 이 근처에는 깨진 거울이 많이 놓여져 있다.

 

웬 거울이 이런 곳에 있을까?

 

또 옛스런 14 인치 TV까지 버려져 있다.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다...

 

산짐승들이 심심할까봐 거울로 인물감상도 하고 인간이 쓰는 물건이 무엇인지 살펴보라고 텔레비젼을 가져다 놓은 것인지...

 

고란초(?) 군락지

 

 

 

 

능선을 따라 오다가 동쪽으로 거의 기역자 형태로 꺾이는데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밀양 박씨 무덤이 있는 곳인데 다행히 갈림길쪽으로 표지기가 달려 있어서 안심이 된다.

 

길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못찾을 길도 아니니 지도에서 방향만 확인하면 그다지 힘들 것은 없는 곳...

 

지도에 공재고개로 나오는 곳까지 낮은 내리막이 이어지다가 바로 급한 경사길이 시작된다..

 

독도 주의점(밀양박씨 묘)

 

한참을 오르면 오청산 정상... 지도에도 나오는 곳이라서 정상석과 좋은 경치를 기대했는데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다.

 

좀 허무...  

 

오청산 정상 - 아무 표시도 없다.

 

능선길을 따라 내려오면 다시 동쪽으로 기역자로 꺾이는 곳이 나온다.

 

오래된 묘가 있는 곳인데 여기서 독도 실수로 알바...

 

진행 방향으로 왼쪽으로는 산이 없으니 크게 외곽쪽으로 돈다 생각하고 진행하면 실수가 없겠다.

 

멀리 보이는 백운 방학 들판

 

누워서 본 하늘

 

한참 알바를 하고 뒤돌아와 좀 쉬기로 한다.

 

앉아서 쉬다가 그대로 누우니 너무 편하다.

 

두툼한 낙엽이 요처럼 깔려 있으니....

 

 

독도 주의점

 

 

 

오른쪽으로 능선길이 나타나 좀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지만 갈림길마다 표지기가 잘 붙어 있으니 표지기만 찾아서 가면 실수는 없다.

 

차 소리가 요란해진다.

 

제천가는 국도 4차선이다.

 

옛날 터널 뚫리기 전 다리재로 해서 갔었는데 터널이 뚫리면서 다리재는 그야말로 옛길이 되었다.

 

국도 38번 제천 가는 길

 

마침 집사람에게 전화가 온다.

 

한 시간 후 쯤에 다릿재로 데리러 오라고 전화를 해둔다.

 

고갯길은 워낙 차량 통행이 없어 차라리 오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나무를 베어놓아 길이 어지럽다...

 

오른쪽으로는 임도가 있는데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인듯...

 

한참 전에 자전차로 올라왔던 길인데 그 때는 비포장길이었는데 포장했나 보다...

 

임도를 그냥 비포장 상태로 놓으면 안되나?

 

 

이제 마지막 오름길...

 

힘이 빠진터라 무척이나 힘들었다.

 

진달래가 활짝 핀 산길을 올라 이름없는 봉우리에 선다.

 

이제는 내려가는 길...

 

마지막 봉우리 

 

이곳에서도 갈림길이 있어서 좀 헷갈리기 쉬운데 외곽쪽으로 크게 돈다 생각하고 그 길을 따라 오면 목표점 다릿재...

 

어쨌든 왼쪽으로는 산들이 겹쳐지질 않는 것이 이 구간의 특징..

 

다릿재 정상에 있는 정자에는 학교 한 직원이 지인들과 삼겹살 파티 중...

 

나도 그러고 보니 퍽이나 마당발이다 ㅎㅎ

 

집사람이 없어 전화를 해보니 다릿재 터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터널이 아니고 구길 다릿재로 오라고 해서 만난다..

 

그 사이 약수를 떠서 실컷 먹고...

 

내려오는 길은 벚꽃과 진달래로 그야말로 꽃동산이다.

 

4시 30분 정도에 내려왔으니 8시간 걸렸다.

 

역시 꽤 먼 거리였다.

 

그래도 만만치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구간을 끝내 마음은 홀가분하다...

 

오늘의 종착지 - 다릿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