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풍경

경북 북부 지방의 절 구경 - 김룡사 1

정안군 2010. 6. 3. 14:45

벌써 4년이 되었다.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그야말로 싹쓸이를 해서 노무현 정권을 레임덕으로 몰고 간 아니 거의 식물 인간에 지나지 았았던 정권을 확인 사살한 지.

 

그 때 나는 투표를 하고 자전거로 제천까지 나름의 자전거 여행을 이었었다.

 

그 후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권의 탄생, 광우병 파동, 4대강 죽이기, 전교조 학살 거기에다 천안함 사건..

 

그리고 정말 관용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이 정권 하에 노무현과 김대중도 우리 곁을 떠났다.

 

이 나라가 정말 이대로 볼품없이 엉망이 되고 마는가?

 

지방 선거를 맞이하는 심정은 찹찹하기 그지 없었다.

 

대안 세력은 나름 노력은 하지만 나오는 여론 조사는 희망의 싹도 안 보이는 것 같고.

 

그래도 어떻하겠나?

 

안 되면 세월 투쟁을 하는 수 밖에.

 

어쨌든 날이 너무 좋다.

 

교현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한다.

 

오늘도 역시 갈등의 연속이다.

 

진보당에게 표를 주고 싶지만 또 최악은 막아야하는 상황..

 

찍고 싶은 당에게는 미안하지만 비례대표제 표만으로 그냥 성의를 표한다.

 

그래도 다른 선거 때보다 사람도 많고 또 젊은이들도 보인다.

 

지난 해인가 국회의원 선거 때에는 그저 파리만 날랐는데.

 

요번은 조금 희망이 있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므로 마음을 거기서 접는다.

 

6시에 출구 조사 발표가 있으니 그 때까지는 시간을 즐기기로.

 

문경 땅 김룡사와 대승사를 가보기로 한다.

 

마음을 잡는데에는 조용한 산사만한 것이 없다.

 

충주에서 문경 땅 금룡사까지는 한 시간이 좀 넘게 걸린다.

 

입구에는 사하촌이 있어서 식당이 있기는 하지만 번잡한 정도는 아니고 그 촌을 지나면 비포장 도로가 절로 이어진다.

 

이 절의 스님들이 마음에 든다.

 

이렇게 비포장을 유지하는 것이,

 

 

홍하문이라.

 

일주문인데 '붉은 노을에 물든 문'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단청이 무지개만큼이나 예쁘다.

 

한자로는 금룡사인데 왜 김룡사라고 부르나?

 

쇠 금을 김이라고 부르는 것은 성씨 밖에 없을텐데.

 

入此門內莫存知解 無解空器大道成滿

 

이 문을 들기 전에 지금까지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버려라.   모든 것을 비운 빈 그릇에 큰 도가 가득 차리라.

 

하~~~

 

멋있는 글월이로고.

 

 

일주문 뒤의 글씨.

 

한글 나무아미타불이 눈에 들어 온다.

 

배움이 짧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일까?

 

이유가 뭐든 이렇게 한글을 같이 써 준 것이 마음에 와 닿는다.

 

 

 

일주문 옆의 부도..

 

화려하지도 않고 별 특징도 없는 3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누구였나?

 

모두 한 시절을 산 사람들이었을텐데.

 

 

일주문에서 절까지의 길이 아름답다.

 

곧장 직선처리를 하지 않고 자연스런 흐름에 따르도록 둔 숲속의 길이다.

 

 

 

거의 90도 오른쪽으로 꺾이며 가람의 배치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요즘 지은 건물과 옛 건물의 조화가 눈에 띈다.

 

 

 

옆 숲에는 오래된 소나무들이 운치를 더하며.

  

 

해우소는 절 앞쪽에 자리잡고 있다.

 

모든 근심을 여기서 풀고 해탈의 경치로 들어가라는 것인지.

 

아마도 마음은 모두 비웠지만 뱃속을 비우지 못한 사람을 위한 배려가 아닌 가 싶다.

 

 

대웅전이 경사면 위에 자리잡고 있는데 건물 배치를 잘 이용하여 보일 듯 말 듯 처리를 해 놓았다.

 

앞에는 사천왕상이 놓여 있는 건물이 있는데. 

 

 

동서남북 주인공 천왕이 한글로 쓰여있다.

 

천왕은 하느님으로.

 

동방의 지국천왕

서방의 광목천왕

남방의 증장천왕

북방의 다문천왕

 

그런데 여기서 야망에서 읽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부하 사천왕이 생각날까?

 

이 절 정말 센스가 넘친다.

 

이렇게 한글 세대를 위한 배려를 하다니.

 

 

 

사천왕들은 나무가 아니고 돌을 깎아 세워 놓았다.

 

돌로 만든 사천왕은 처음 본다.

 

점점 더 이 절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