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해 2011 여행

13. 동티벳, 자전거 그리고 헐무(歇武)

정안군 2011. 9. 2. 13:07

7월 31일 일요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날이 우중충하군요.

 

palette님은 증상이 나아지질 않았다고 그냥 서녕으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고산증으로 머리가 너무 아프고 식욕도 없다고 하니 별 도리가 없네요.

 

그냥 보낼 수는 없어서 아래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식사를 하는데 palette님 거의 드시지를 못하는군요.

 

고산증이라는 것이 정말 이상합니다.

 

어떤 때는 이 사람에게 또 어떤 때는 다른 사람을 공격합니다.

 

고산증 미워~~~

 

시간적으로 이제 적응이 될 때도 되었고, 탱이님과 나는 이제 문제가 없는데 이제까지 제일 상태가 좋았던 palette님이 이런 증상이 나타나다니.

 

호텔 아침 제공이니까 2인만 적용이 될 텐데 우리 추가 1명은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제공한다고 해서 기분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이라고는 하나 중국 대륙식(?)으로 죽, 빵 그런 별 볼일 없는 것들이었죠.

 

창문 밖으로는 게사르 동상이 있는 광장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입니다.

 

무슨 티벳 사람들 축제인가 하고 식당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별 것이 아니랍니다.

 

모습을 보면 별 것 같은데.

 

서녕가는 버스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터미널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그런데 광장에서 모였던 사람들 정체가 판명되는군요.

 

아마도 크게 짓고 있는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이 합동으로 크게 짓고 있는 병원 공사 현장을 보기 위해 공산당 고위 간부가 방문을 한 모양입니다. 

 

 

그 공산당 간부는 그 광장으로 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그 주변에서 굽실거리는 모습이 정말 장관입니다.

 

온통 동네 공안은 다 출동한 것 같고.

 

우리나라 7, 80년대 높은 양반이 출두하면 동원되던 우리와 백성들 생각이 났습니다.

 

또한 백성들이 비참한 처지는 정치꾼들에게는 좋은 이미지 관리용이지요. 

 

  <다음에서 퍼옴>

어디서 많이 본 구도이지요?

 

히틀러, 김일성, 욕쟁이 할머니와 이*&,  후후..

 

허름한 서녕행 버스 터미널은 정말 초라합니다.

 

 

그러나 버스는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녕 행 침대버스 좌석은 이미 모두 팔려 없더군요.

 

그리고 위 사진도 그냥 참고용입니다.

 

맞지 않더군요.

 

한참을 망설이다 그냥 돌아오는데 갈 생각이면 망설이지 말고 일반 좌석이라도 표를 사는 것이 어떻겠냐, 제안을 하니 다시 돌아가서 오후 2시 30분 좌석표를 사 가지고 돌아오는 palette님.

 

오후 2시까지는 그냥 모두 자유 시간입니다.

 

갈 만한 곳도 없고 갈 곳도 없으니.

 

12시 쯤 다시 호텔 식당으로 가서 감자볶음과 미역 달걀국으로 점심을 먹는데 분위기는 몹시 어둡습니다.

 

우리 말고 손님들은 라마 스님들이 대부분인데 이 스님들 돈이 많은지 꽤 많은 요리를 시켜놓고 실컷 먹는군요. 

 

 

 

어째 우리나라 스님들에게서 풍기는 그런 고상함은 라마 스님에게는 없는 듯하네요.

 

대부분 고기요리인데.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같이 터미널로 향합니다.

 

서녕가는 버스가 대기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외국인 한 명이 그 버스를 타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 외국인도 자전거 여행자였어요.

 

우리를 보니 반가워서 어떻게 하면 말을 걸을까 열심히 궁리를 하더군요.

 

내가 먼저 영어로 말을 거니 반가워 죽습니다.

 

독일인인데 강정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는군요.

 

초원의 모습이 너무너무 좋았답니다.

 

우리 일정이 어떠냐고 해서 한 명은 서녕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석거(石渠)쪽으로 가려고 한다하니 너무 좋답니다.

 

그리고 그 접속도로까지는 웬만하면 차로 이동하라는군요.

 

도로도 복잡하고 너무 엉망이라서 힘들었다고.

 

우리도 그럴 거라고 말을 해둡니다.

 

그리고 우리 친구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잘 돌봐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뭐 버스가 떠나는 것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의미가 없는 짓이라서 우리는 그대로 이별을 합니다.

 

palette님은 서녕으로, 우리는 석거(石渠)쪽으로.

 

이제 3명이 2명으로 줄었습니다.

 

탱이님도 신나는 상황이 아니라서 별 말이 없습니다.

 

어제 버스에서 내린 곳을 찾아 갑니다.

 

다시 게사르를 만납니다.

 

한 때 영웅이었던 이 임금님은 다 부서진 내 땅의 건물들을 말 없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 사이 날은 많이 좋아졌네요.

 

그런데 이미 오후 시간이라서 석거(石渠)쪽으로 가는 버스는 모두 가버린 모양입니다.

 

대기하던 버스는 요금을 엄청나게 많이 요구를 하고.

 

탱이님이 오늘은 헐무(歇武)까지만 가면 되니 그냥 자전거로 이동을 하자고.

 

거리는 40여 km정도랍니다.

 

가는 길 상태가 좋지 않지만 비도 안 오고 어제 비가 온 탓으로 먼지도 그렇게 많이 나질 않아 천천히 가보기로.

 

길 상태는 예상한 것처럼 좋지가 않았어요.

 

 

길도 새로 만드는 중이고 포장이 안 되어 있어 먼지도 많고 그래도 먼 거리는 아니니 그다지 힘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뒷바퀴 바람 상태가 좀 이상하더군요.

 

바람이 많이 빠져 있는 것이 펑크가 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확인을 해 봐야 하는데 여유 튜브가 없어서 그냥 진행을 하니 자전거가 잘 나가질 않고 힘이 듭니다.

 

그러면 바람이라도 자주 넣었어야 되는데 그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네요.

 

처음은 내리막입니다.

 

 

강을 따라 가는 길.

 

그러나 어제 비가 온 탓인지 아님 매번 그런 것인지 강물 색은 곱지 않습니다.

 

내리막이라곤 하지만 교통량이 너무 많고 특히나 트럭들이 많이 다니니 신나게 내려갈 수도 없고, 또 가끔씩 나오는 오르막이 진을 많이 빼는군요.

 

 

길을 새로 만드느냐고 골재가 필요한 모양인데 앞의 절 모습이 안스럽습니다.

 

하늘은 계속 심상치 않은 대로 진행을 합니다.

 

진행방향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곤 하는데 결국 한 차례 비를 만납니다.

 

다행히 비를 피할 수는 있어서 많이 맞지는 않았네요.

 

내리막도 끝나고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석거가는 길이 나오는데 그 길은 마이너 길인 듯합니다.

 

이 동네는 옥수에서 내려오는 강물과 우리 진행 방향에서 내려오는 강물이 만나는 곳입니다. 

 

 

그러다보니 강폭이 꽤 넓은 곳입니다. 

 

 

건너편은 한참 길 공사중.

 

강 색깔이나 산 색깔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부터는 이제 오르막.

 

삼강원(三江源)이라는 곳을 지납니다.

 

 

 

 

이곳은 한 강물이 어제 우리가 내려온 쪽에서 시작된 강과 만나는 곳입니다.

 

이 강물은 통천하(通天河)라고 하다가 조금 더 진행하면 금사강(金砂江)이 되는군요.

 

이 강은 사실 장강(長江)의 본류입니다.

 

그러니까 장강을 만나는 거지요.

 

어쨌든 세 강의 발원지가 여기서 멀지 않아 삼강원이라는 이름이 생겨난 것 같네요.

 

운남에서 만나는 금사강을 여기에서 만나니 괜히 반가웠지만 그 때는 힘이 들고 괜히 우울해서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어제 버스로 이동한 길을 다시 자전거로 갑니다.

 

강 따라 내려와 강 따라 오릅니다.

 

아마도 강을 따라 가는 듯.

 

꾸준한 오르막은 참 멀기도 합니다.

 

어제 비가 엄청나게 내리던 곳인데 그 길을 다시 오르는 것이지요.

 

다행히도 한 차례 지나간 비 이후로 날씨는 좋아졌고요.

 

현대 테라칸을 타고 가던 라마 스님은 우리를 자기 절로 초대도 하더군요.

 

나는 일단 가보고 헐무까지 데려 달라고 하자고 해보는데 탱이님이 시큰둥해서 그냥 그 스님의 호의를 마음만 받기로 합니다. 

 

 

 

 

 

 

 

 

 

 

한 스님이 우리를 초대하던 장소는 경치가 장관이더군요.

 

그래서 쉴 겸 사진을 좀 찍었네요.

 

경치가 좋은 곳도 가끔씩 나오고 지나가던 라마 스님들도 응원을 해 주곤 하는데 전체적으로는 힘이 너무 듭니다.

 

확실히 해가 뜨는 시간에 자전거를 타야지 해가 지는 시간에 자전거는 탈 게 못 되는군요.

 

힘든 고개를 만나 어렵게 오르는데 상태가 좋지 않은 차가 지나가다가 매연을 쏟아내면 정말 왜 이 짓을 하는지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산은 곱고 하늘은 참 맑았습니다.

 

한 고개를 넘으면 나올 까 저 모퉁이를 돌면 나올까 하면서 헐무까지 가는데 참 멀기도 멀더군요. 

 

 

결국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에야 비로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산이 높은 동네는 해도 늦게 뜨고 일찍 지지요. 

 

 

이 마을에도 큰 라마 절이 있어서 티벳 마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내일 갈 석거(石渠) 이정표도 있구요.

 

일단 73 km라는군요.

 

일단입니다.

 

이게 내일 웃겨준다는.

 

 

 

마을은 큰 길을 따라 형성이 되어 있는데 식당은 많아도 숙소는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한 곳은 길가에 접한 방이라서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아 패스.

 

그 다음 숙소는 길 아래라서 괜찮은데 너무 비싸게 부릅니다.

 

 

 

탱이님이 흥정을 하는 중에 다른 친구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데 한국인이라고 하니 모두들 급 친절 모드로 갑니다.

 

그래서 내가 숙소 금액을 20원 깎으니 좋답니다.

 

한국 사람은 친구라고.

 

더 깎을 걸 그랬나?

 

저녁은 숙소를 같이 운영하는 사람이 하는 식당에서 무슨 면 요리를 시켜 먹습니다.

 

 

나는 면은 거의 남기고 면에 섞인 채소, 탱이님은 채소는 거의 남기고 면만 다 먹는 결과를 보니 좀 재미가 있었네요.

 

 

여기도 회족 식당이었습니다.

 

저녁인데도 밥이 없다더군요.

 

어두워지니 숙소는 발전기를 돌립니다.

 

 

아마도 지진 피해로 전기 시설이 파괴가 되어 아직 복구가 안 되었나 봅니다.

 

12시까지 전기를 공급한다고 해서 우리는 10시까지만 하라고 합니다.

 

허름한 방이 100원이라고 해서 비싼 생각이 들었는데 발전기를 돌리는 것을 보니 비싸게 치는 것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뒷바퀴는 또 바람이 좀 빠져 있습니다.

 

일단 가득 채워보는데 아무래도 내일 확인을 해서 펑크가 확실하면 내일 때워야 되겠네요.

 

오늘은 이동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몹시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3명이 이동을 하다가 1명이 줄어드니 허전하네요.

 

오후 자전거로 이동을 할 때 서녕 가는 침대 버스들이 많이 지나갔는데 그 중 하나를 타고 우리 친구들이 갔다고 생각하니 한편은 부럽기도 하고 한편은 허전하기도 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