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 월요일
역시 펑크였어요.
실 펑크가 난 것이지요.
아침 식전부터 서둘러 펑크를 때웁니다.
뭐 간단하지요.
여기야 대야에 물까지 있으니 그냥 패치로 살짝 튜브를 감싸주면 상황은 끝~~~
그런데 자전거 핸들에 매여 있던 라이트가 없어졌습니다.
제대로 사용한 적도 없어서 새 거나 마찬가지인데 누가 꼭 필요한 사람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핸들에 라이트를 거치할 수 있는 장치는 그대로 있네요.
사실 라이트가 없으면 거치대는 아무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지요.
해서 그것도 빼내어 창틀에 놓아둡니다.
그것도 필요하면 가지고 가라고.
나에게 필요 없는 것이 남에게는 꼭 필요한 것일 수 있지요.
야영할 일이 없고 중국 천지에 전기 안 들어오는 곳이 없으니 라이트는 별 필요가 없었답니다.
없어진 것이 있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날이 정말 좋았거든요.
이제 오늘은 정들었던 청해성을 떠나 사천성으로 넘어갑니다.
사실 서녕에서 옥수까지의 길은 그렇게 경치 좋은 곳도 없었고 또 교통량이 너무 많아서 티벳 다움을 느끼기에는 한 10%정도 부족했거든요.
어제 만났던 독일 자전거 여행자도 이 구간부터는 너무 환상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기대가 클 수밖에요.
그래도 청해성을 여행하면서 여러 가지 소득은 있었습니다.
따뜻한 사람들, 화석협 근처의 아름다운 경치.
그리고 중국 길바닥의 트럭은 동풍(東風) 트럭이 꽉 잡고 있다는 사실.
어제 식당에서 어제 먹었던 음식을 어제처럼 먹습니다.
다시 면을 밀어내고 면에 섞여 있는 채소들만..
잘 먹어야 되는 것인데.
석거로 가는 삼거리는 조금 내려갑니다.
처음부터 오르막은 아니니 좋군요.
탱이님은 길 초입에서 길 상태에 대해 동네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당분간 평지 그리고 오르막이 한참이라는군요.
그런데 차로 이동하는 사람의 감각은 자전거와는 달라 완전히 믿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가보니 계속 완만한 오르막이었어요.
길가에 집들은 마치 대전차 방벽같은 외벽을 치고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바람이나 외적의 영향이 아닐까 싶은데 이유가 뭘까요?
이쪽은 지방도입니다.
S307.
확실히 교통량이 적네요.
버스나 트럭은 거의 없고 간혹 오토바이만 지나가는 정말 한적한.
그런데 경치가 심상찮습니다.
초원의 풀 깊이나 냇가의 모습이 정말 이제까지 왔던 길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 유명한 옥수 초원은 이 동네다 라고 말해주는 듯하네요.
버스가 한 대 지나갑니다.
버스를 이용해서 이쪽으로 갈 사람들은 아침부터 죽치면 탈 수는 있겠어요.
칭다(稱多)에서 석거로 가는 버스였는데 아마도 옥수에서도 있지 않을까요?
옥수에서 확인은 안 했는데 다른 동네 가는 버스 터미널은 서녕 가는 버스 터미널과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어요.
그 밖에 소형 미니버스는 좀 있었습니다만 요금이 좀 비싸요.
이것도 아침 일찍들 출발하니까 전 날 확인해서 이동을 준비해야 할 거예요.
거의 동쪽 방향으로 이동하던 길은 북동쪽으로 방향을 틉니다.
경사는 좀 더 세지고.
여기 주변도 온통 꽃밭입니다.
빨간 꽃, 노란 꽃, 보라색 꽃.
뒤돌아보면 높은 산과 그 아래 초원 그리고 야크를 방목하는 티벳 사람들의 천막.
정말 그림입니다.
윈도 시작 화면은 여기서 찍었더군요.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앞으로 보이는 고갯길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던 게죠.
구불구불.
이런 이런.
그래서 미리 결론을 냅니다.
차를 잡아타고 올라가자.
탱이님에게 의견을 전달하니 우리의 탱이님은 단호하게 "NO".
할 수 없네요.
여기부터 따로 움직일 수밖에.
그래서 나는 여기서 차를 잡아타고 정상에 올라가마.
그리고 정상에게 올라오기를 기다리겠다.
탱이님은 그것도 반대입니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3시간 넘게 걸릴 듯한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으니 그냥 가세요.
그리고 석거에서 호텔을 잡아 놓고 기다리세요.
호텔 이름은 문자로 넣어주시고요.
그래서 그렇게 하도록 합니다.
참 쉽죠잉~~~
일단 차를 잡아타고 올라가기로 결정을 하니 이제 한 바퀴도 밀고 올라가기가 싫어집니다.
그래서 탱이님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이동을 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마땅한 차가 오기를 기다리지요.
그런데 신기하지요?
점심때라서 차들의 이동이 적을 것이라고 탱이님이 말을 했는데 정말 얼마 되지 않아 승합차 한 대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라는 것이 최대한 불쌍하게 보이는 것이니 그대로 실행을 합니다.
일단 차를 세웁니다.
정말 서는군요.
부부가 타고 있는 소형 승합차인데 뒷 칸은 공간이 널널한 편입니다.
됐다.
요놈으로 밀고 가자고.
따오(到) 산커우(山口).
칭, 칭,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뭐라 하는데 여기서 포인트.
“나는 한국인이야 잘 못 알아들어.”
“따오(到) 산커우(山口).”
뭐라 합니다.
아마도 화물칸이 적어 네 자전거를 실을 수 없다는 말 같았어요.
그래서 뒷문을 열어달라고 합니다.
뒷문 쪽으로 이동해 표정 연기로.
열어 주네요.
그러면서 안 된다는 말.
여기서 자전거 앞바퀴를 얼른 뺍니다.
그랬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오.”
됐네요.
자전거를 뒤에 싣고 덩달아 나는 운전석 뒤의 자리에 올라탑니다.
간단하네요.
가볍게 오르는데 탱이님이 천천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탱이님의 의견을 물으니 그냥 간다고 그래서 우리는 고개 정상으로 이동을 하지요.
운전기사 아저씨가 묻습니다.
“저 사람 남자야 여자야?”
아마도 탱이님 헬멧 뒤로 나온 긴 머리가 성별 분간하는 것을 방해하나 봅니다.
내가 여자라고 했더니 막 화내는 표정을 짓습니다.
너는 남자인데 어떻게 저 여자를 남겨 놓고 너만 갈 수 있냐고.
그래서 농담이다 사실은 남자다 라고 말을 합니다.
중국어가 유창하다고요?
아닙니다.
단순히 그 기사 아저씨가 허공에 쓴 男, 女 두 글자만 가지고 이루어진 대화랍니다.
구불구불 엄청나게 오릅니다.
정말 자전거로 올라 왔더라면 3시간은 올라야 될 거리였군요.
조그만 생각이 납니다.
이렇게 고마운 사람들에게 얼마를 주어야 할까?
부부는 나에게 뭔가를 계속 물어보지만 내가 알아듣지를 못하니 더 이상 대화를 포기하고는 자기들만의 세상에 집중을 합니다.
그래도 서로 전달한 것은 한국인이다, 한국은 좋다, 이들은 티벳 사람이라는 거.
자기들은 석거까지 간다고 거기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더군요.
거리가 멀다고.
원(遠).
이 말이 그 표현의 다입니다.
그래서 나는 자전거로 석거로 가고 싶다고 합니다.
돌고 돌아 정상에 섰습니다.
생각보다 높은 고개였네요.
4,700m.
이번 티벳에서 넘은 고개 중 랭킹 2위입니다.
안파랍산(安巴拉山) 고개입니다만 이름이 조금 복잡하지요.
원래 안파랍까지가 고개 이름인데 랍은 라라고 읽으니 티벳 이름은 안파라 정도가 되겠네요.
아님 다른 이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사 아저씨에게 줄 돈은 50원을 준비하였습니다만,
내용이 길고 이 고개부터는 사천성으로 들어가니까 사천성 여행에서 계속할랍니다.
계속되니 기다리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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