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서 통일전망대까지 輪行記

주문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4

정안군 2011. 9. 10. 12:46

4. 남애 해수욕장 언덕 옛 근무지에서 삼팔선 휴게소까지

 

다시 길을 나선다. 

 

 

인구리 쪽으로 조금 진행하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건너편으로는 죽도가 보이는 광진해수욕장이 있는 작은 마을.

 

이쪽 방향으로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상병과 함께 이쪽 해안으로 근무를 나왔을 때 이 동네 살던 여고생이 우리 참호를 찾아 왔었다.

 

그리고는 나만 남겨두고 상병은 잠시 외출(?)을 하고 왔는데, 혼자 남겨둔 것이 미안했던지 일 년 후 자기가 제대하게 되면 인수인계를 철저히 하겠노라고.

 

그런데 그 상병보다 내가 먼저 군복을 벗었으니 인수인계는 관계가 없게 되었다.

 

그 때 그 여고생은 뭐하고 살까?

 

그리고 그 여고생을 인수인계 대상으로만 생각하던 그 상병은 또 뭐하고 살까?...

 

인구리를 지난다.

 

삼척 연대에서 강릉을 거쳐 직행을 타고 인구리에서 내렸는데, 우리 동기 모두들 순진해 훈련소에서 공갈 협박에 속아 모든 돈을 집으로 보내 돈 한 푼이 없었었는데 한 친구만 돈이 있었다.

 

나중에 월급을 타면 갚기로 중대 전령이 보증을 서서 한 중국집에서 볶음밥을 먹었는데.

 

그 때 먹은 볶음밥은 이 세상 음식이 아니었다.

 

마치 천국에서 먹을 수 있는 환상적인 맛이었던 거.

 

씹을 것도 없고 입 안에서 살살 녹았던 그 볶음밥. 

 

 

지금도 이 동네 중국집에서는 그렇게 맛있는 볶음밥을 만들고 있을까?

 

인구리는 죽도가 아름답다.

 

그 죽도에서 이름을 딴 죽도 해수욕장이 있고.

 

 

우리 중대 2소대가 근무하던 작은 언덕도 보이네.

 

 

 거기서 작은 언덕을 오르면 삼팔선이 나온다는.

 

육이오 때 이 근처 어딘가에서 우리 국군 아저씨들은 대기를 하다가 선을 넘어 북으로 갔을 게다.

 

그 돌파한 날이 10월 1일 국군의 날로 정해졌다지?

 

여기를 넘으면 한 때 북쪽의 지배를 받던 땅이다.

 

그 작은 언덕 너머에는 한 동안 그 유명했던 삼팔선 휴게소가. 

 

 

삼팔선 휴게소는 옛날보다는 장사가 조금 덜 되는 듯하다.

 

아무래도 고속도로가 뚫리고 조금은 한산해졌겠지.

 

몇 몇 젊은이들이 서핑에 나선 모습이 보이는데 파도가 높지 않아 왠지 흥이 나 보이질 않는다.

 

여기서 집사람이 싸준 김밥을 먹는데 그 맛이야 말하면 입 아프다.

 

5. 삼팔선 휴게소에서 속초 청호동까지

 

날이 무척이나 덥다.

 

넓다란 4차선 도로 달리기는 별 재미가 없지만 별 수가 없으니.

 

 

도로 표시에서 AH라고 쓰여있는 것은 아시안 하이웨이를 뜻하나?

 

해수욕을 해도 괜찮은 날씨이지만 동해안 모든 해수욕장은 모두 폐장을 했다고.

 

사고 나면 책임지지 않는다고 해수욕장에 들어가지 말란다고 간판에다 공갈을 쳐 놓았다.

 

하조대를 지나고 작은 언덕들이 이어지는 길을 달리다보면 양양국제공항이라는 표시가 가끔씩 눈에 띤다.

 

지방에 공항을 만드는 것은 여기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효율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말이 국제공항이니 국제적인 것은 생략하고라도 국내용 비행기라도 있을까?

 

2008년도에 양양 김포 간 국내선이 끊긴 뒤 그냥 기능을 못하다가 대만 간 전세기를 띄워 숨통을 트려고 하는 가 본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되는 것 같다.

 

하긴 돈 지랄하는 것이 이 공항뿐이랴? 

 

 

이 양양국제공항휴게소에서 7번 국도를 벗어나 한적한 지방도를 달린다.

 

 

아마 차량 통행이 거의 없었던 도로인데 강릉에서 속초 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보니 확, 포장 공사에 들어간 듯.

 

중간에 비포장도로가 나오는데 한참 공사 중이다.

 

이 동네에서는 만만치 않은 고개를 넘지만 티벳에서 보던 고개를 생각하면 유치원생 수준도 아니고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래도 이 고개를 넘으면 신나게 내리막이 이어지는데 요트가 점점이 떠있는 것을 보니 요트 타기에는 이 동네가 명소인가 보다. 

 

 

 

 

선사유적지가 있는 오산리가 나온다.

 

습지가 있고 앞에 바다가 있으니 옛날 사람들도 살기가 좋은 곳으로 생각했나보다.

 

움집을 보고 있노라면 저런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일단 집 걱정은 없었겠다는 생각이.

 

물론 다른 고민이 있었겠지만.

 

고민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어쨌든 물이 다 떨어졌던 나는 이곳에 설치된 수도에서 나오는 물로 빈 병을 채운다.

 

이래서 물에 대한 고민은 없어졌다. 

 

 

멀리 설악산이 보이는 곳에서 예쁜 다리를 건넌다. 

 

 

어디가 강이고 어디가 바다여?

 

 

이 다리는 남대천에 걸쳐 있는 다리인데, 남대천은 바다와 만나는 부분이 간신히 길이 트여 있어서 호수가 아님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낙산 해수욕장을 지나고 낙산사를 지난다.

 

언젠가 큰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낙산사는 말끔히 복구를 해서 옛날의 풍광보다도 더 좋아졌단다.

 

나눔과 베품의 미덕으로 지역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하나 오늘은 절 구경하는 것이 아니니 구경은 그냥 생략하고.

 

멀리 설악산 산군이 보이기 시작한다.

 

날이 좋아 실루엣이 잘 보이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선으로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정암리 직전사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설악산 아래 아름다운 폐사지라고 하는데.

 

가보고는 싶지만 오늘은 그냥 생략.

 

 

 

 

 

물치에서는 22사단 신병교육대 가는 길이 보인다.

 

22사단은 동경사가 바뀐 부대라고 하니 우리가 훈련받았던 장신리 신병 훈련소는 더 이상 그 기능을 하지 않는가 보다.

 

그러고 보니 내일 통일전망대에서 다시 속초로 돌아오는 것보다 진부령을 넘어가 인제나 원통에서 원주로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포를 지나면 작은 언덕, 이 언덕을 넘으면 얼마 가지 않아 아바이 마을인 청호동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하지만 이 길을 따라 들어가 보면 오징어순대 파는 집들이 많다는 것 말고는 별 특색은 없어 보인다.

 

하긴 여기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온 나라 온 동네가 특색이 없어진지 오래 되었으니.

 

그냥 보통 동네인데 이 동네는 갯배가 유명하니 그거나 한 번 타보야 쓰겄다. 

 

 

 

 

 

 

 

 

 

해서 찾아보는데 갯배 가는 길이 조금은 요상하다.

 

바다를 건너는 다리를 건너는데 갯배는 어디 있나 싶어도 그 다리를 건너야 갯배를 만난다. 

 

 

 

 

 

 

 

갯배 타는 장소는 다리에게 좋은 자리를 빼앗기고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것 같다.

 

속초 중심가인 코 앞 동네까지 다니는 갯배는 일인당 200원이란다.

 

자전거도 200원

 

모두 합해 400원을 내고 건너편으로 이동을 하는데.

 

이 동네 사람보다는 일삼아 구경 온 구경꾼들이 더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다시 또 와서 다 보고 싶을 정도로 명소인 것은 아니니 크게 관광 차원으로 크게 활성화되지는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