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천 2011 여행

18-1. 동티벳, 자전거 그리고 강정(康定) 1

정안군 2011. 9. 20. 09:10

 

8월 5일 금요일

 

허름하기는 하지만 주인장의 따뜻한 배려로 따뜻하게 자고 나니 몸이 가볍네요.

 

또 긴 이동을 준비합니다.

 

 

흠...

 

사진으로 보니 좋아보이네요.

 

역시 몸보다는 마음입니다.

 

이제 마이강은 다음 기회로 넘기고 로곽을 거쳐 강정으로 가는 일정만 남았습니다.

 

이 색달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로곽으로 일보러 다니고(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닐 일도 없겠지만) 마이강이나 위쪽으로는 교통편이 거의 없어 왕래가 거의 없는 듯합니다.

 

나중에 얻은 정보로는 이 색달에서는 청해성 반마(班瑪 Baima)로 연결되는 도로가 있고 이 반마에서는 달일(達日 Darlag)이나 구치(久治 Jiuzhi)로 갈 수가 있군요.

 

달일에서는 길게 서녕(西寧)으로 갈 수가 있고요, 구치에서는 감숙성 마곡(瑪曲 Maqu)을 거쳐 합작(合作)로 해서 난주로 빠질 수가 있기는 하네요.

 

이것은 늦은 봄이나 여름 그리고 이른 가을까지 그러니까 눈으로 길이 막히지 않을 때만 다닌다고 하니 확인이 필요하겠고요(밑줄 쫙).

 

언젠가 여유가 있으면 천천히 가보고 싶기는 하지만,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할 듯합니다.

 

이것은 나중에 돌아와서 얻은 정보이고 이때는 마이강이나 로곽으로 빠지는 것만 생각했었죠.

 

이제 마이강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아서 그냥 로곽이 당첨입니다.

 

아침을 먹고 광장 길가로 나오니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을 섭외하여 강정까지 가기로 하고 자전거를 뒷 트렁크에 넣습니다.

 

요즘 내 자전거 신세가 좀 처량하군요.

 

길을 달려야 할 자전거가 매번 차에 실리고 지붕에 올라가고 하니 말이죠.

 

뭐든지 자기 역할이 있는데 그 역할에서 벗어나면 이렇게 신세가 고달파지나 봅니다.

 

잠시 후 한 곳을 들려 짐을 잔뜩 싣는데 너무 하다 싶었더니 뒷자리는 우리 2명만 앉게 해준다는군요.

 

사실 짐이 자리로 넘어와서 그것도 불편했지만요.

 

 

 

이 짐의 주인공들은 상당히 터프해 보이는 사내들입니다.

 

큰 보따리는 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무슨 약재로 보입니다.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해보았는데 결론은 남자에게 무척이나 좋은 것이라고.

 

산수유인가?

 

확실히 말이 안 통하니 답답하기는 합니다.

 

이들은 머리 장식이 독특한 남자와 가채를 쓴 남자 2명해서 모두 3명인데 정말 힘깨나 쓸 타입입니다.

 

이들 모습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누볐던 인디언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탱이님이 이들은 티벳인들 중 무슨 종족인가로 실제 그런 모습이 강하다더군요.

 

하여튼 전투병의 모습이랄까 이런 모습이 진하게 나오는 이들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순박했습니다.

 

담배는 전혀 피우질 않고 농담도 잘 받아주고 아주 좋은 사람들이더라고요.

 

이들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고 했더니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내 사진도 꼭 찍어준답니다.

 

그래서 퍽이나 드문 내 사진이 담깁니다.

 

차는 출발해 우선 불학원 쪽으로 달립니다.

 

이 길은 이제 왕복 2번째군요.

 

도시를 벗어나 탑이 있는 곳에서 우리랑 같은 차를 탄 티벳 사람들이 모두 내립니다.

 

 

이른바 탑돌이를 하는군요.

 

아마도 긴 여행에 무사 귀환을 빌겠지요?

 

이들에게 코라를 아냐고 물어보니 모르네요.

 

성산이나 성지를 도는 것이 '코라'라고 알고 있는데, 이 코라는 어디 나라 말일까요?

 

그리고는 다시 출발하여 불학원을 지나갑니다.

 

다시 올 일이 있을까요?

 

한참 가다보니 경치 좋은 곳이 나타나네요.

 

일부러 차를 세우고는 우리보고 사진을 찍으랍니다. 

 

 

 

 

아래로 습지가 펼쳐지는데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초원에 검정깨 같은 모습으로 야크가 점점이 박혀 있네요.

 

역시 물이 있어야 경치도 사네요.

 

물론, 사람도 살고 야크도 살고요.

 

 

역시 초원은 해가 있어야 참 모습이 나옵니다.

 

게다가 이처럼 물까지 있으니 정말 금상첨화입니다.

 

다시 진행을 합니다. 

 

 

초원에는 꽃들이 가득이네요.

 

올 때에는 어두워져서 그냥 지나갔던 도로입니다.

 

엊그제 여기 올 때 길이 막혔던 곳도 오늘은 무사통과입니다.

 

오늘은 비도 안 오고 날이 좋으니 무너져 내릴 일도 없겠지요.

 

그러다가 마이강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을 하네요.

 

저번에는 비도 오고해서 인지 가로대가 없더니 오늘은 가로대가 놓여 있고 공안의 검문이 있습니다.

 

좋은 기회라서 내려 여기저기 사진을 찍습니다. 

 

 

여기도 게사르가 나오는군요.

 

게사르 문화 예술의 고향 색달...

 

이 동티벳은 전설의 영웅 게사르를 빼놓으면 인물이 없나요? 

 

 

우리가 타고 온 차입니다.

 

 

한 명을 더 태우려고 노력하는 기사.

 

 

마을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그러나 실제 가까이 가보면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요.

 

역시 여자와 도시는 멀리서 봐야 한다는.

 

 

삼거리 이정표입니다.

 

 

마이강으로 가는 길이지요.

 

'갈 수 없는 길'

 

탱이님은 여기서 내려 지나가는 트럭을 잡아타면 마이강을 갈 수 있을 거라는 말을 해봅니다만 요금을 다 지불했으니 괜한 소리가 되지요.

 

여기서 운전기사는 한 사람을 더 태우려고 했고, 그 사람이 우리 자리로 밀고 들어오려고 해서 소리를 막 질러 내쫓습니다.

 

그랬더니 결국 운전기사와 자리를 나누는군요.

 

원래 처음 계약 상 맨 뒤는 우리 2명만 타기로 했으니 운전기사도 별 말을 못합니다.

 

하여튼 중국은 상상 이상의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는 나라지요.

 

다시 출발해서 이제 고개를 오릅니다. 

 

 

 

 

 

 

확실히 날씨가 좋으니 뭐든 좋군요.

 

정상에 도착을 하니 티벳 친구들 모두 내려 ‘오로쇼’라고 외치네요.

 

우리보고도 그렇게 하랍니다.

 

이 친구들에게 고개 이름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노카산(老卡山)이라는 것 같았습니다.

 

티벳 정서를 좋아하는 탱이님이 그것은 중국 이름이 아니냐고 그것 말고 ‘라’로 끝나는 고개이름 그러니까 티벳에서 고개를 뜻하는 ‘라’로 된 고개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루울라’라고 하는군요.

 

그렇지만 그것이 확실하고 맞는 발음인지는 잘 확인은 안 되는군요.

 

그리고 다시 출발을 했는데 탱이님은 앞자리로 가서 이 티벳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그래서 그 대신 한 친구가 뒤로 와서 나와 함께 가게 되지만 말이 통해야 말이죠.

 

서로 몇 번을 말을 걸다 그냥 서로 웃으면서 ‘팅부동’으로 결론을 냅니다.

 

그 흔한 말 ‘팅부동’

 

그런데 그 친구가 뭔가를 품에서 꺼냅니다. 

 

 

그리고 보여주는데 예쁜 구슬이네요.

 

자꾸 사진을 찍어보랍니다.

 

혹시 팔려고 그러나 생각했는데 그것은 아니고 아마 부적처럼 들고 다니는 모양인데 예뻐서 나에게 자랑하려고 그랬나 봅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도 이런 비슷한 돌 구슬이 있어서 별로 신기하지는 않았어요.

 

그 대신 손톱이 신경 쓰이더군요.

 

내 손톱깎이를 건네주고는 손톱을 깎으라고 합니다.

 

잘 깎네요.

 

그리고는 다른 친구에게도 권하니 왼쪽 손톱만 깎고는 그만 둡니다.

 

더 깎으라고 해도 웃기만 하더군요.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손톱이 길어야 되는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손톱깎이는 그 친구에게 선물로 줍니다.

 

처음에는 받지 않으려고 해서 집에 가 아이들 손톱을 깎아주고 사랑하는 아내도 손톱 정리해 주라고 하니 빙그레 웃네요.

 

굳이 안 받는다는 것도 아니어서 다시 권합니다.

 

사실 우리 집에 가면 흔해 빠진 게 손톱깎이지만 이들에게는 필수품이면서 귀중품 같아서요.

 

그랬더니 받아서 품에다 고이 넣네요.

 

플래시에 이어 티벳 사람에게 주는 두 번째 선물입니다.

 

이렇게 내가 가지고 있던 소소한 것들은 다시 가져갈 것 없이 그냥 티벳 사람에게 줘야 되겠습니다.

 

거의 4시간 걸려 다시 로곽으로 돌아 왔습니다.

 

같이 온 이 친구들은 강정으로 같이 가나 했더니 여기서 내린답니다.

 

친해져서 재미있게 왔는데 작별이군요.

 

이들은 우리를 식당 앞에 내려놓고는 밥 먹고 있으면 다시 돌아온다고 하고 가버립니다.

 

혹시 차 넘버를 찍어 놓습니다. 

 

 

 그리고는 장씨네 식당에 들어가니 주인장 부부 반가워죽습니다. 

 

 

 

내가 주인과 친구하자고 했었거든요.

 

다시 볶음밥으로 요기를 하는데 여전히 등장하는 부대가 있네요.

 

거지들.

 

두 번 보는 이들이라서 반갑기까지 하네요. 

 

 

여전히 스님들 모습도 많고요.

 

밥을 먹고 난 뒤, 차가 왔는데 뭔가 이상하네요.

 

그러니까 우리와 자전거는 다른 차가 강정까지 데려다 주는 거.

 

실용적이겠지요?

 

자기는 우리 두 명 때문에 강정에 갈 수는 없으니 우리를 대신 다른 차로 넘긴 거죠.

 

2대가 가는 모양입니다.

 

한 대는 우리만 타고, 자전거는 감자에서 여기올 때 타고 온 그 아줌마 차에 싣는군요.

 

우리 자전거와 그 차와의 인연이 깊어요.

 

그리고는 두 번 만난 장씨네 사장과도 이별입니다.

 

아마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