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출발입니다.
길이 엉망이라더니 정말 그러네요.
초입부터 비포장에 먼지 오늘 고생깨나 하게 생겼습니다.
거기다 이제까지 만난 적이 없었던 같은 승객으로 골초 일당과 조우하는군요.
옛날 고전에 속했던 그런 방식입니다.
한 놈이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담배를 빼서 차 안의 모두에게 돌리고 사이좋게 함께 피는 방식.
으~~~
여기서 도부(道孚)까지는 아롱강(亞壟江)을 따라 내려가기 때문에 고개는 없답니다.
그런데 최악의 길 상태로 엄청난 고난의 시간이었습니다.
길가 경치는 좋은데.
마치 '나의 살던 고향은'로 시작하는 고향의 봄의 배경같습니다.
주변 경치는 이렇게 좋은데 그 놈의 길이 원.
게다가 우리 자전거를 실은 차는 고장이 나 중간에 서버렸어요.
그래서 그 차에서 내려 자전거를 앞, 뒷바퀴를 빼고 간신히 우겨 넣는데 차가 괜찮아졌다네요.
그래서 다시 자전거를 조립해 그 차에 싣고는 일단 다시 출발을 합니다.
먼지, 먼지 엄청난 먼지.
시속 20km의 속도.
길가로는 농지가 그 푸른 빛을 더해갑니다.
확실히 지대가 낮은 곳으로 내려왔군요.
길이 언제 이렇게 되었을까 탱이님이 추축하기를 옥수 지진으로 화물차가 망가트렸을 거라는.
가끔씩 포장 공사를 하던데 몇 년이 지나면 멋진 도로가 될까요?
제번 큰 도시인 도부를 지나니 길 상태는 더 심합니다.
그나마 도부를 지나 송림구(松林口)라는 긴 고개를 넘는데 사단이 났습니다.
차가 올 스톱이네요.
아줌마가 아들을 데리고 길 정리에 나섰네요.
이 지역 주민인 듯 한데 이렇게 가까운 마을에 사는 주민이 비상시에는 나서나요?
사단은 큰 트럭이 고장 나 서있는데 그 차 때문에 모든 차들이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것입니다.
공사중이라서 일차선으로만 왕복 통행하고 있는데 그 일차선을 꽉 막아 버린거죠.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더니 불도저가 가서 옆으로 길을 다시 내더군요.
그래서 우리도 통과를 기다리는데 운전기사가 차를 돌립니다.
같이 온 승합차이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다시 고개를 내려오니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차가 퍼져 있습니다.
다시 내려지는 자전거.
참 오늘 사연도 많습니다.
어쨌든 한 동네에서 사진을 찍을 시간은 생겼네요.
각카촌에서 벌어진 일이었군요.
'카'가 'Ka'가 아니고 'Qia'라고 발음이 되는 모양이네요.
확실히 산의 모양도 달라졌어요.
더 이상 초원은 없다는 거.
이 동네 주위의 집들은 지붕 네 귀퉁이가 야크 뿔처럼 조금씩 들린 것이 특징이라는군요.
마징가 Z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송아지도 왠 일인지 궁금했나 봐요.
이제 함께 달리던 두 차는 한 차로 줄어 우리와 한 몸이 된 자전거를 싣고 달립니다.
그 고장난 차에는 환자로 보이는 사람을 태웠던데 그래도 우리 차에 공간이 없으니 방법이 없군요.
다시 내려온 고개를 오릅니다.
워낙 좋지 않은 길 상태가 공사까지 벌어지니 그 길 상태는 뭐 말 안 해도.
이걸 길이라고 해야 되나?
‘길이라도 좋다 아니라도 좋다’ 그런 말이 생각나는 길이군요.
길옆은 초원으로 예쁘고 멀리 설산도 보이고 가끔씩 나오는 절의 모습도 괜찮은데 길이 너무 합니다.
그런데 그 설산은 아랍설산(雅拉雪山)이라는군요.
정말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습니다.
그 자태가 예사가 아니던데 이리 저리 미루다가 사진을 찍을 기회를 그만 놓쳤네요.
하긴 멀어서 망원렌즈로 가까이 모셔 오지 않으면 내가 가진 똑딱이 카메라가지고는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을 거지만요.
정말 제대로 된 사진기가 있었더라면 작품 하나 건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게를 줄이는 자전거 여행자의 숙명이랄까 이런 생각을 하면 그냥 똑딱이를 가져 온 것이 잘 했다는 결론입니다.
도부를 지나고 점점 어두워지는 가운데 어렵게 팔미(八美)에 도착을 합니다.
팔미까지 오는 차의 속도는 탱이님이 자전거로 여행할 때의 속도와 비슷하다는군요.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이 사이 경치는 정말 환상인데 몸과 차와 길 상태가 따라 주지 않으니 정말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팔미는 갈림길입니다.
탱이님은 우리가 갈 방향이 아니고 단파(丹巴)라는 동네 쪽으로 갔다고 하네요.
큰 고개가 나오는데 한참을 그 고개를 오르면 60km가 넘는 내리막이 있었다는.
어쨌든 3,000m가 넘는 고원지대는 이제 오늘로 땡입니다.
팔미를 지나면서는 이제 아주 어두워집니다.
다행히 길 상태가 너무 좋네요.
완전 극과 극의 체험입니다.
날이 추워지니 창문을 굳게 닫는데 담배 골초들은 담배를 쉴 생각이 없네요.
정말 환장하고 미칠 뻔했습니다.
길은 좋은데 정말 일행이 그렇군요.
하도 신경질을 내니 옆에 앉은 젊은 친구는 조심을 하는 것 같기는 한데 뒤에 앉아 있는 아저씨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엄청난 시간을 운전하는 기사도 이제 피곤을 이기려고 담배를 더 피우는 것 같았고.
그나저나 이 운전기사도 대단하네요.
벌써 10시간이 넘어서 운전을 계속하는데, 물론 벌이는 괜찮아 보이는데 이렇게 계속하면 몸이 얼마나 오래 견딜까 싶습니다.
잠깐 용무를 볼 때말고는 계속 운전을 하고 오는 것을 보니 참~~ 돈이 뭔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깜깜한 한밤중 신도교(新道橋)라는 곳을 지나칩니다.
길 안내판을 보고 알 수 있지 도시를 통과하거나 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신도교는 성도에서 거리도 멀지 않고 티벳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서 많이 알려진 곳이지요.
하지만 이미 어두워진지 오래여서 주위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습니다.
오고 가는 차량도 별로 없고요.
길은 포장 상태가 아주 좋은데 차가 역량 부족인지 아무리 속도를 내도 70km를 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안전 운행이군요.
그러던 중 안개가 짙어지고 뭔가가 서있는 곳을 지납니다.
고갯마루 안내석을 보더니 절다산(折多山) 고개를 지난다는군요.
이 근처는 안개가 얼마나 짙은지 시계가 거의 제로입니다.
강정에서 이 절다산 고개를 넘으면 티벳에 들어 온 거라고 하네요.
물론 강정부터 티벳 분위기인 것은 맞지만 그곳은 교역의 중심지였고 절다산을 넘으면서 제대로 된 3,000m이상의 티벳의 초원이 펼쳐지는 거죠.
그리고는 내리막입니다.
정말 한참을 내려갑니다.
60여km를 내려가니 오늘의 목적지 강정(康定)이군요.
한참을 도시 사이를 누비며 빠져 나가더니 어딘가에 우리를 내려 줍니다.
밤 12시가 다 된 시간이니 어디 숙소를 고를 여지도 없습니다.
그냥 삐끼를 따라 바로 앞 일인당 30원이라는 숙소에 들려 짐을 내려놓고는 저녁 식사를 합니다.
12시가 넘었는데 숙소 근처에 다행히 음식을 파는 곳이 있더군요.
거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공심채까지 있답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갑니다.
오늘도 정말 강행군이었네요.
후~~~
이제 성도가 코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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