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출발하자마자 막히고 곧 이어 비포장이 이어집니다.
길 상태는 좋지 않지만 그 여선생과 우리나라 학교 실정, 중국 학교 실정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심심하지 않군요.
게다가 버스 상태까지 좋으니 이러든 저러든 상관이 없습니다.
탱이님 뒷자리에 앉은 꼬마 숙녀는 우리가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 죽네요.
자기도 뭔가 말을 붙여 보고 싶은데 그게 어려운 가 봅니다.
그러다가 ‘신화’라고 쓰인 자기 핸드폰을 보여주는군요.
한글이 예쁘기는 예쁜 가 봅니다.
그것보다도 국력이 올라가니 한글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것이겠지요.
‘대도하(大途河)’라고 들어보셨나요?
홍군 장정 중 좀 과장해서 표현되는 대도하 도하 작전이 벌어진 그 강이지요.
성도가는 길은 바로 그 강을 따라 갑니다.
이 여선생도 그 유명한 강이라고 말해주는데, ‘중국의 빛난 별’이라는 책을 아는지 물어보니 모른다는군요.
로정(爐定)은 그 때 배경이 된 쇠다리가 있는 동네인데, 이 도시 조금 못 미쳐 댐 공사를 벌려 정체가 엄청납니다.
도로 상태도 개판이고.
이제 좀 문명사회로 나왔나 했더니 아직은 아니네요.
로정을 지나면 정체가 좀 풀리는데 그것도 얼마 가지 않습니다.
이랑산(二郞山) 터널을 앞두고 민생처리반까지 출동을 하는 것을 보니 이 동네에서 정체되는 것은 일상인가 봅니다.
옥수수, 사과 그리고 화초 장사까지 등장하는군요.
모두 내려서 한참을 사방 구경을 해야 할 정도로 차가 많이 밀립니다.
그래도 다행히 차가 선 곳은 전망대처럼 경치가 좋군요.
아래는 엄청난 협곡이고, 앞에는 터널까지 밀린 차들로 정말 장관이네요. ㅎㅎ
이 터널은 한 차로만 개방을 했고 또 중국인 특유의 ‘나 먼저 가기'를 적용하니 차가 꼬이고 엉망입니다.
강정에서 출발해서 이 터널을 빠져나와 중간 휴게소에 도착할 때까지 무려 5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이들이 운전하는 꼬라지를 보니 중국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돈만 많으면 선진국이 되나요?
우리도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했더니 이들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수준이 높더군요.
아무튼 터널을 빠져 나와 내려오면 계곡이 좋은 동네가 계속 나옵니다.
우리나라같으면 토종닭이나 오리를 파는 가든이 나올 동네이지만 워낙 넓은 나라이니 가끔씩 피서지 스타일의 동네가 나오는 정도네요.
휴게소에 도착을 해서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식사는 괜찮았어요.
작은 생선 위에 삼겹살 찜과 죽순을 이용한 요리인데 매콤하니 제법 맛이 좋더군요.
그냥 맘에 드는 요리를 골라서 먹고 있으면 주인이 와서 계산을 합니다.
26원이라니까 시골 밥집치고는 싼 게 아니군요.
그리고 공짜는 절대 아니에요.
그런데 여기 화장실은 정말 최악 워스트 10에 뽑힐 정도더군요.
내 옆 자리 선생님은 앞으로 4시간을 더 가야 한답니다.
그렇다면 7시나 되어야 된다는 말인데 청도 가는 비행기가 있을까요?
뭐 없으면 내일 간다니까 큰 걱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여기부터는 잘 흐릅니다.
그러다가 아안(雅安)에서 고속도로에 들어가는군요.
이제 산악지대도 끝났고 초원도 끝입니다.
물론 기온도 올라 내가 입고 있던 바람막이는 미친 짓이 되었어요.
조금 쌀쌀하더라도 강정에서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나오는 것이 좋았는데.
고속도로는 뭐 별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이제 어두워져 성도 시내로 진입을 하는데 성도의 사정이 많이 바뀌었군요.
그리고 우리가 도착할 신남문(新南門) 터미널 주변은 정말 천지개벽했습니다.
허름하고 왠지 촌스럽던 터미널 근처는 성도 최고의 번화가가 된 듯 합니다.
이 신남문 터미널은 그 유명했던 교통반점 옆에 있는데, 10년 전 성도에 왔을 때 이 교통반점에서 며칠을 묵어 낯익은 동네이지요.
하지만 위치만 대략 짐작이 갈 뿐이고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교통반점도 옛날 그 허름한 건물이 아니고 화려한 호텔 스타일로.
버스는 신남문 터미널 뒤편에 우리를 내려놓는군요.
날이 무더워 정신이 없습니다.
이 근처 여행사에서 비행기편을 알아봅니다.
청도행 마지막 9시 20분 비행기 좌석이 남았다는군요.
요금은 최성기답게 최고가입니다.
1710원.
후~~~
그래도 뭐 할 수 없네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버스 요금이나 다른 요금은 성수기라고 더 받는 경우가 없는데, 왜 비행기만 이렇게 요금 상황이 달라질까요?
싼 거야 좋지만 오늘처럼 비싸게 나오면 정말.
혼자 성도에 남으려고도 생각을 해보았는데, 이제까지 같이 온 탱이님과 이렇게 헤어진다는 것이 좀 거시기해서 청도까지 동행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여행사에서 정리를 왕창합니다.
긴 바지와 긴 옷은 중국 사회에 기증을 하고 자전거를 포장합니다.
그리고 반팔과 반바지로 갈아입는데 좀 살 것 같더군요.
온도가 30도가 훨씬 넘는지 정말 찜통에 들어온 기분이었어요.
이런 기온에 늦가을 복장을 하고 있었으니.
하긴 밤에 잠잘 때 전기장판이 필수인 동네에서 지내다가 찜통 한 복판으로 들어왔으니 안 더우면 이상하겠네요.
그리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남분북면(南粉北面)이라.
남쪽은 쌀국수, 북쪽은 밀가루 국수라는 거.
그러니까 이 두 가지를 다 한다는 거겠지요?
그런데 그런 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공심채까지 있었으니.
그런데 나온 공심채는 줄기가 너무 너무 두터웠어요.
이런..
그런데 탱이님이 갑자기 서두르자고 합니다.
시간 계산을 잘못 했다고.
얼른 공항에 가야 된답니다.
그러니 어떡해요.
먹다 말고는 바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는 기사에게 재촉하여 공항으로 날라 가는데 가다보니 시간이 그렇게 촉박한 것은 아니었어요.
성도 쌍류(双流)공항은 한 번 온 적이 있지만, 그 동안 모양이 바뀌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어요.
하기는 밤늦게 도착해서 숙소로 간 것이 10년 전 일인데 기억이 난다면 이상하겠죠.
공항에 도착해 자전거를 대형 화물로 넘기고 비행기를 타는데 우리가 마지막 자리네요.
그것도 탁 한 자리만 비어 있는 것을 보니 오늘 여러 가지로 커트라인에 걸린 듯합니다.
중국인 기준으로 하면 비행기 요금이 엄청난데도 승객은 가득합니다.
항공기 산업은 중국에서 블루오션이군요.
비행기로 사천성을 떠납니다.
모처럼 온 성도를 이렇게 스치고 지나가서 좀 아쉽지만 성도야 언제고 다시 오겠지요.
늦은 시간인지 식사는 없고 음료수만 한 잔 주고는 끝입니다.
이렇듯 정신없이 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청도 공항에 도착을 합니다.
2시간 20분의 여행이었습니다.
기차로 가면 2박 3일인데, 이렇게 돈이 무섭다니까요.
참 여행과 인생은 알 수 없다더니 오늘 일정을 보면 그런 생각이 팍팍 드는군요.
택시로 탱이님의 집으로 와서 아욱국으로 저녁을 먹네요.
이렇게 동티벳 여행은 끝이 났고요.
이제 자전거 없는 여행, 중국 산동 2011 여행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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