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태국여행기/미얀마 태국 2012 여행

러브 인 미얀마 6 (하) - 평양 고려 식당을 가다.

정안군 2012. 1. 31. 10:09


여기 구경도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다음 진도를 나갈 시간.


쉐다곤은 생략했으니, 북한 식당이나 가보자고 제한을 해 보는데.


여기는 반응이 괜찮아서 오후는 북한 식당에 가서 냉면이나 한 그릇 먹으면서 보내기로 한다.


택시로 북한 식당에 가는데 듣기는 대원각이라는 한식당 근처라고 했다.


그런데 일단 기사는 그 근처를 그냥 지나가더라고.


뭐 냅두니 한참을 헤매다 결국 찾아내더이다.



사실 이렇게 대로에 접해있는 것이 아니고 안쪽에 있어 처음가는 사람은 찾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이렇게 골든 덕이라는 식당 바로 옆이니 이 식당을 목표로 하면 찾기가 좀 쉬울수도 있겠더라고.


밤에 보니 엄청난 손님이 있었는데 양곤에서 유명한 식당이란다.


아님 골든 덕은 다른 곳에도 있으니 '미스터 기타'라는 경양식 카페 바로 앞이니 여기를 목표로 해도 되고.



그런데 막상 가보니 문이 닫혀 있었다.



분명히 맞기는 한데.


왠일인가 하고 문 옆에 붙은 영업시간을 보니 오후는 5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혹시 이곳을 갈 사람은 시간을 잘 알아 두시도록.


점심시간은 1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이고, 저녁은 5시 30분부터 10시까지이다.


점심 때는 모르겠고, 평양 식당의 하이라이트인 공연은 7시 30분에 시작한다.


그건 그렇고 지금 4시이니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 집사람이 창살 틈으로 안에 지배인을 불러 혹시 우리 노친네들이 기다릴 장소가 있냐고 물

어 보니 한 중년 남자가 나와서 그 시간까지 기다릴 장소는 없다 한다.


실제로 듣는 북한 말씨가 조금 신기하기도 한데 쇠창살문이 있어 그것을 경계로 이야기를 나누니 민족 분단이 저절로 느껴진다는 거.


그리고 분명히 안에 사람은 있는데 사람들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안에서 기다리는 것은 안 된다고 하니 별 수 없지.




그래서 길가의 찻집에서 기다려 보기로 하는데 먼지와 소음으로 기다리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 근처 오래 죽칠만한 시설을 찾아봐도 식당들만 있지 제대로 기다릴 만한 시설은 없더라고.


‘미스터 기타(Mr. Guitar)’라는 곳은 괜찮아 보이는데 아직 영업전이고.


그래서 설왕설래하다가 그냥 집으로 돌아온다.




대충 오늘 이러 식으로 돌았다.


택시, 기차, 택시, 도보 등등...


지금부터는 꿈 이야기이다.


진짜 꿈 이야기라고.


괜히 뭔가 찔려서.


이런 꿈을 꾸었다.


집에서 저녁 시간을 기다리다가 동생네 부부와 함께 다시 북한 식당으로 간다.


가보니 닫혔던 문은 열려 있고 식당 건물 입구에서 서서 어서 오십시오라며 등장하는 손님들의 넋을 빼놓는 북조선 애미나이들.


와~~~


정말 예쁘더라고.


주문을 하는데도 나긋나긋 얄창얄창하게 우리의 요구를 받아주면서 주문을 받는데 서비스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정말 꿈에서나 듣던 목소리이다.


아참 이것이 꿈이라고 했지.


우선 백김치.


이곳은 우리 방식처럼 여러 반찬이 공짜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시켜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고속도로 식당에서 시행하고 있는 모든 반찬은 가격이 있다는 제도.


이런 시스템으로 가야 남한 그러니까 우리 방식의 한식당이 산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딸려 나오는 반찬들을 보라.


그리고 남겨지는 반찬들.


낭비도 낭비일 뿐만 아니라 음식을 특화시키는데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우선 나온 백김치는 산뜻한 것이 아삭하고.


우~~~


명품이다.


평양 청류각의 분점이라는데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더욱 좋다.


그 다음은 지짐 종류들.


좀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오랜만에 음식 원류를 찾은 그런 느낌이 든다.


대동강 숭어 매운탕.


매운탕하면 이럴 맛일 거라는 그런 선입감이 완전히 깨지는 맛.


들깨 맛이 묘하게 나던데 매운탕이라고 해도 매운맛은 없다.


그 뒤에 나온 냉면.


1인분을 두 명 분으로 나누어 나왔는데(여기 종업원들이 그렇게 추천을 했다) 왜 평양냉면 평양냉면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낮에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지배인이 와서 하는 말.


“낮에는 거져 안 됐습니다.”


“아니에요, 우리가 괜한 부탁을 했지요.”


이렇게 정치쪽에서도 남과 북이 서로 통하는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지배인이 사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가더니 서비스 음식이 몇 가지 나왔다.


색다른 맛이라서 음식을 먹는 다른 맛이 있었는데 그 느낌이 상큼했다.


뭐 그렇다고 다 맛이 있는 것이 아니고, 더덕구이는 맛이 좀 수준미달이었다.


재료가 어디꺼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우리 쪼국에서 가지고 온 것입네다.”


흐 ~~~


마데 인 노스 코리아.


그런데 배추김치에 쓰이는 배추는 마데 인 미얀마란다.


아마 양념만 쪼국에서 가져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일반 김치들도 맛이 개운하고 좋았다.


그냥 한식당에 가서 비싼 값에 달착지근한 음식을 먹느니 여기 와서 먹는 것이 훨 좋겠다는.


7시 30분이 되니 여기 종업원 언니들의 공연이 시작된다.


원래는 음식이나 공연 모습을 사진에 찍으면 안 된다고 식당 안에 붙여 놓았다.


그렇지만 지배인에게 살짝 물으니 음식 사진 찍지 못하는 것은 세계 어느 유명 식당이나 보편적인 것이 지켜 주었으면 좋겠고, 공연 모습은 간혹 찍는 분도 계시지만 우리가 그 정도까지는 그냥 웃고 넘어갑니다라고 하더군.


흐~~~


그렇니까 음식 사진은 찍지 말고, 공연 모습은 찍어도 괜찮다는 말의 외교적 수사이다.


과연 공연은 명불허전이다.







* 공연 사진은 내 소유가 아니니 절대로 다른 곳에 옮기지 마세요.


간드러진 노랫가락.


남조선 노래로 대개 이어가는데 이 때 필 받은 손님은 준비된 꽃다발을 들고 공연하는 종업원에게 안겨주면 된다.


물론 그에 따른 돈은 식사대에 포함이 되는데, 꽃값은 제일 싼 것이 5,000에서 비싼 것이 20,000짯까지이다.


이른바 팁인데 직접 돈으로 주는 것이 아니고 은근슬쩍 이렇게 계산에 포함이 되는 식이다.


얼마 안 되는 미얀마 총각들은 정말 환장하는 수준이었고, 우리는 비록 꿈속이지만 5000짯으로 끝냈다는.


처음에는 20,000짯 짜리를 갖다 놓았는데 집사람이 살짝 우린 돈이 없으니 싼 것 부탁한다고 하자 서슴없이 그렇게 하시라고.


하여튼 성가신 부탁이나 좀 짜증나는 상황인데도 웃음으로 스리살짝 넘어가는 것이 환상이랄까 서비스의 극치라 할까?


모두들 미인이지만 그 중 특히 눈이 아주 예쁜 아가씨가 있었는데, 집사람이 살짝 성형했냐고 물어보니 웃으면서 평양에서 했단다.


우리 집사람이 비밀로 한다니까 아니란다.


소문내도 괜찮다고.


흐~~~


아무튼 그러니까 북조선 아가씨들 모두가 우리 가카가 좋아하는 자연산은 아닌 셈.


잘 보니 눈과 코 근처를 살짝 건드린 것 같더라고.


그래도 우리네 처자들 방식인 콧대 세우기와 삼각 턱 만들기 이런 정도는 아니라서 자연미가 보인다는.


하여튼 완전 예뻐~~~~


공연이 끝난 뒤 계산을 하는데 생각보다 꽤 많이 나왔다.


세금 10%, 서비스 차지가 붙고 꽃값까지 더하니 우리나라 식당에서 밥 먹은 정도의 가격.


그래도 우리 남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니 모두들 만족이다.


나올 때에도 색동 한복을 입은 아가씨들이 간드러지니 목소리로 잘 가시라고 인사를 하는데 글쎄 이쯤 되니 처음 느꼈던 신선한 맛은 질고 뭔

가 규격화된 친절 같다는 생각이.


안쪽으로는 검정색 세단이 어둠속에서 떡 버티고 있던데, 이 식당 지배인의 차가 아닌가 싶었다.


아무래도 북한에서는 잘나가는 층의 종류에 속하는 사람이겠지?


우리가 낸 돈이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들의 주머니 속으로 증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동안 남한 사회에서 겪은 세뇌 교육 탓(?)인가 싶기도 하지마는 여운이 좀 씁쓸했다.


나오면서 보니 골든 덕이라는 오리 고기 식당은 손님으로 미어 터질 지경이었다.


주차장에는 양곤에 있는 고급 승용차들은 다 와 있을 것만 같았고.


이왕이면 이 평양식당도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 저녁에 겪은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궁금해 하면서 다시 잠에 들었다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북한 식당에서 밥 먹은 것은 꿈 이야기일 뿐이다.


단지 꿈이었다는.


이렇게 강조해야만 하는 현실이 슬프다.


참고 사항으로 미얀마 교민 홈페이지에는 양곤에서 북한 식당이 문 연 것을 전하면서 한 번 정도 호기심에서 갈 수는 있지만, 자꾸 가지는 말

라고 점잖게(?) 권하고 있고, 뭐 벌금 운운하는 그런 소문도 흘러 다닌다고.


나는 이런 때 나꼼수의 말을 전하고 싶다.


“쫄지마, C발”


이 C, 나도 쫄았구만...


흠~~~


나중에 돌아와서 장모님에게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으니 평양 식당이라고.


어~~~


우리 장모님은 실제 가셨었나?


꿈이 아니고?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