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날씨의 변화가 정말로 다양하다는 표현 밖에 쓸 말이 없을 것 같다.
아침에도 비가 한 차례 뿌리더니 그쳤다가는 오른쪽 골짜기에서 엄청난 안개가 올라 오더라고.
온 하늘을 덮을듯이 요란하더니 왼쪽 골짜기의 기운이 더 쎘는지 그러다가 말았다.
오늘도 비가 하루 종일 내릴 그럴 날씨는 아닌 듯하여, 숙제처럼 미루어둔 계단 논을 보러 다의수라는 동네에 가보기로 한다.
다의수가는 미니버스는 상당히 흔해서 오래 기다리거나 그러지 않아도 된다.
요금은 일인당 15원.
한참 타고 가다가 원양 제전 경구(梯田 景區) 요금소에서 우리 미니버스를 타고 있던 한 친구가 내렸는데, 이 때 검사를 하던 친구인지 오더니 뭐라 한다.
"표" 머시기 하는 것을 보니 표를 사라는 것 같은데, 우리야 그냥 동네 구경 모드인데 표를 살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해서 싫다고 하니 다른 친구가 왔는데, 영어로 이 안에 들어 가려면 표를 반드시 사야 된다고.
"야, 이 친구야. 날씨를 좀 봐라. 이렇게 흐린데 뭔 논 구경이야. 그냥 동네 구경만 한다니까"
그래도 이 친구 'should' 슈드를 강조하면 반드시 사야 된단다.
그럼 우린 돌아 갈란다고 하니 그러라고.
그러면서 이 친구가 돌아서자, 우리 미니버스를 운전을 하던 아줌마가 잽싸게 차를 몰고 그냥 진행한다.
"아줌마, 멋쟁이셔"
목표를 정할 필요가 있어서 다의수 유스호스텔 앞에 내려 달라고 하니 여기다 내려 주었다.
보고 노채(普高 老寨)민속촌이라는 곳이었다.
이런 길을 따라서 좀 내려 오면.
이런 아담한 유스호스텔이 나타난다.
건물 옆에는 벌써 철이른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데.
요금은 촌구석이란 조건으로 보면 싸지 않았다.
다만, 도미토리가 있어서 솔로 여행자일 경우에는 괜찮겠지만, 이 동네 이 건물말고는 식당이나 이런 것이 없어서 이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유스호스텔에서 돌로 잘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 오면 이런 안내판이 나온다.
이 안내판대로 따르면 좋은 구경이 뒤따라 온다.
동네 꼬마 녀석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이 동네 주민들은 하니족이다.
태국 아카족이 그러하듯이 이곳은 돼지 우리가 이렇게 따로 있었다.
나름 위생적으로 기른다는 말씀.
이렇게 식수나 생활용수가 산에서 풍부에게 내려 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예로부터 물이 풍부해서 계단식 논을 경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칭 버섯모양 주택들이다.
스머프라도 살고 있을 듯한 모양이 정겹다.
이곳의 물은 제사 의식에 사용되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신성시된다는 말일텐데, 비도 가끔씩 뿌리는 날씨 탓인지 좀 을씨년스런 분위기였다.
처음에 잘못해서 엉뚱한 곳으로 빠져서 가다보니 어쨌든 이렇게 논이 나오긴 했다.
저 붉은 수초는 돼지밥으로 쓰인다고 했다.
외지 사람들은 빛의 예술 어쩌고 하며 새벽이나 해질녁에 와서 사진을 찍고 가곤 하지만, 이곳을 만들어 온 사람들은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여기와서 느낀 것이 그저 논만 살고 사람은 빠진듯한 뭔가 이상한 그런 기분이 들더라고.
역시 이 동네도 주인공은 논이 아니고 사람이다.
이런 분위기가 사진발이 잘 받았다고 하나?
논 자체보다는 이렇게 돌을 하나하나 쌓아올려서 논을 일군 사람들의 손길이 더 대단한 것 아닌가?
사실 요즘은 이런 논둑을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해서 금평이나 노맹 근처 계단논들은 이미 바나나 밭이나 옥수수 밭으로 변했거나 변해가고 있었다.
여기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것 때문에 억지로 유지시키는 것이 아닌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죽어가는 사람을 그냥 링거줄로 매놓아 살려 놓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비가 쏟아져서 유스호스텔로 피신을 하고는 점심을 해결하는데.
마침 안내도가 보여서 확인을 하니 전망이 좋은 광장이 따로 있었다.
이제까지 별 볼 일 없는 곳에서 헤맸던 거야?
다행히 식사를 기다릴 때 비도 그쳤고.
그래서 다시 안내판에서 안내하는 대로 가보니.
이런 훌륭한 정말 훌륭한 경치가 준비되고 있었다.
이렇게 동네 구경하다가 다시 가보고.
왜냐고라?
햇살에 따라 경치가 달라지고 또 안개가 워낙 변화무쌍해서.
비가 내리고 이런 안개 속에 잠겼다가는.
화창한 날씨가 되면, 농부의 논둑을 살피는 손길이 바쁘다.
골목길은 다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다시 논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시작한다.
그냥,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부족해도 많이 부족한 그런 장면이 계속 지나간다.
이 동네 개들은 양처럼 순하던데, 이 거위들은 아주 대단했다.
와서 신발을 물더라고.
옛날부터 거위는 개보다 낫다고 하더니 이놈들이 바로 그놈들이다.
동네 안에는 이런 객잔들도 많았다.
지나가는데, 할머니가 사진을 찍어 달라는 손표정을 지어서 사진을 찍어 드렸더니 만국 공통어로 돈을 달라신다.
엄지와 검지를 비비면서.
좀 어이가 없어서 나중에 드린다고 하고는 그냥 지나쳤다.
언젠가 다시 오게되면 생각해봐서 그때 드리든지 말든지 할께요.
오래나 사세요 할머니들.
여기는 객작 기준 별 다섯이라는 곳이다.
전망이 좋아 보였지만 별 다섯까지는 되어 보이질 않았는데 누가 별을 주었을까?
정겨운 모습을 눈에 담으려고 처음에 잘못(?) 갔던 곳에 다시 가서 사진에 담았다.
여기도 광장의 경치에 비해 빠지는 곳이 아니었다.
다시 원양에 돌아와서는 우리 숙소 뒷쪽에 있는 절로 올라가서 동네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내일 우리는 녹춘으로 떠난다.
이곳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광장에 어뭄이 몰려오면 엄청난 음악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우리 숙소가 전광판 너머로 보인다.
가운데 하니족 아줌마는 우각촌 가는 버스 차장을 하던 여자인데. 우리 잔돈을 떼어먹은 분(?)이시다.
그것을 생각하면 좀 그렇지만, 춤추는 것을 보면 이 동네에서 제일 가는 춤꾼인 듯 보인다.
이 아줌마도 이제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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