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춘가는 버스는 시간표에는 12회나 된다.
하지만 나중에 녹춘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녹춘에서 원양오는 것은 하루 두 차례뿐.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어쨌든 어제 시간까지 확인해가면서 7시 30분 버스표를 사두었는데, 오늘 아침 가보니까 7자가 8자로 둔갑해 있었다.
차장에게 다시 확인을 해보지만 분명히 7시 30분 출발이 아니고, 8시 30분 출발이라고.
나중에 이 코스로 녹춘에 갈 사람은 시간을 다시 확인해 보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래도 오전에 한 대, 오후에 한 대가 아닌가 싶다.
녹춘까지 버스 요금은 39원이란다.
녹춘까지는 반지화, 황모령, 노맹을 거쳐서 황초령으로 해서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는 방향을 보니 저번에 우각채갈 때 갔던 길이었다.
이쪽으로 길이 새로 난 듯하다.
길이 험하다고 해서 많이 걱정을 했는데, 그런 걱정은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거친 부분도 있지만 깨끗한 2차선 포장길이었다.
지나가는 길을 보면 엄청난 난공사였던 것을 알 수 있다.
비탈길에 기둥을 박아 공간을 확보해서 길을 내고, 또 엄청난 굴곡에.
정말 대단한 중국이다.
길가에는 이런 집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데, 사회 간접 자본은 나닐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4시간 30분 정도 예상했는데, 길 상태가 좋아 2시간 40분 걸려서 연춘에 도착을 한다.
연춘 마지막 고개는 터널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이 터널 공사만 끝나면 2시간 30분이면 될 것 같다.
사실 거리는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나, 워낙 굴곡이 많고 또 커브도 많아서 속도를 낼 만한 구간이 많질 않다.
그래도 1900m대에서 400m대로 떨어졌다가 다시 1900m대로 정말 엄청난 굴곡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녹춘은 1600m.
예상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었다.
어쨌든 일찍 연춘에 도착을 해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여기서 하루 머무느니 그냥 강성까지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해서 시간 확인을 하니 12시에 버스가 있었고, 이 버스표를 구입하기로 한다.
터미널 앞 식당에서 쌀국수로 점심을 대신하는데, 어쩜 맛이 없어도 이렇게 맛이 없을까?
녹춘에서 머물지 않고 떠나기로 한 것에 대해 잘 했다는 생각까지 절로 들더라고.
게다가 녹춘은 하니족 자치현이란다.
고만해라.
하니족은 많이 봤다 아이가.
표를 확인하니 우리는 맨 뒷자석이었다.
우리랑 녹춘에 같이 온 사람들이 대부분 이 버스를 타고 있었다.
사실 연춘은 진행 방향이 원양 아니면 강성이라서 만날 일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버스비는 43원이었다.
이 동네도 한참 아파트 공사가 많이 진행 중에 있었다.
언덕이 많은 그냥 그렇고 그런 중국 특유의 도시 모양새.
여기는 세계 테마 기행 운남편에서 상차림 릴레이가 벌어진 광장이다.
3월 몇일인가 행사가 있는데, 그 때는 이 동네 모든 호텔이 동난다고 한다.
그냥 연춘을 떠난다고 해서 서운할 것이 하나도 없는 줄 알았더니, 시내로 차가 들어가면서 이렇게 화려한 복장의 하니족이 눈에 띄더라고.
하루 정도 있으면서 구경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지만, 이 동네는 길게 늘어진 구조라서, 길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리고 동네도 별 특별한 것이 없어 보였고.
녹춘까지 너무나 좋은 길로 와서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는데, 기대대로 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녹춘에서 대흑산(大黑山)향까지는 포장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편이고, 대흑산향부터 가화(嘉禾)향까지는 비포장이다.
그리고 가화를 지나면서 나머지는 포장이 된 상태인데, 여기도 이 도로도 위 아래 옆으로 굴곡이 너무 심하다 보니 차는 평균 시속 25km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이 구간도 심심치 않게 다랑이 논이 많이 나타나는데, 강성에 가까이 갈수록 다랑이 논에는 벼가 아니라 차가 심겨진 상태로 변한다.
이제 다랑이 논이 지겨울 정도가 되었다.
정말 지겨워지기까지 한다.
다랑이 논과 산..
그거 빼면 아무 것도 안 남을 동네이다.
이렇게 한참을 가다가 대수구향이라는 동네 조금 못 미쳐서 잠깐 휴식이 있었다.
여기서 파는 찐달걀 하나 1원.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먹더라고.
여기는 대흑산향이라는 제법 큰 마을인데, 여기쯤에서 비가 내리고 또 조금 지나니 비포장이 시작되었다.
골이 흔들릴 정도로 버스가 흔들렸다.
어매,
지겨운 거.
한참을 차밭 사이로 달리더니 드디어 강성에 도착을 한다.
연춘에서 무려 5시간 30분이나 걸린 지루한 길이었다.
이게 오늘 원양에서 강성에 이르는 길을 높이로 표시한 것이다.
최고 높이는 1900m이었었고, 강성의 해발 고도는 1170m가 되시겠다.
많이 내려오긴 했어도 생각보다 강성도 높은 동네이다.
강성도 버스 터미널이 두개인가?
여기가 녹춘에서 오는 버스가 손님을 내려 놓는 작은 터미널인데, 여기서 강성 버스 터미널은 멀지 않다.
걸어서 5분 정도?
녹춘행 버스를 여기서 타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강성 버스터미널에도 연춘가는 것이 나와 있어서리.
중간에 내 옆에 앉았던 처자의 안내로 강성 터미널에 도착해서는 내일 일정을 위해 시간을 확인해 본다.
오늘은 더 이상 진행은 어렵고 내일이나 모레 이동하려고.
그런데 보이(普洱)가는 버스는 참 많이 있었다.
아무튼 여기서 보이 가는 것은 문제가 안 될 듯하다.
숙소는 터미널 옆 교통빈관으로 했다.
마침 비가 쏟아지고 있어서 크게 고르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었는데, 나름 싸고 괜찮았다는 거.
컴퓨터가 있고 한 방을 60원에 하기로 했다.
강성은 언덕이 없는 동네이다.
하니족 이족 자치현이라고 하나 그 특징이 보이질 않는다.
무엇보다도 소수 민족이 자기 의상을 입고 다니는 모습이 더 이상 없다는 거.
대신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라오스어와 베트남어가 길가 상점 상호나 호텔 이름에 병기되어 있었다.
소수 민족이 많이 사는 동네라기보다는 국경이 가까운 마을이 더 가깝게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이제 금평부터 이어져 온 소수 민족 가도는 일단 여기까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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