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억수로 내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안개가 덮지요, 이 동네는.
순간적으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기도 하고.
이렇게 멋진 풍경을 선사하기도 한다.
계속되는 더위에 좀 지쳤는지, 오늘처럼 비가 오니 차라리 반가웠다.
그래, 오늘은 좀 푹 쉬자.
그런 모드로 계속 나갔는데.
그만.
11시쯤 되니 비가 개기 시작하네.
이런 오늘도 장 구경 가야 되겠군.
오늘은 승촌 장날이다.
승촌가는 버스는 제일 많은 데, 바로 우리 숙소 앞이 승촌가는 미니버스들이 대기하는 곳이다.
내려가니 바로 출발한다네.
대개 승촌 가는 버스는 거기가 종점이 아니고 계단식 논으로 유명하고, 유스호스텔이 있는 마을인 다의수까지 가는 것인데, 다음에는 다의수까지 한 번 가봐야겠다.
혹시나 해서 유스호스텔을 검색해 보았더니 요즘은 비수기인데도 남은 방이 전혀 없었다.
인기가 좋은 곳인가 보다.
승촌가는 길은 유명한 계단식 사진 포인트가 많이 있는 곳이었다.
비가 개면서 안개 사이로 가끔씩 보이는 장면은 참 장관이어서 중간에 내려서 사진을 좀 찍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늘의 목적은 장 구경이니까 그냥 계속 진행을 한다.
승촌에 도착을 하니 여기는 꽤 높은 마을이다.
GPS로 찍어보니 1900m 대.
제법 높은 고지에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꽤 날이 차고 추웠다.
게다가 비까지 조금씩 뿌리는 날씨이니.
영어를 쓰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영어에 신경을 쓰는 호텔도 좀 있고, 어제 갔다 온 우각채 마을과는 좀 분위기가 달랐다.
여기가 좀 낫게 사는 듯.
아무래도 비가 오는 날씨라서 좀 활기는 적었다.
그래도 안쪽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의 숫자는 의외로 꽤 많더라고.
이 마을은 하니족과 이족만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할머니 하니족의 복장과.
이족 꼬리달린 복장이 보인다는 거.
하니족의 옷 색깔이 좀 더 다양하기는 해도 어제 우각채보다는 덜 화려한 편이었다.
제대로 투껑이 덮인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아마도 상설 장터로도 쓰이는 곳인가 보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사탕수수들.
이것을 어떻게 싣고 왔을까?
대개의 장터는 소수 민족들이 객이 되는데, 이곳은 주빈이었다.
그러니까 물건을 직접 팔기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동네 하니족과 이족이더라고.
이 아이도 할머니를 따라 왔다.
아마 물 댄 논에 키울 물고기 새끼를 사는 것 같았다.
물고기 새끼가 든 한 봉지에 10원이었다.
이렇게 많이들 사가는지 제일 사람들이 붐비더라고.
여기는 남자 구역인가?
같은 물고기 새끼 파는 곳인데.
남자들만 보인다.
장터에 오면 국수 생각이 제일 많이 나나 보다.
국수 한 그릇 5원.
옛날 생각하면 많이 올랐다.
이 분들은 뭐를 드시나?
여기서 어제 우각채에서 만났던 총각들을 만난다.
아니 총각들이 아니고 유부남인데, 아마도 부인들이 장사를 하고 이들은 자기 부인들을 데려다 주는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엄청나게 반가워는 하던데, 또 음식을 뺏길까봐 먹으라 소리는 안 하더군.
농담이고, 두부를 구워먹다가 먹어 보라고 꽤 권했다.
그런데 이미 먹은 뒤라서 사양.
내일은 신가 장날이니 거기서 보자고.
요 뚝배기 국수가 꽤 맛있게 보여서 한 그릇을 사 먹는다.
돼기고기 뼈를 우린 국수인데, 맛이 꽤 시원하더군.
오늘처럼 쌀쌀한 날은 꽤 인기있어 보였다.
우리도 이것을 한 그릇 먹고나니 찬 기운도 모두 달아나고.
날씨가 추운 탓에 이 수박 장사 아줌마는 파리를 날리고 있는 중이다.
어제는 수박을 잘게 썰어 1원씩 받고 파는 사람이 꽤 수입을 올리던데, 오늘은 그런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이 아줌마.
날씨 탓 좀 해야 되겠어.
이 동네는 해가 나오면 여름이고, 해가 없거나 비가 오면 겨울이니.
엄청나게 흔한 바나나.
너무 흔해서 먹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저거 따느냐 얼마나 고생했을고.
하지만 다 팔아 봐야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 데.
이 아이가 먹는 국수는 우리나라 같은 또래 어린이들이 먹는 과자보다 더 맛있게 느껴질까?
담배를 피는 할아버지가 아니고 호두기를 만들어 가지고 와서 파는 분이다.
손님에게 계속 불어 보던데, 누가 이런 것을 사나?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와서 팔긴 할 텐데.
하니족 복장을 파는 곳이다.
노인네들이 대상이라서 색깔이 좀 어둡다.
젊은 사람들은 많이 세련된 색을 선호하더라고.
길가 이발소.
이렇게 허름한 곳은 보다 보다 처음인 것 같다.
안은 그냥 흙이다.
절벽 안쪽을 파내고 밖만 나무로 벽을 만든 이발소이다.
언제적 건물인지, 벌써 돌아가셨어야 될 건물인데.
좀 안쓰럽다.
모택동 시절이 제일 찬란하셨나?
여기소 이발소인데, 아까 건물보다는 낫지만 여기도 오십보 백보이다.
이 동네 이발소는 왜 이런 걸까?
이 동네는 이렇게 중학교도 있더라고.
소학교는 좀 더 나아 보이고.
少年智 卽 國智
少年興 卽 國興
少年强 卽 國强
아무렴.
올커니.
그렇지, 그렇고 말고.
어린이가 강해야 나라가 강한 법이다.
돼지를 대나무 바구니에 넣어가는 이족 부부.
저 돼지는 오래 살까 아님 바로 오늘이 제삿날일까?
아무래도 숫자를 맞춰 사가는 것을 보니 돼지 부부로 키우려고 하시는 모양이다.
돼지 족발 그을리기.
흐~~~
냄새...
온 가족이 사이좋게 그리고 맛있게 두부를 구워 먹습니다요.
꼬마도 곱게 꽃단장하고 나들이했다.
이족 기술자 아줌마신데, 민족 의상말고 그냥 작업복이 훨씬 편해 보이더만.
어떨까?
이들의 생각은?
능숙하게 사탕수수를 다듬던 아저씨.
한 뭉치 기껏해야 1원인데, 다 팔면 얼마나 될까?
그래도 13년전 운남을 여행할 때 사탕수수 값보다는 올라도 많이 올랐다.
그 때 1원 어치는 주인이 상상을 못하던 금액이었으니.
사탕수수 양이 지게 짐으로 한 짐 정도는 되어 보였었다.
그렇죠.
이렇게 꼬매고 아껴서야 되는 것인데.
이 동네에도 고민은 있나 보다.
웬 이런 동네에 * 병.
이게 오늘 점심으로 먹은 국수이다.
뚝배기 국수.
한 그릇 5원.
겸해서 이런 두부 구이도.
이것은 두 개 1원인데.
이렇게 먹을 때마다 옥수수로 갯수를 표시해서 나중에 돈을 받더라고.
재미있는 장터 구경이었다.
돌아오니 해가 쨍쨍.
이럴 줄 알았더면 좀 더 그 동네에서 놀다 올 걸 그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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