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새벽 4시 50분 알람 소리에 일어나서 간단히 준비하고 나서니 카운터에 앉아 있는 아가씨들의 복장은 한겨울이네요.
빵모자까지 등장을 했는데, 밖에서 들어오는 바람은 찬 기운이 섞인 바람입니다.
춥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시원하다고 하기에는 좀 서늘한.
사라가 준비해 놓은 승용차는 일제 토요다 2000cc급 정도되는, 생각보다 좋은 놈입니다.
이것에 사라의 많은 짐과 우리 짐을 가득 싣고 미쳐 어둠이 가시지 않은 만달레이를 출발합니다.
길은 중앙 분리대가 널직히 분리된 4차선으로, 생각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한참을 평지를 달리다 고개길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는 고갯길의 커브가 심하지 않더군요.
하여튼 어둠이 가시는 길을 열심히 달려 삥우린 싼국수집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좀 쉬려고 하는데, 날씨가 엄청나네요.
이건 입김이 나오는 것이 웬만한 우리 나라 한겨울 추위입니다.
이 나라 사람들 복장은 더 하구요.
옷이 얇아 한참을 떨다가 뜨뜻한 국수 국물이 들어가니 좀 풀리네요.
미얀마에서 이런 추위가 좀 색다르군요.
갈 길은 멀었습니다.
2시간 좀 지나 길가 찻집에서 차 한잔의 휴식이 좋더군요.
그리고 고원 평지를 달리다 경사가 심한 협곡을 지나고는 또 다시 넓은 고원 평지를 달립니다.
마치 대관령 같기도 하고 제주도 중산간 지역과도 비슷한 지역을 끝없이 달립니다.
그러다가 귤이 진열된 길가 가게가 나와서 한번 사먹어 보기로 합니다.
자연산이 있고 비료를 주며 키운 것이 있다 하여 자연산을 먹어 보니 좀 맛이 싱겁네요.
그냥 먹는 것보다는 쥬스가 낫다고 추천을 합니다.
기게 솜씨가 전혀 없는 정말 순 핸드 메이드인 오렌지 쥬스로 만들어 주는데 맛이 정말 탱글탱글합니다.
여자 주인은 한국 사람을 처음 보았는지 너무 좋아 합니다.
우리 집사람은 에쁘다고 하고, 우리 남자들은 너무 잘 생겼다 하네요.
빈말이라도 기분은 좋습니다.
열심히 사라가 연결도 잘 안 되는 핸드폰으로 알아 보더니, 24일은 라시오에서 비행기가 없고 22일과 23일에 있다 합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돌아가는 날짜를 23일로 정하니, 사라가 라시오에서 비행기표를 구입하다고 하더군요.
라시오야 우리가 가는 길목에 있으니 특별히 어려울 것도 없습니다
거의 6시간이 걸려 도착한 라시오, 라시오는 미얀마에서 제법 큰 도시라죠?
그곳의 아시안 윙스 에어웨이스 항공사 대리점에서 일인당 124달러를 주고 비행기표를 구입합니다.
우리가 무디따에 살 때 앞집에 살던 에쁜이가 이 항공사 스튜어디스였는데. ㅎㅎ
혹시 돌아갈 때 볼 일이 있으려나. ㅎㅎ
대리점 벽에 붙어 있는 관광지 소개 사진이 보기 좋더군요.
또 다시 출발합니다.
한참을 내달리다 고개 정상 부근의 AMY라고 쓰여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중국식이더군요.
요리도 그렇고 비닐로 쌓인 그릇을 내 놓는 것도 그렇고.
역시 시골이라서 값도 쌉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2시가 넘었습니다.
사라가 일정이 바쁘다고 서두르자더군요.
하지만 조금 더 가서 시골 장터가 나오자 이것 저것 사느냐 또 휴식입니다.
여기는 못보던 뿌리 채소가 많네요.
여기부터는 길도 험해지고 포장 상태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구불구불 고갯길에 먼지 투성이.
어쨌든 시간은 가게 되고 남은 거리는 줄어 들기 마련이지요.
드디어 중국과 국경 마을 무세입니다.
얼마 전에는 허가를 받지 않으면 미얀마 사람조차 들어가지 못했다던데 요즘은 허가를 받고 외국인들도 들어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도 여권 체크를 받은 뒤 들어갈 수 있었고요.
무세 분위기는 좀 어수선합니다.
중국 대형 트럭이 일으키는 먼지하며.
그런데 여기는 미얀마라기 보다는 중국이군요.
사라도 중국 핸드폰 심카드로 바꾸고, 집사람은 CHIATELECOM에서 바로 문자가 뜹니다.
역시 여기는 미얀마라기보다는 중국입니다. ㅎ
택시 기사가 마침 일이 있어 멀리 중국이 보이는 언덕에 차를 세워 주워서 건너편 중국울 한참 바라 보았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며 찹찹하기도 하고 묘한 감회가 떠오릅니다.
거기서부터 다시 오늘 최종 목적지 남깜을 향하여 다시 출발입니다.
중국 국경문이 있는 곳까지는 먼지 구덩이 속을 달리는 것 같더군요.
무세 시가지에 왠 먼지가 그리 많은지.
중국 국경문이 나옵니다.
여기는 중국인들과 미얀마 사람들에게만 국경이 열려 있는데 머지 않아 모든 외국인에게도 개방될 것 같다네요.
국경 지역을 벗어나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합니다.
오른쪽으로는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는데, 그 건너가 중국입니다.
40분 정도를 더 달려 우리들의 최종 목적지 남깜에 도착을 합니다.
참 멀리 왔네요.
남깜에 도착해서도 간단하지 않네요.
우선 이민국에 가서 신고를 해야 한답니다.
다행히 이민국 대장이 사라와 친척이라서 상당히 부드럽게 진행이 되긴 했지만 이것 저것 많이 물어 보긴 하다라구요.
제일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비지니스 비자를 받고 들어온 것 때문에 여기에 무슨 사업차 온 것이 아닌지 확인 때문이라는군요.
여기 온 목적이 뭐냐고 물어서 친구인 사라네집에 방문하려고 온 것이라 하니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럭저럭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잘 마무리 지었는데 한류 덕도 있었고 사라의 덕도 보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집사람의 미모에 훅 간 대장의 덕도 있고요. ㅎㅎ
그 다음은 이 동네에 하나 밖에 없다는 게스트 하우스로 갑니다.
시설은 상당히 허름한데, 가격도 그것에 맞게 헐합니다.
방 하나에 15000짯.
그러고 보니 강건너 중국에 비하면 시설대비 비싼 값이네요.
어제 만달레이에서 너무 비싼 방에 묵어서 착시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 ㅎ
일단 짐을 정리하고 집에 갔다 돌아 온 사라의 안내로 쌀국수로 저녁을 먹고는 오늘 일정을 마무리합니다.
만달레이에서 여기까지 택시비는 13만짯인데, 팁으로 만짯을 더 줍니다.
정말 긴 하루였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톨게이트,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던 공동묘지가 제일 기억에 남겠네요.
그리고 오는 도중에 생긴 로드킬의 희생자 고양이 두 마리도 오랜 동안 기억에 남겠습니다.
정말 오늘 하루는 멀고도 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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