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일상

[치앙라이] 가을 바람이 불던 날

정안군 2014. 1. 18. 21:54

 

 

 

날마다 아침이면 영어 성경을 큰 소리로 읽습니다.

치매 예방과 영어 공부를 겸해서 하는 셈인데, 어찌된 셈인지 이렇게 영어 공부를 해도 날이 갈수록 제대로 된 영어는 안 되고 길거리 막 영어만 나오는 것은 왜그럴까요?

어떤 때는 잘 알던 영어 단어도 생각이 안 날 때도 있으니 머리가 자꾸 굳어져 가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하긴 영어 잘 해봐야 태국 사람이 영어하는 것을 보면 그럴 필요가 없겠다 싶지요. ㅎㅎ

미얀마 사람들 영어도 알아 먹기 힘들었지만, 태국 사람들도 만만하지 않더라고요.

이 사람들 영어하는 것을 보면 콩그리쉬는 꽤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될겁니다.

그나마 요즘 사는 곳은 시골이다 보니 거의 영어쓸 일도 없네요.

 

아무튼 오늘은 구약 성경 시편을 읽었는데, 이 귀절이 눈에 확 꽂히더군요.

 

Even my close friend, whom I trusted, he who shared my bread, has lifted up his heel against me.

나의 신뢰하는바 내 떡을 먹던 나의 가까운 친구도 나를 대적하여 그 발꿈치를 들었나이다.

 

얼마나 친한 사람에게 당한 배신감이 컸으면 이런 탄식이 나왔을까요.

나도 그런 경우가 있어서 이 귀절에 눈이 머물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쩐대요.

싫으나 좋으나 그 사람과 한 세상을 같이 살아야 하는걸.

 

그리고는 인터넷에서 한국 뉴스를 검색하는데, 이런 기사가 있더군요.

여기서는 당사자를 더욱 존경하는 의미로 인칭 대명사를 살짝 바꿨답니다. ㅎㅎ

 

닭대가리는 최근 북한이 남북 상호간 비방·중상과 군사적대행위 전면중지를 제안한 것과 관련, 18일(현지시간) "북한이 이러한 선전공세를 할 때일수록 더욱 대남도발 등에 철저히 대비하는 철통같은 안보태세에 만전을 기하라"고 말했다.

 

닭대가리는 이날 3박4일간의 인도 국빈 방문을 마치고 스위스로 떠나기 전에 국뻥부를 비롯한 외교안보 관계부처의 내관들에게 이같이 지시했다고 푸른집 관계자가 전했다.

 

이 뉴스를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통일은 대박이라던 말은 뭐지?

가짜에게는 통일이 로또냐? ^^

유치하기는...

정말로 이런 닭대가리가 대장이라니...

 

국민과 농담따먹기도 아니고 ‘통일은 대박’이 뭐냐?

기왕에 가짜가 ‘통일은 대박’이라 했으면 적극적으로 북한을 끌어안아야하지 않겠어?

북한이 제안만하면 진정성 운운하며 무시하고 깔아뭉개면서 뭔 통일을 입에서 내뱉는 것인지.

애들 장난도 아니고, 어째 요즘 우리나라 수준이 갈수록 백치 아다다를 닮아 가는 것 같혀...

 

정말 이런 사람을 대장으로 만든 인간들이 밉더군요.

그 중에서 아직도 자기가 세상의 주인공인줄 착각하고 사는 늙다리들도요.

 

어쨌든 이 꼴 저 꼴 안 보고 살라고 나왔는데,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온 것이 다행스럽기도 하고, 한국에서 울화통이 터지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미안도 하고 그러네요.

 

 

사실 태국에 온 것은 여유를 가지고 느긋하게 살려고 온 것인데, 요즘은 그런 여유에서 벗어나 계속 뭔가에 쫒기듯 산 것이 아닌가 싶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느긋하게 지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성연씨를 시내 구경하러 보내면서, 우리 부부는 온천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갔습니다.

그동안 공짜로 목욕을 한터라 오늘은 9시도 넘고 해서 20밧을 냈고요.

온천 옆에는 반두 읍사무소인지 군청인지 건물이 있는데, 그 사이 공간에는 파인애플이 자라고 있습니다.

치앙라이는 파인애플과 오렌지 그리고 리치 산지라고 합니다.

하지만 오렌지는 다른 과일로 많이 대치가 되었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근처에서 오렌지 나무를 보기가 힘들더군요.

 

파인애플이 얼마나 컸는지 살펴보니 이제 막 세상을 나온 간난아이 수준이네요.

지난 해 4월, 우리가 치앙라이에 왔을 때 그 때가 제 철이었던지 길가에 엄청난 파인애플이 있었습니다.

이놈들이 자라서 4월이면 먹을만한 제 크기로 자라겠지요?

 

오후에는 인터넷 덕을 보느냐 집에서 '꽃보다 누나'를 보았네요.

역시 라 PD는 예능에는 강자답습니다.

별 일도 아닌 것을 별 일로 만드는 재주가 있으니.

 

그리고 오후에는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듣습니다.

그것이 끝나면 한국은 어두워졌을 오후 6시이지만, 여기 시간은 햇살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오후 4시가 됩니다.

오늘은 쉰다고 했지만 자전차 타는 것도 크게 보면 쉬는 일이니 자전차를 타고 늘 다니는 코스로 나들이 나섭니다.

자전차를 타고 나서면 왜그리 마음이 안정이 되는지...

 

그리고는 도중에 족욕을 하러 온천에 들렸는데, 멋진 MTB를 타고 온 서양인들이 보이더군요.

부러웠지만 나도 이번 주 토요일이면 생기니 이번에는 너무 부러워하지 않기로 합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마치 우리나라 가을날의 가을 바람 같은 분위기더군요.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이런 노래가 절로 나온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닭대가리 그녀만 빼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