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진짜 쏭끄란 날.
그리고 태국 연휴 나흘째.
계속되는 도서관 휴무에 특별히 갈 곳도 없이 집에서 방콕하고 있으니 집사람 따분해서 뚜껑이 열릴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이런 때는 얼른 김을 빼 줘야죠.
몇 번 가자고 하던 걸 안 갔던 도이 매쌀롱에 다녀 오기로 합니다.
재작년 사월에 뭤도 모르고 치앙라이로 왔다가 너무 더워 이틀만에 도이 매쌀롱으로 피서를 갔었죠.
그 때 빠쌍(Pa Sang ป่าซาง)마을에서 썽태우를 대절해서 구불구불 정신없이 올라갔고요.
얼마나 구불거리던지 안 하던 멀미까지 했으니.
그 다음 또 한 차례 도이 매쌀롱을 갔지만 타떤(Thaton ท่าตอน) 가는 길에서 갈라져 올라 갔었습니다.
그 길로 해서 매쌀롱 가는 것은 언젠가 투어로 갔었고 그리고 승용차로 갔네요.
능선 따라 오르는 맛이 아주 좋은 길이랍니다.
그래서 이번은 썽태우 타고 가면서 제대로 보지 못한 쪽을 보기로 합니다.
이번이 매쌀롱 네 번째 방문입니다.
타떤 쪽에서 오르는 길처럼 경사진 산길이야 어짜피 똑같은데, 느낌은 다르네요.
빠쌍쪽에서 오르는 길도 매력이 있더군요.
아무튼 경사 오를 때 차 고생시키면서 매쌀롱까지 갔고, 추천 맛집 운남면교관에서 국수 한 그릇씩 먹습니다.
모처럼 먹는 중국풍 음식이라서 맛있더군요.
그리고 값이 싸기도 합니다.
그런 맛있는 국수 한 그릇이 30밧이니.
두 명이 세 그릇을 시켰는데, 90밧으로 땡입니다.
그리고 세븐일레븐 옆에는 찐빵을 파는 집이 있으니 가셨으면 한 번 맛보세요.
흐...
달고 단 단팥.
감동입니다.
그리고는 도이뚱(Doi Tung)까지 가서 커피 한 잔을 먹기로 하고 차를 되돌려 나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오다가 만난 검문소 삼거리.
다시 만난 그 검문소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도이뚱이 나오는 길인 줄 알고 한참을 달렸습니다.
구불 구불에 경사가 심한 길도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포장 상태도 좋고 무엇보다도 동네가 많아 심심하지 않습니다.
사실 심심한 게 아니고 엄청났었죠.
그 삼거리까지 오는 길도 중간 중간 마을이 나오면 몇몇 친구들이 물을 끼언지곤 했었죠.
그냥 애교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삼거리를 지나서 가는 길은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
점거한 지역도 많고 숫자도 훨씬 많네요.
애교 수준을 살짝 넘습니다.
그냥 맹물만 부어 대는 게 아니고 붉은 물, 흰 물도 등장합니다.
그건 좀 그래.
아무튼 그렇게 한참을 갔는데, 제법 큰 동네가 나오더군요.
뭔가 이상해서 구글로 현재 위치를 검색해 보니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동네였습니다.
도이뚱이 아니라 국경 오지 마을로 가는 길 도중에 있는 마을이더군요.
그 동네 이름은 '반 트엇 타이(บ้าน เทอดไทย)'
소수 민족과 중국계가 섞여 사는 마을이었습니다.
어떻게 알았냐고요?
중국하면 그런 필이 있잖아요. ㅎ
느낌으로 다가오는.
아마도 이 동네는 매쌀롱 안쪽으로 거점이 되는 마을인 듯.
여기는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얼마나 많던지 쏭끄란 물세례는 엄청났어요.
역시 애들이라서 체력이 짱이더군요.
몇 번 식껍한 경우도 있었네요.
코너 도는 곳이나 시내 중심가에서 앞유리에 물벼락을 때리면 순간적으로 놀라게 되더군요.
위험하기도 하고 해서 최대한 속도를 늦추니 제물을 기다리던 애들에게는 좋은 먹이거리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그러려니 해야죠.
암튼 지도를 보니 생각하지도 않던 곳인데, 가만히 보니 욕심이 생기더군요.
미얀마쪽으로 깊이 들어 간 지역 끝까지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누군가가 매쌀롱에서 거기까지 자전거로 갔다가 죽을 고생을 하고 나올 때 간신히 차를 얻어 타고 나왔다는 그곳인데 나는 차가 있으니.
잠시 도이 매쌀롱에 대해 관심을 주었던 그 누군가에 대해 잠시 소개해 보지요.
그 주인공은 Uhmssi 세계자전거 여행 동남여 편 http://www.uhmssi.com/ 인데, 매쌀롱 지역은 그 여행기 동남아 편에 나옵니다. 막상 컴퓨터 상에서 여행기를 읽을 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실제 와 보니 이런 지역에서 자전거를 탔다는 게 정말 믿어지질 않습디다.
이런 엠보싱 지역에서 자전거라니.
그리고 매쌀롱에서 죽을 고생을 하고 갔다 온 국경 마을이 머리 속에 떠올랐습니다.
그 지명을 나중에 확인을 해 보니 Ban Hua Mae Khum.
아마도 Hua는 Huai가 아닌 가 싶고, Khum은 Khun으로도 써 놓았으니 확인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아무튼 그 국경 마을, 조심스레 그쪽으로 가 보기로 합니다.
가다가 정 길이 좋지 않으면 돌리면 그만이니까요.
자전거로도 갔는데 차로 못 가겠냐 생각을 하고.
다행히 포장을 막 끝내서 길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고개가 점점 상태가 심각해집니다.
아주 산으로 오르는 고개가 나오네요.
올라가 보는데, 저번 도이 앙캉 갈 때 그런 길이었어요.
거의 수직으로 선.
다시 달달거리는 우리 차.
이번에는 욕심을 버리고 중간에서 차를 돌립니다.
와, 자전거로 어떻게 갔을까?
그리고는 다시 돌아 오는데.
올 때도 싱싱하던 물세례의 주인공들 그 바로 에너자이저 친구들은 아직도 한창입니다.
거기에다 여자 청년들이 지나가면 난리도 아닙니다.
역시 늙으나 젊으나 숫컷들이란. ㅎ
그러다 예쁘장한 교회 하나가 길 옆에 있어서 휴식 겸해 들어가 봅니다.
소수민족 교회였습니다.
영어로는 샨(SHAN)족이라고 쓰였지만, 태국어로는 다이족입니다.
아마도 미얀마에 살던 샨족이 어느 시기에 태국으로 와서 정착을 한 모양입니다.
샨족 언어도 병기가 되어 있더군요.
아마도 운남 다이족이 쓰는 글자와 동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얀마 사라네 마을을 갔을 때 안 것인데, 샨족 언어는 지금 태국어와는 다릅니다.
물론 비슷한 말은 있겠지만요.
중국계들이 많이 거주하는 듯한 지역에는 이슬람 사원도 있네요.
운남성 이슬람계도 많이 이쪽으로 흘러 왔지요.
사연이라면 모두들 한 사연 하는 사람일 텐데.
글쎄요.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이들을 나눴던 이념도 퇴색해서 이런 흔적만 남기나 봅니다.
하긴 이렇게 퇴색한지 오래된 이념 뼉다기를 아직도 우려 잡수는 우리나라 노친네 당과 그 떨거지들.
한심한 장면이지요.
생각할수록 한심한.
이 노인네들 몰표로 만든 닭대가리 무리들을 한번 보세요.
참 기가 막히죠?
기가 막히고 코도 막힙니다.
에이.
잠깐 쉬는 중 오다 가다 몇 번을 봐도 오토바이에게 물벼락을 날리는 게 위험하지 않나 싶었는데, 정말 놀라는 일을 목격합니다.
뒤에 어린이를 태운 청년이 오토바이를 모는데, 갑자기 물세례를 받습니다.
이걸 피하려고 핸들을 확 틀었는데, 앞에 트럭이.
이 친구 피한다는 게 그대로 미끌어집니다.
뒤에 탄 아이는 길로 뚝 떨어져 나가고.
그래도 다행히 청년은 머리를 땅에 살짝 부디치네요.
다리를 많이 다쳤겠다 싶었는데, 괜찮나 봅니다.
아이도 일어나고.
하지만 괜찮을 것 같지 않던데.
순식간에 내 앞에서 일어난 일이라 얼마나 놀랐는지.
아무래도 쏭끄란 물세례는 뭔가 적절한 조정을 해야 되겠네요.
트럭 뒤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 뿌리는 정도는 괜찮아 보이지만, 오토바이에게는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튼 엉겹결에 구경한 트엇 타이 마을.
그쪽으로의 나들이도 괜찮았습니다.
나는 중간에 포기를 했지만, 성능 좋은 차를 가지고 계신 분은 그 길을 따라 끝까지 가시면 태국 국경 초소가 나온다더군요.
여기는 우리나라 휴전선 분위기는 아니지만 나름 삼엄한(?) 미얀마와 태국 국경 분위기를 느끼실 겁니다.
별로 흥미가 없으신가요?
사실 그것보다는 산촌의 모습과 중간 중간 나오는 소수민족 마을이 정겨운 곳이었습니다.
이게 맞아요. ㅎ
지도에서 대충 감을 잡아 보세요.
실제 가보면 산 너머 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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