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태국 한 여름, 혹서기 중 혹서기입니다.
더우면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지내기 힘든 것은 확실하지만 그래도 나름 좋은 것도 있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마무앙과 투리안이 제 철이라는 거.
마무앙은 망고, 투리안은 두리안.
태국에서는 각각 이렇게 부릅니다.
요즘 촉짜런 농산물 시장에 가면 넘치고 넘치는 것이 투리안과 마무앙인데, 이 둘을 좋아하는 집사람은 요즘 신이 났습니다.
마무앙은 싸도 많이 싸서 부담없이 살 수 있지만 너무 흔하면 맛이 없어 보이나요?
집사람은 요즘 마무앙은 그렇게 많이 사질 않더군요.
투리안은 제 철이라서 많이 싸졌다고 하지만 역시 과일의 황제 타이틀에 어울리게 값이 싸지 않습니다.
사실 전쟁터 무기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투리안 겉 껍질과 속에 들어 있는 씨를 제외하면 먹을 수 있는 부분이 얼마 되지 않아서 먹을 수 있는 속살은 그 가격이 엄청난 셈이지요.
무게 잴 때는 껍질과 씨의 무게까지 쳐서 값을 지불하니까요.
그래도 역시 비싸면 비싼 값을 하는 법.
제 철인 투리안의 맛은 역시 환상 그 자체입니다.
태국 같은 열대 지방에 왔던 사람들 가운데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게 이 투리안입니다.
나도 겨울철 제 철도 아닐 때 비싼 값을 주고 투리안을 샀다가 다 먹지도 못하고 결국 개미 밥이 되어 버려 그냥 버린 적도 있었네요.
그게 오래 전 치앙라이에서 벌어진 일이었어요.
그 후 투리안은 안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는데, 투리안을 재 발견하신 분은 우리 집 사람.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잘 익은 투리안(두리안)을 먹어 보고는 열렬한 팬이 되었고, 곁에서 살짝 얻어 먹은 나도 은근한 팬이 되었죠.
얼마나 많이 먹었던지 투리안 트러블이 생겨 온 몸에 열꽃이 생길 정도였답니다.
아침 저녁으로 한 통씩 먹었으니. ㅋ
투리안은 말레이시아 페낭과 그 맞은 편 섬 수마트라 것이 최상이라고 하지요.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정말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 숙성된 채로 나무에서 딴 투리안은 정말 죽음과도 바꿀만한 맛이지요.
거기다 싸기까지.
흐.
침 넘어갑니다.
하지만 투리안은 사과처럼 아침에 먹으면 금, 저녁에 먹으면 독이라네요.
그리고 투리안을 먹은 다음은 투리안의 열을 내려주는 망꿋(망고스틴)을 먹어 주면 좋답니다.
투리안은 열을 많이 내는 반면, 망꿋은 열을 내려 준다 하니.
농산물 시장에서 투리안을 살 때에는 '쑥, 완'을 달라고 요구하셔야 합니다.
대부분 농익지 않은 투리안을 가져 오거든요.
쑥은 잘 익은 것을 말하고, 완은 단 것을 뜻합니다.
그리고 성가셔서 잘 안 해주려고 하지만 주인에게 쑥 완을 골라 달라고 하고 직접 까서 그릇에 담아 달라고 부탁해야 좋은 것을 고를 수 있습니다.
사실 냄새가 좋지 않으니 밀폐 용기를 준비해 가서 거기에 담아 오는 것이 차 안 냄새 방지에도 좋고요.
이왕이면 '멍텅'이냐고 물어 보세요.
거의 다 품종이 멍텅이라서 큰 의미는 없지만, 주인이 이 사람은 좀 뭔가 아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절대로 그냥 그대로 투리안 덩어리 그 자체를 집으로 들고 오지 마시길.
숙달되면 쉽게 투리안을 쪼개서 속을 꺼낼 수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만만하지 않은 작업입니다.
주인에게 투리안이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짠타부리 산이랍니다.
짠타부리는 방콕 동쪽 캄보디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입니다.
열대 우림 지역이지요.
이곳에서 참 먼 곳입니다.
태국은 모든 동네가 열대 지방인 줄 알지만, 사실은 치앙라이는 열대 우림 지역이 아니고 아열대 지방입니다.
아열대 지방인 치앙라이의 명물은 린찌(리치), 얌야이(롱안), 쌉빠롯(파인애플) 같은 것들이고, 망꿋이나 투리안은 나지 않습니다.
아열대는 뭐고 열대 우림은 뭐냐고요?
그건 지식인 같은 것을 이용하시고요. ㅎ
여기서 대략 1000km나 떨어진 짠타부리에서 실려 온 투리안은 치앙라이에서 소비되기도 하지만 대개는 중국이나 미얀마로 수출이 됩니다.
여기서는 모두 육로로 수송이 가능하니까요.
그래서 우리도 미얀마 양곤에 있을 때 태국 산 투리안을 먹었다지요?
아직도 투리안에 뭔가 찜찜한 느낌을 가진 분이라면 정말 잘 숙성된 것을 골라 달라고 해서 한번 드셔 보시면 투리안의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겁니다.
아침에 적당히 드시면 인삼만큼이나 좋다고 하니 제 철을 맞아 많이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멀리 한국에서 메르스인지 뭔지 때문보다 거기에 아무 대응도 못하고 그저 기다리라는 무능한 푸른집 주인 때문에 생 병이 나시게 되신 분들은 그런 병 없고 깨끗한 치앙라이로 속히 오세요. ㅎ
오늘 제대로 염장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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