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려서만 해도 교회 이름은 그 지역에 '중앙'이나 '제일'을 붙이는 것이 제일 폼나는 것으로 여겨져 어느 동네에 가나 그런 이름이 참 흔했습니다.
내가 어려서 다녔던 교회는 부여 '중앙'교회.
한 친구가 다녔던 교회는 부여 '제일'교회.
부여 중앙교회는 성결교단 소속이고, 부여 제일교회는 감리회 소속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이 우리 동네는 제일 큰 교회가 성결교회 그리고 장로교회, 마지막으로 감리교회 순이었는데, 유난히 감리교회는 규모가 작았습니다.
그래서 어느 동네나 그런 크기로 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취직이 되어 충주에 와서 감리교회가 그런 쬐그만 교단이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크기 순서로 보면
부여는 성장감.
충주는 감장성.
전국적으로 보면 장감성이더군요.
성결교단이 강세인 곳은 사실 부여와 같은 몇몇 지역에서만 그런 것으로 전체적으로 보면 특이한 현상이었어요.
아무튼 성경 상으로 교회 이름은 지역의 이름이 붙는 게 전통이죠.
테살로니카 교회, 안티옥 교회 이런 식으로요.
요즘이야 교회가 길바닥의 돌만큼이나 흔한 세상이 되어 동네 이름에 교회를 붙이는 것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 저런 이유로 새로운(?) 교회 이름들이 등장하게 되지요.
참신한 이름도 물론 있지만 이치를 따져 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이름도 생겨 나는데요.
예를 들어 볼까요?
하나님의 교회.
예수 사랑교회.
하나님의 진리교회.
나만 이상한가요?
아무튼 그건 그렇고요.
태국에 와서 어느 교회를 나갈까 고민하기도 하고 직접 다녀 보기도 했는데, 이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흔하고 흔한 것은 아니자만 여기도 꽤 많이 있어 몇 군대를 놓고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결론을 낸 곳이 치앙라이 제일교회입니다.
여기도 옛날 우리나라 모든 동네마다 있던 '제일'이 들어갔군요. ㅎ
여러 교회 중에서 이 교회를 선택한 것은 이런 이유였습니다.
태국에 일단 온 이상 현지인들이 다니는 교회를 다니고 싶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요, 제일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려 보니 예배 형식이 내 정서와 가장 잘 맞았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나라 전통적인 예배 순서대로 치앙라이 제일교회도 드리더라고요.
라차팟 대학 앞 반 아팃탄 교회는 그냥 복음성가로 찬양만 하다가 설교로 예배를 마치었는데, 치앙라이 제일교회는 대표 기도, 교독문, 찬양, 사도신경 이런 곳들이 순서에 그대로 있어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내가 옛날 사람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정식 예배에서 복음 성가를 부르는 것은 어딘가 거북스러웠거든요.
찬양은 찬송가를 부릅니다.
찬송가는 우리나라 찬송가처럼 서양 음악에 가사를 붙인 것이라서 익숙한 곡이 많습니다.
가끔은 우리나라 작사 작곡 찬양도 부를 때가 있기도 하죠.
익숙한 곡이 나오면 내 주변 사람들은 당연히 태국어로 찬송하지만, 나는 우리 말로 찬송가를 부릅니다.
이게 참 좋더군요.
부르다 보면 가끔씩은 감동을 먹고 눈물이 날 때도 있습니다.
태국어 예배를 이해하냐고요?
물론 알아 듣는 말은 거의 없습니다.
설교는 특히 그렇죠.
하지만 알아 듣는 태국 신자들도 설교를 제대로 듣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으니, 못 알아 먹는 나나 별로 다를 게 없어요.
한국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 상황이었으니 여기라고 불편할 이유가 못 된답니다. ㅎ
이제 연속으로 다닌지는 삼 주째.
조금씩 아는 사람들도 생기고, 인사를 하면 살갑게 대해 줍니다.
우리 집에서 차로 20여분 걸리니 크게 먼 거리도 아니고 해서 꾸준히 다니려고 하네요.
그러다 보면 치앙라이 제일교회가 우리 교회가 되고 집사람 소원대로 찬양대에서 찬양을 할 날이 올 수도 있겠죠.
참고로 치앙라이 제일교회는 대개의 태국 교회가 그러하듯 침례회 소속입니다.
그리고 치앙라이 중심 시계탑에서 가깝고, 1914년 창립되어 올 해로 101년 된 교회입니다.
영어로는 Chiengrai First Church인데, 아마도 100년 전에는 치앙라이를 Chiengrai로 썼나 봅니다.
지금은 Chiangrai로 쓰는 것이야 다들 아실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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