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둘째 주.
화창하고 좀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모처럼 예배 전 자리가 대부분 찬, 내가 기분이 좋은 날이었어요.
어지간이들 늦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치앙라이 교회.
전형적인 충청도 교회 분위기입니다.
예배 시간에 많이들 늦고, 반응도 거의 없고.
설교 바로 전, 늘 늦지만 오기는 잘 오는 젊은 부부가 옆자리에 앉습니다.
앉자마자 어젯밤 힘든 일이 있었는지 부부가 사이 좋게 졸더군요.
이러니 예배 시간에 모르는 태국어를 사전에서 부지런히 찾는 내가 설교에 대하는 태도가 가장 좋게 느껴집니다.
알아 듣는 사람은 안 듣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못 듣고.
설교가 그냥 허공 속으로 퍼지기는 매 한가지.
그래도 이번 주는 설교 내용을 간단히 PPT로 보여 주어 나 같은 사람은 그나마 좀 낫습니다.
가끔씩 단어를 사전에서라도 찾아 보게 하니.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 주는 설교가 어떤 것에 대한 것인지 전혀 모르고 넘어 갔습니다.
뭐, 잘 살고 있으니 못 들어도 크게 상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지런히 설교 준비한 분에게는 좀 미안하죠.
응?
한국에서도 안 하던 생각을 태국에서.
이거, 오늘 은혜 받았나 봅니다.
보통 찬송가를 세 곡 부르는데(세 번 아멘 같은 찬송가는 말고) 처음 두 곡은 모르는 곡.
다행히 마지막 곡은 아는 찬송가.
면류관 벗어서.
우리나라는 삼 절인데, 태국은 사절입니다.
이럴 땐 일절을 다시 부릅니다.
삼절.
온 세상 전쟁 그치고 참 평화 오겠네.
참 좋네요.
이런 세상이 정말 오면 좋겠는데.
어렵군요.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대통령 선거할 때 선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한 삼십분만 곰곰히 생각했더라면,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테고 그러면 다른 세상이 열렸을거라고.
아무튼 아무 생각 없었던 사람들 때문에 생각한 사람이 더 힘든 나날입니다.
오늘은 헌금 시간에 특송을.
세 팀입니다.
한 팀은 가족 수가 많고, 다른 한 팀은 새끼 목사와 전도사 부부.
이 팀들은 모르는 찬송이라 느끼는 은혜가 없었는데, 두 번째 팀이 나에게는 너무 좋았습니다.
노부부신데 남편이 하모니카로 반주하고 부인이 생소리로 찬송.
노래는 대개 태국 사람들처럼 많이 못 불렀습니다만, 노래가 아는 노래.
귀가 반짝하더군요.
어, 저 노래.
저 멀리 뵈던 ...
아이패드에서 곡을 찾으려 하니 아내가 저 곡은 찬송가가 아니라네요.
복음 성가라고.
그렇더군요.ㅠ
사실 곡 내용은 좀 상투적인 냄새가 나지만, 가락이 좋아서 많이 불렀던 노래인데.
저 멀리 뵈는 나의 시온 성.
그 거룩한 곳 아버지집.
내 사모하는 집에 가고자 간밤을 세웠네.
저 망망한 바다위에 이 몸이 상할지라도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주 복음 전하리..
아득한 나의 갈길 다가서 저 동산에서 편히 쉴 때 내 고생하는 모든 일들을 주께서 아시리.
빈들이나 사막에서 이 몸이 곤할찌라도 오 내 주 예수 날 사랑하사 날 지켜 주시리.
저 망망 한 바다 위에 이 몸이 상할지라도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주 복음 전하리.
오늘은 이곳 내일은 저곳 주복음 전하리.
예배를 마치니 태국인 성도가 한국분을 우리에게 안내합니다.
언젠가부터 한국인이 오면 신도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부부랑 연결해 준다는.
은퇴하신 감리교 목사님 부부셨어요.
같이 호텔 뷔페에 가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오후 많은 시간을 같이 했습니다.
역시 좋은 사람을 만나 시간을 같이 하는 것, 이게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은혜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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