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무반'이라고 주택 단지 안에있습니다.
옛날 교련 시간 많이 듣던대로 '오'와 '열'이 잘 맞는 환경이지요.
그러니 앞집도 있고 뒷집도 있고 당연히 옆 집도 있습니다.
더 자세히 말하면 세 방향 집은 담을 경계로 하고 있고, 한 방향 집은 골목길 건너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남향에 남쪽 대문이면 끝내주는 집 배치라 했는데, 햇살이 강한 나라에서는 북향에 북쪽 대문이 좋다고 할 수 있겠죠.
우리 집이 그렇습니다.
북향에 북쪽 대문.
우리 주변 집들을 살펴 볼까요?
일단 왼쪽편 옆 집은 거창한 크기의 집과 정원이 있는데, 일년 열두 달 거의 비어 있습니다.
여름에 한 보름 정도만 잠깐 들리는 정도.
사는 곳은 스위스라고 들었는데, 집 주인은 스위스 남자와 태국 여자와의 조합입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데 참 예쁘더군요.
동양과 서양의 장점만 섞은 듯이...
늘 비어 있으니까 집은 관리하는 사람들이 두 달 정도에 한 번 정도 몰려 와서 싹 정리하고 갑니다.
그 집을 우리가 살게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어쩌다 한 번씩 생각합니다.
우리 뒷집은 영국 노인네와 태국 여자의 조합입니다.
피터라는 노인 양반인데, 자전거를 많이 좋아해 복장을 갖추고 자주 타곤 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그냥 방콕...
워낙 나이가 많으니.
피터와는 만나면 그냥 '하이' 하며 인사하는 정도인데, 부인은 우리에게 잘 해 주려고 노력을 합니다.
물론 우리도 잘 해주지요.
사실 외국 노인네와 결혼한 태국 여자는 보통 태국 사람에게 좋은 대접은 받지 못합니다.
워낙 흔하기는 하지만요.
오른 쪽 옆 집은 순수 태국인 가정입니다.
남편은 일본계 회사 카오에 다니는데, 전형적인 태국인 가정답게 남편은 부인한테 꼼짝을 못합니다.
부인은 집에서 과자를 만드나 본데 말이 잘 안 통해 친해지는데 한계가 있어 더 깊은 내용은 잘 모릅니다.
과자는 잘 몰라도 빨래를 어찌나 잘 하는지.
그 잘하는 정도를 뽑으면 전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뽑힐 듯.
중학교 정도에 다니는 남자 애들이 두 명 있는데, 우리를 봐도 인사를 안 합니다.
확실히 유교 영향권이 아니라 4가지가 없는 듯. ㅎ
그래도 뭔가 급하면 찾는 집이 이 집입니다.
부탁을 하면 최대한 노력해서 도와 주려고 하죠.
우리 윗집은 태국인 노인네 부부만 사는 집입니다.
사위가 영국인.
당연히 부인은 태국인.
현재는 영국에 살면서 가끔씩 오는 정도.
아무래도 사위가 사 놓은 집에 노인네 부부가 관리 차원에서 사는 듯한 것이 주인들이 좀 예의에 벗어난 일을 많이 벌립니다.
그러니까 잘 나가는 집안이나 높은 교육 수준은 아니라는 거.
태국도 막가는 사람이나 웃통을 벗고 나다니는데, 남자 노인네는 좀 덥다 하면 웃통을 벗고 정원에서 활동합니다.
샌드백을 걷어 차기도 하고 왕 쇠구슬을 망치 같은 것으로 치는 놀이를 할 때도 있는데 거의 웃통을 벗은 차림이죠.
딸이 외국인과 결혼하여 많은 덕을 본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집 부부와는 이제까지 말을 섞어 본 적도 없군요.
난 비 매너남은 싫거든요. ㅎ
근데 좋은 것도 있기는 합니다.
두 필지를 집터로 사용하는데 우리 집 정면은 정원이라서 일단 덜 답답합니다.
정원 잔디도 괜찮은 편에 예쁜 꽃은 참 많습니다.
꽃이야 주인이 웃통을 벗고 다니든 말든 알아서 피니 말이죠.
거기다 요즘은 바나나가 큰 송이를 달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론 노랗게 익어 가는데 딸 생각은 안 하네요.
그러니 익은 것은 새들이 신나게 먹습니다.
그냥 새들 차지로 두었나요?
아까워서 따먹자니 새와 동격이 되는 것 같아 거시기한 감이 있어 우리도 그냥 넘어 갑니다.
확실히 여기는 동물 친화적입니다.
우리 단지 안에도 고양이, 청설모, 다람쥐와 찡쪽이라는 도마뱀 종류 그리고 각종 새들...
사람만이 아니라 동, 식물이 같이 살아 가는 공간입니다.
우리 옆집과 앞 집.
확실히 다른 곳에 비해 외국인과 결혼한 비율이 높군요.
우리 무반.
한참 많이 살 때는 한국인 가정이 네 가정이나 되었는데, 두 가정이 이사 가고 두 가정만 남았습니다.
한 집도 매일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 오는 집이라서, 사실 한국인은 우리만 있는 거나 마찬가지군요.
그게 좋을 때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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