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7

[치앙라이] 종려나무

정안군 2017. 6. 24. 12:01

 

 

 

 

 

예수가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 가실 때 많은 사람들이 호산나 하며 손에 들고 흔들었다는 나뭇가지.

그게 종려나무 가지였습니다.

사실 종려나무는 대추야자나무를 말한다 하는데 태국에서 종려나무라 부르는 것은 정확히는 대추야자는 아닌 듯.

그러니까 태국의 종려나무는 이스라엘의 종려나무와 다른 종류입니다.

물론 태국의 종려나무도 동글 동글한 열매가 맺히기는 하는데, 사람들이 익기 전에 몽땅 베어 버리는 것이 먹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은 아닌가 합니다.

익으면 누런 색을 띠는데 아무리 봐도 먹을 수 있게 생기지는 않았어요.

대추야자는 아니란 말쌈.

 

우리 집 정원에도 종려나무가 두 그루 자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유사품도 한 그루 있구요.

이 종려나무는 커가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새로 나는 잎은 처음에는 뾰쪽 뽀쪽한 돌기가 없이 맨꼭대기에 길게 매끄런 모습으로 등장을 합니다.

조금 시간이 되면 제대로의 모습을 갖추죠.

시간이 되어 가면서 잎 순서는 아래로 밀리고 색은 누렇게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맨 아래로 순서가 밀려 온 잎은 얼마 안 있어 수명을 다하고 떨어집니다.

잎 아래 부분은 둥그런 나무 줄기를 감싸고 있는 형태이니 떨어지면 싸고 있던 줄기 속살이 드러나게 되죠.

그렇게 나무는 키를 커 갑니다.

나무가 크면 그 잎도 커서 떨어지는 소리도 정말 큽니다.

종려나무 아래 주차를 해 놓으면 떨어지는 잎에 맞아 차가 파손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두리안 나무 아래 놓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충격은 비슷할 걸요.

 

떨어진 잎은 버려야 하는데 덩치가 크니 그게 쉽지는 않습니다.

일단 버리기 알맞게 처리를 해야 하죠.

그냥 밖에 놓으면 쓰레기 차가 가져가질 않습니다.

처리는 이렇게 합니다.

일단 닭 깃털 뽑 듯 돌기는 모두 뽑고, 뼈대는 두두려 쪼개 잘개 나눕니다.

그런 다음 통에 남아 두면 가져가죠.

성가시긴 하나 그렇게 복잡한 작업은 아니라서 가끔씩 떨어지는 잎은 심심풀이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워낙 억세고 뻣뻣하니 좀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다칠 수도 있어요.

조심 조심.

 

이렇게 크니 종려나무 잎은 태국 전통 가옥 지붕을 엮는데 사용되었다 하네요.

 

사실 그늘이 지는 것도 아니고 열매를 먹는 것도 아닌데 많이 심겨져 있는 것을 보면 태국 사람들이 꽤 좋아하는 나무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 집에도 두 그루, 옆 집에도 두 그루.

동네 방네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