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7일, 학교 도서관 앞 정원에 학생들이 리라와디를 심었다는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한 달쯤 지난 지금 그 나무들을 보니 잎 한 장도 아직 내놓지 못한 아이들도 있고, 옆 몇 장을 부끄러운 듯 살포시 내민 아이들도 있네요.
비가 잦은 요즘 물이 부족해 죽을 일은 없으니 모두들 건강하게 자라나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성장이 빠른 아이들도 있고, 느린 아이들도 있지만 모두들 자기 모습으로 자라겠죠.
루암밋 라후 어린이 센터에서 여름 성경학교를 연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이제 모레로 다가 왔네요.
어린이 센터에 가서 어린이들의 눈을 보면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하나같이 착하고 선한 빛이 그들의 눈빛에 있는데, 사회에서나 집에서 받는 대접을 보면 여러가지로 마음이 아프죠.
산마을은 그냥 한 번 가 보면 모두 힘들게는 보여도 만족도는 높으리라 짐작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물질 문명의 화려함이 그들 발 아래까지 밀려 와 있어, 그다지 행복하다고 느끼며 지내질 못합니다.
절대적 빈곤에 높은 출산율 그리고 무책임한 애비 등의 영향으로 특히 아이들은 사랑을 받으며 크질 못하죠.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나야 할 어린이들인데 말이죠.
언젠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한 저자의 집에서 한 고양이가 많은 새끼를 낳았습니다.
다들 빠릿 빠릿하고 활동적인데 유난히 비리비리한 아이 한 마리가 눈에 들어 옵니다.
이 저자는 호기심에 한 실험을 해 보기로 합니다.
그날부터 그 비리비리 아이를 특별 대접해 주기로 합니다.
다른 놈은 밀치고 어미 젖을 빨게 해 주고 늘 볼 때마다 품에 안고 쓰담 쓰담해 주곤 했답니다.
얼마 지나니 이 아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눈에 띠게 건강해지고 다른 아이들을 밀어내며 자존감을 과시하더랍니다.
그리고 모두 남 집에 분양을 했는데.
그 뒤 분양된 고양이가 있는 집을 방문했더니 다른 아이들은 다 고만고만 했는데 사랑을 듬뿍 받았던 그 아이는 얼마나 당당하게 살던지 많이 놀랐다는 글입니다.
그렇습니다.
모두들 자기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 변합니다.
특히 아이들은 두말하면 잔소리죠.
이런 것을 알기에 라후 어린이 센터의 어린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립니다.
물론 센터 전도사 부부와 목사님 부부의 사랑은 많이 받지만 사랑은 많이 받을수록 좋은 거 아니겠어요?
특히 태국 사회에서 멸시를 받는 소수민족이니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죠.
그들이 태국 사회에서 더 이상 멸시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들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나에게는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문제인데, 내가 후원을 받는 선교사가 아니기에 물질적으로는 한계가 있네요.
우리가 가면 뭔가 특별한 음식과 함께 하니 그냥 빈손으로 가기는 이제 많이 힘듭니다.
그래도 뭔가 받으면 그것으로나마 아이들에게 특별한 것을 선물하곤 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지인에게 선물을 받아 그걸로 한 차례 특별식을 쏘기로 합니다.
이번은 치킨이 주인공입니다.
언젠가 시험삼아 피자도 준비했었는데, 피자는 실패.
먹어 본 친구가 없으니 반응이 영 그렇더군요.
그래서 이번은 그 중 반응이 가장 좋았던 통닭 튀김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점심 때 해주면 좋겠다고 하셔서 때에 맞춰 준비해 가기로.
도움의 손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듭니다.
선교사님께 직접 후원을 하면 그분들은 필요한 곳이 너무 많기에 특별한 음식을 제공하는 건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하기에 우리처럼 직접 음식을 준비해 가면 아이들이 즐거워하죠. ㅎ
직접으로 오는 기쁨이 있으니까요.
기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다다익선의 법칙인데.
그냥 우리에게 들어오는 부정기적인 선물로는 너무 드물어서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봅니다.
역시 후원입니다.
죄송.
그래서 우리 라후 어린이 센터에 쏘실 의사가 계신 분들이 후원을 해 주시면 우리가 직접 음식을 가지고 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함께 가시면 너무 좋겠지만 그게 안 되면 우리가 대표로 가서 사연을 말씀 드리고 대신 쏘는 것도 좋겠습니다.
생색을 우리가 내니 좀 거시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좋긴 합니다. ㅎ
우리가 이런다고 태국 사회가 소수민족을 대하는 태도가 당장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압니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이 많은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때 그들 자존감이 올라가 스스로 더 당당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라후 어린이들도 자신들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존재라는 것을 더 많이 깨닫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5일 점심때 만날 라후 어린이들이 기대됩니다.
닭다리를 뜯는 아이들의 행복한 얼굴도.
다시 좋은 소식을 전하기로 하죠.
혹 돕는 손길이 많이 있어 여름 성경학교 기간 내내 특식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함께 해 봅니다.
역시 도움은 나에게도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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