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교통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고 또 뜨거워서 걷기 힘든 이곳.
오토바이가 서민의 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너무 위험해서 추천하고 싶지 않으니 대안은 딱 하나.
승용차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싸지도 않고 외국인은 할부도 안 되니 목돈이 들어가야 한다는 게 걸리죠.
그래도 이 동네에서 편하게 살려면 승용차를 렌트하거나 구입하는 게 필수입니다.
승용차는 보통 10,000 km 정도 운행하면, 직영 공장에 가서 이것 저것 갈고 체크를 받습니다.
개인 정비소에 가면 가격이 좀 싸고 시간이 덜 걸리기는 하지만, 믿음이 가질 않아 직영 공장에 가죠.
가격은 직영 공장은 대략 2,000밧 조금 안 되게 나오더군요.
일반 개인 정비소는 1,000밧 정도 달라고 하고.
이렇게 차를 잘 관리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차 시동을 걸으니 걸리지 않습니다.
딱 봐도 이건 배터리가 나간거죠.
몇 번 시도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
우리나라 같으면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면 득달같이 서비스차가 와서 해결해 주는데 여기는 언감생심.
할 수 없이 단지 안을 청소하는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자기가 빌려 온다고 잠시 없어지더니 점퍼를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이웃에 사는 지인의 차를 불러 서로 연결시키고 시동을 거니 걸립니다.
내 일처럼 도움을 준 청소 아저씨께는 성의 표시로 얼마를 드리면서 상황 끄~~~~ㅌ.
이러면 바로 배터리를 갈았어야 했는데.
태생이 충청도라 느려 터져 그만 미적 미적했네요.
어쨌든 며칠 잘 다녔는데, 그만 일이 터지고 맙니다.
사거리 신호 대기 중이었는데 시동이 사르륵 그만 돌아 가시고 맙니다.
다시 걸어 봐도 안 걸렸어요.
이거, 올 게 왔구나. ㅠㅠ
뒷차들 빵빵 거리고 난리라서 아내가 가서 일단 그 차들에게 우리 차 고장 났으니 알아서 가라고 손 신호.
그래도 워낙 차 통행이 많은 곳이라 교통 체증이 금방 옵니다.
할 수 없이 지나는 학생들의 도음을 받아 밀어 차를 빼 내어 좀 한적한 곳으로 옮겼네요.
어디선가 나타난 경찰이 와서 뭐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습니다.
배터리가 나갔다.
혹시 보험회사 도움을 받을 수 있냐고 물으니 이런 건 니가 알아서 해야 한다네요.
그러더니 옆 가게 주인에게 배터리 가게가 어디 있는지 물어 위치를 알려 줍니다.
대충 100m 정도 아랫쪽에 있다고.
또 다시 우리 동네 사는 지인을 불러 이것 저것 해결하기로 합니다.
우선 배터리 가게를 찾아가서 우리 차 배터리가 나갔다고 말하며, 찍은 빼터리 사진을 보여 주고 얼마냐고 물으니 그 기술자가 한참을 설명하는데.
헌 배터리를 가지고 오면 얼마, 안 가지고 오면 얼마라는 듯.
지금 상황이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닌 듯하여 기술자를 데리고 차 있는 곳으로 옵니다.
물론 배터리 값은 배터리를 안 가지고 올 때 비용을 낸 듯 해요.
그때는 그냥 그런 가 했는데 상당히 비싼 값을 냈더군요.
하지만 그건 정신이 좀 돌아 왔을 때 이야기에요.
아무튼 아무리 험한 상황이라도 좀 느긋하게 판단하는 게 돈을 버는 일이죠.
어째거나 수명이 다 된 헌 배터리를 꺼내고 새 배터리를 넣고 시동을 걸으니 걸립니다.
기사가 전압을 체크해 봅니다.
.
라이트를 켜 보고 꺼 보고 에어컨을 켜 보고 꺼 보고 해 봅니다.
괜찮답니다.
정상이라네요.
대개 배터리 충전이 안 되는 경우는 제너레이터 고장인 경우가 많다고 해서 혹시 그게 고장인가 했는데, 그냥 배터리가 오래 되어 그것만 나갔나 보더군요.
일단 돈이 좀 많이 들었지만 상황 끄~~~~ㅌ.
외국에서 살 때 돈이 들어가면 해결되는 일은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일단 해결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 두기로 합니다.
이게 정신 건강에 좋죠.
그 날이 토요일이라서 월요일 직영 공장에 가서 다시 체크를 해 봅니다.
제너레이터가 나갔으면 비용이 꽤 나올텐데 정상이라더군요.
그래서 배터리 소통은 그냥 한 때 해프닝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동네 주변이 아니라 먼 곳에 출타했다가 이런 사단이 났으면 꽤 힘들었을 듯.
여기는 즉시 출동 대기하고 있는 보험 서비스카가 없으니.
배터리 같은 것은 좀 미리 미리 체크를 해서 사단이 나기 전에 가는 게 좋겠어요.
역시 남 나라에 사는 것은 쉬은 게 없습니다.
그래도 어찌 어찌 하면 또 해결책은 다 있네요.
귀찮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랍니다.
태국에서는 배터리를 뱃떠리(แบตเตอรี่)라고 합니다.
빳데리나 배러리가 아니구요.
그런데 우리 말로 배터리는 표준어가 아닌가 보네요.
건전지의 비표준어라고.
아......네....
'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앙라이] 전 세계 비행기 스케줄이 알고 싶으세요? (0) | 2017.09.04 |
---|---|
[치앙라이] 생명의 말씀 (0) | 2017.09.03 |
[치앙라이] 별에서 추락 중인 한 남자. (0) | 2017.08.31 |
[치앙라이] 인생은 순간의 선택의 연속입니다. (0) | 2017.08.30 |
[치앙라이] 룽 잇(Lung Eed ลุงอี๊ด) 로컬 푸드 (0) | 2017.08.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