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이 남긴 귀천이라는 시입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바로 오늘이 그 날이랍니다.
전 태국 국왕의 이야기입니다.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살이를 소풍 온 것으로 표현 했는데 푸미폰 국왕은 뭐라 말했을까요?
태국 왕들에게 죽음은 다시 신의 세계로 돌아 가는 것입니다.
본래 신이었으나 잠시 인간의 세상에 내려 와 있다가 신의 세상으로 돌아 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방콕포스트는 귀천 중이라는 표현을 썼네요.
하늘로 돌아 가시는 중.
Returning to Heaven.
오늘은 푸미폰 전 국왕의 긴 장례 행사 가운데 절정에 해당하는 화장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공휴일로 지정이 되었고, 관공서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업소는 거의 다 쉽니다.
심지어 365일이 아니라 366일 여는 센트럴이라든지 빅씨 같은 대형 매장도 부분적이거나 전일 휴일입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지으시고 마지막 날 쉬셨죠.
안식일이라 정하시고 내가 쉬니 너희도 쉬라고 명하셨습니다.
이 의미는 네가 쉬어야 네 아래 딸린 모든 이들도 쉴 수 있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약자에 대한 하나님의 배려이지요.
그런데 장로가 회사의 대장으로 있는데 주일에 자기는 교회에 가고 종업원들은 일 시키거나 또는 자기는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기사는 밖에 대기시키는 높으신 분들.
이런 짓거리는 하나님을 믿는 자로서는 빵점 짜리들입니다.
나도 쉬었으니 너도 쉬고 다른 이들도 쉬게 해라.
이게 하나님이 안식일을 주신 의미입니다.
태국 왕이 죽어서 과로에 힘들어 하는 대기업 종업원들에게 쉼을 주니, 그것이 마지막 선물인 듯 싶어요.
그의 친절한과 애정을 태국인들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많은 노동자들에게 잠시 쉼을 주었으니 마지막 친절의 표현이군요.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라.
사람이 왕이든 노예의 신분이었든 죽으면 모두 흙으로 돌아갑니다.
장례에 돈이 얼마를 쓰던 그냥 둘둘말려 땅에 묻히든 똑 같지요.
죽어서 신이 되는 분은 태국 왕과 일본 왕이 유일한 것 같은데, 흙이 아니라 신이 되신다?
believe it or not.
모든 생명체는 이 땅에 나올 때 자기 종족을 널리 펼치라는 성스러운 명령을 유전자 코드로 세겨진 채로 조물주에게 받았죠.
태국 왕도 아들 하나에 딸 둘을 두었으니 자기 임무는 마친 셈입니다.
신이 되어 하늘에 오르든 말든.
우리 집 주변의 식생들도 자기 번능에 충실합니다.
뽕나무는 오디를 맺었고 바나나는 큰 송이를 달았습니다.
비록 사람이 따서 먹지 않고 새들이 부지런히 먹긴 하지만 그건 바나나 나무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망고나무.
지금은 망고 철이 지난지 오래 되었는데, 우리 집 망고 나무는 아직도 망고를 달고 있습니다.
철을 모르는 친구지요.
가끔 이런 친구들이 있어야 세상이 단조롭지 않습니다.
삐딱선을 타는 친구가 있어야 세상이 재미있는 이치입니다.
사람이 태어나 살다 죽는 것은 뽕나무가 때가 되어 오디를 맺고, 망고나무가 철이 되어 망고를 달고, 바나나가 자라나 바나나 한 송이를 매달고 죽는 것처럼 모두 정한 이치입니다.
태국 왕도 정해진 이치에 따라 살다가 죽었습니다.
오늘이 바로 그의 몸이 한 줌 재가 되는 날입니다.
흔한 기독교 신자 믿음대로 하면 태국 왕은 천국에는 못 갈 텐데, 그가 간다는 천국은 어디일까요?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과 다른 곳일까요?
대단한 의미를 지닌 말 같지만 다 부질없는 소리입니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그네 아빠가 시바스 리갈을 드시다 총 맞고 귀천한 날이군요.
그네 아빠도 반인 반신이라 하니.
그런데,
다스는 누구 껍니까?
ดัส(DAS)เป็นของใค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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