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7 여행

춥네요, 추워요.

정안군 2017. 11. 3. 15:47

 

 

 

 

 

우리나라 역사 드라마는 워낙 픽션이 많고 해서리 잘 보지를 않습니다.

특히 조선말 드라마는 더욱 그렇습니다.

패망의 암울한 느낌을 지울 수 없거든요.

그나마 조선 개국 무렵을 배경으로 하면 새 기운이 깔려 있어 좀 낫더군요.

더욱이 정안군이 등장해서 더 호감이 갑니다.

태종 이방원의 군호가 정안군이죠.

 

가을은 본래 날은 추워지고 낙엽이 지고 하니 분위기 저체가 좀 썰렁한데, 오늘처럼 비까지 오면 조선 말기의 암울함이 느껴지는 건 나 혼자만의 느낌일까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가을은 맑아야 제격이네요.

 

여기 사시는 분들에겐 낙엽 지는 것에서 별 느낌이 없겠지만, 상하의 나라 태국에 살다 오니 낙엽 색깔이 정말 감탄스럽습니다.

어쩜 저런 색이 나올 수 있을까 싶은 게 여기 와서 거리를 걸을 때 느낌입니다.

특히 은행잎.

노란색이 정말 황홀할 정도입니다.

 

나도 그런데 태국 사람들도 우리나라 가을의 풍경을 보면 정말 감탄할 것 같아요.

 

그런데 추위는 어쩔 수가 없네요.

춥다 추워를 입에 달고 있습니다.

 

그래도 길에 비취는 가을 풍경은 머리 속에서 그 동안 잊고있었던 싯귀나 노래 가사를 끄집어 내는군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등장했던 김광균의 추일서정 첫 귀절.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레미 드 그루몽의 낙엽이란 시 일부분.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찬바람이 싸늘하게

자신의 노래처럼 홀연히 사라진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

 

또 내가 좋아하는 노래.

낙엽은 지는데.

화투 그림으로 개망신을 당한 조영남의 노래입니다.

 

마른잎 굴러

바람에 흩날릴 때

생각나는 그 사람

오늘도 기다리네

왜 이다지 그리워하면서

왜 이렇게 잊어야 하나

낙엽이 지면 다시 온다던 당신

어이해서 못 오나

낙엽은 지는데

 

지금도 서로서로

사랑하면서

왜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

낙엽이 지면 그리워 지는 당신

만날수가 없구나 낙엽은 지는데

 

전체적으로 가을이 주는 느낌은 쓸쓸함이네요.

 

이제 나도 인생 전체로 보면 늦가을인 듯 싶어 더 그런가요?

 

모처럼 먹고 싶었던 이호집 순대국을 먹으러 갔드랬습니다.

맛은 여전히 좋은데, 주인 아줌마는 일년새 팍 늙었네요.

주인 남자가 풍에 맞아 혼자 정신 없이 식당을 운영하니 힘이 드는데다 다른 걱정도 있나 봅니다.

어떤 손님이 안녕하셨냐고 물으니 한숨을 내쉬며 안녕하지 못하다는 대답이 나를 쓸쓸하게 합니다.

비는 내려 을씨년스럽고 춥기까지 하니 문득 한국의 가을이 싫어집니다.

얼른 치앙라이로 가야 쓰겄다.

 

충주에서 올 전국체전이 있었대요.

이미 끝나고 시민들 감사하다는 인사 걸개가 더처에 나부낍니다.

종합운동장을 지나가는데, 체전 때 성화 거치대가 눈에 들어 옵니다.

충주하면 사과, 사과하면 충주.

이 표어를 형상화한 듯 하죠?

 

좀 걷가다 집에 가려다가 춥고 추워 얼른 집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모처럼 도서관에 갔더니 책을 본지 오래라 줄기를 잃어 버렸네요.

읽을 수 있는 많은 책이 있는 도서관은 한국이라 좋은 것인데, 마땅한 책을 발견하지 못해 슬픕니다.

이건 한국을 떠나 사는 자의 슬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