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7

[치앙라이] 야오족 마을 훼이 꽌(huai kwan ห้วยกว๊าน)을 찾아서

정안군 2017. 12. 16. 17:05

 

 

 

 

 

 

 

 

 

 

 

 

 

 

 

 

크리스마스 행사 지원을 위해 토요일 일찍 교회 팀들이 출발하나 했더니 금요일 모두 갔다고 하네요.

말이 잘 안 통하니 이렇게 뭔가 조금씩 삐걱거릴 때가 많습니다.

 

교회에 전화를 해 자세히 알아 보니 사정이 이랬습니다.

미안하다.

하지만 산에서의 밤은 추워 지내기 힘들 것 같아 연락을 안 했노라.

대신 주소를 보내 왔습니다.

예배가 9시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다면서.

가고 싶으면 직접 찾아 가시라.

아마 설마 가겠어 하는 마음들이 있었나 봅니다.

 

갈까 말까 하다가 처음 계획대로 가 보기로 합니다.

야오족 마을도 구경하고 싶고 또 어쨌든 간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키고 싶었어요.

 

보내 온 주소는 반 훼이꽌 학교.

구글에 주소를 입력하니 치앙쌘 부근의 산골인데 대략 거리는 77km.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나오네요.

구글에서 대략 동네 사정을 보니 비포장인 듯 보였어요.

요즘 설마 비포장이겠어?

 

9시 예배 시작 시간에 맞춰 집에서 7시 30분에 출발합니다.

이른 아침은 날이 제법 찹니다.

치앙쌘 부근의 반 쌔우까지는 쉽게 갑니다.

거기서 좁은 콘크리트 도로로 들어 가는데, 길은 좁긴 하지만 포장은 그럭저럭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도 잠시.

비포장으로 바뀌네요.

그런가 했더니.

길은 엉망으로 변하더군요.

‘길이래도 좋다 아니래도 좋다’ 이런 선전 문구에 잘 어울리는.

 

대략 6km 정도로 남은 길에서 정말 악전고투했습니다.

울퉁불퉁 울퉁불퉁.

퍽 퍽...ㅠㅠ

 

주변은 마을은켜녕 인가 하나 없습니다.

그래도 구글은 꾸준히 길 안내를 하네요.

대단한 구글.

하지만 우리 차는 탄생 이후 최고로 고생하는 날입니다.

밑바닥을 수 없이 긁히면서 가긴 했는데.

그러다 어느 순간은 차를 그냥 놓고 걸어서 가야 하나 생각도 들었어요.

 

아무튼 그렇게 가니 집이 한 채 두 채 나오더니 조그만 마을이 나옵니다.

바로 ‘반 훼이 꽌’이었어요.

교회가 어디냐고 물으니 계속 가면 된다더군요.

마을은 그래도 포장이 되어 있어 천국에 온 것 같았어요.

교회에 도착합니다.

어린이들 소리가 예배당에 가득합니다.

우리가 온 것을 보고 치앙라이 제일교회 신자들이 무지 기뻐하네요.

교회에서 지휘도 하시고 이 마을 교회도 돌보시는 분이 우리가 온 길을 알고 기뻐하면서 깜짝 놀랍니다.

왜 그리로 왔냐고.

아래 길로 오면 길이 좋다네요.

힝, 구글 어떻해.

하지만 구글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되겠죠?

 

치앙라이 교회에서는 목사님, 전도사님, 지휘자분, 이 마을 출신 신자 서넛 그리고 중등부 네 명이 이 교회를 도우러 왔습니다.

주로 주일학교 어린이를 위한 행사였네요.

어린이 행사 중 우리 부부는 동네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습니다.

교회 구성원은 마을에서 여섯 가정이 다라네요.

하지만 한 집에 애들이 예닐곱씩은 되어 예배당 안은 아이들이 가득합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동네 애들도 먹을 것도 주고 선물도 주나 모두 나오지 않았나 싶었어요.

 

한 청년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태국어 능력이 시원찮은 걸 알고 특별히 잠 자던 친구를 데리고 온 듯.

한국에서 2년 간 일하고 왔다는 총각인데, 한국어 실력이 우리 태국어 실력만 못 하네요.

그래도 둘이 조합을 하니 소통 능력이 많이 좋아 지긴 합니다.

 

동네 구경을 해 봅니다.

우선 우리가 구글에서 찍고 온 반 훼이 꽌 학교.

학교는 작지만 안에 유치원까지 있네요.

영어로 쓰여진 도서관도 있습니다.

태국은 이제 기본은 갖추어 진 듯 합니다.

토요일이라 사람은 없는데, 부처님 두 분이 학교를 지키고 계십니다.

태국은 종교의 자유는 있지만 불교의 영향은 이토록 절대적입니다.

 

마을은 둘러 보니 그렇게 크지 않은데, 절대적 빈곤 상태는 아닌 듯 합니다.

나름 괜찮은 집도 있네요.

허름한 집도 있긴 하지만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교회로 다시 가다가 집 앞에 앉아서 물담배를 피는 노인이 있어 말을 걸어 봅니다.

담배는 그냥 시중에서 파는 것인데, 대나무 통 앞에 끼워 피우면 담배가 순해진다네요.

대나무 통 안에 물이 들어 있다고 알려 줍니다.

담배 연기가 물을 통과할 때 니코틴이 녹아 드나요?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참여하는 예배가 시작됩니다.

한 분이 오시더니 우리 부부에게 단 앞에 놓인 붉은 초에 불을 붙여 달라시네요.

괜찮다고 해도 자꾸 부탁합니다.

그래서 예배가 시작하고 바로 단 앞에 가서 불을 붙입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이번 주에 세 번째 초에 불이 붙을 차례인데, 여기는 네 개 모두가 불이 붙습니다.

미리 크리스마스네요.

헌금 순서가 있었습니다.

미리 지휘자 분께 그동안 후원 받고 남은 돈을 드렸는데, 헌금 시간에 내라고 다시 주시네요.

그래서 헌금 주머니에 우리 정성과 도와 주라고 우리에게 주신 분들의 정성이 담긴 금액을 담았습니다.

그 중에는 한 스님이 주신 정성도 있어요. ㅎ

 

예배 후 모든 신자들에게 치앙라이 제일교회에서 준비한 푸짐한 선물이 돌아 갑니다.

교회 신자 비신자 모두가 받는 것 같았어요.

선물을 받고 좋아 하는 걸 보니 내가 다 마음이 좋습니다.

 

끝나고 모두 함께 하는 식사.

차린 음식 가짓수는 얼마 안 되지만 맛 있네요.

특히 다진 돼지 고기를 대나무 통에 넣어 구운 야오족 고유 음식이 맛있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미리 끝낸 아내가 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아가씨는 듣지도 못하고 말도 못한다고.

엄마도 그렇다네요.

병원에 가 보았냐고 물어 보니, 영어를 쬐끔 하는 아가씨가 우리에게 돈을 내어 병원에 갈 수 있게 해 주겠냐고.

이럴 땐 뭐라 해야 하는지...

그냥 위해 기도를 해 주겠노라 하는데, 영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 하나님.

 

모두에게 인사를 하면 분위기가 흐려질까 하여 지휘자분과 우리 통역(?) 청년에게 살짝 인사를 하고 돌아 옵니다.

아래쪽 길은 중간 산길이 좀 험한 곳도 있지만 모두 포장이 되었더군요.

그러니 우리 차만 정말 생으로 고생했어요.

 

어쨌든 힘들긴 했지만 마음은 기쁨이 가득 차서 돌아 옵니다.

역시 기쁨은 나누면 두 배, 아니 두 배 이상이 됩니다.

 

다시 갈 일이 있을까 싶은 야오족 마을, 반 훼이 꽌.

그곳도 교회가 있고 하나님이 사랑하는 백성들이 살고 있었어요.

그리고 듣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아가씨도...

그래서 마음 한 구석은 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