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 정착 2018

[치앙라이] 음식점 경영 참여기

정안군 2018. 11. 30. 15:02

 

 

이제까지 살면서 이런 일이 나에게 있을까 싶은 일이 최근 몇 건 있었다.

사시 붙은 사람이 우리 식구가 된 일.

친가, 외가, 처가 이렇게 삼족을 훓어 봐도 유래없는 쌍딩이가 태어나 트윈의 할배가 된 일.

거기에 클라이막스는 음식점 관계자가 된 일이다.

 

음식점의 관계자(라고 쓰고 머슴이라 읽는다)가 된지 어느덧 보름.

그 사이 몸무게는 정확히 3kg이 줄어 언제 이 몸무게이었던지 생각조차 가물가물한 65kg 대가 되었다.

아내는 CEO이고 나는 머슴으로 식자재 담당이다.

그래서 식당 안에서는 숫가락 하나 나르지 않는다(고 쓰고 싶다)

담당이라 해도 선택 권한은 1도 없고 오늘은 여기에 저기, 내일은 저기에 여기하면 여기 저기 운전하고 가서 운반해 오는 일이 전부.

거기에다 집에서 음식점까지 대략 8km 정도 되는데, 어떤 때는 여섯 번을 왕복한 경우도 있었다.

기본은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세 번이다.

 

그리고 집에서 휴식을 겸해서 대기하다가 호출 콜이 오면 즉각 출동하는 게 식자재 관련 시간 외에 할 일이다.

가도 특별히 하는 일은 없고 한 쪽 구석에 앉아서 손님들과 시선을 맞추지 않고 대기하는데, 어떤 때는 왜 오라고 했는지 묻고 싶고 싶다만 머슴 신분이니 그저 그러니라 한다.

 

식자재를 사러 가는 시장도 다양하다.

우선 집 근처인 반두 재래시장.

대형 매장인 마크로.

좀 먼 농산물 시장,

중간쯤에 있는 구 농산물 시장.

그리고 여기 사람들이 큰 시장이라 부르는 딸랏 루엉과 그 근처 아카 시장이다.

쓰다 보니 많기도 하다.

 

바쁘고 힘들면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 하는데 사정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대부분의 태국 사람에게 한국 음식점은 가격이 거의 넘사벽이라서 쉽게 올 수 있는 소득 수준이 되는 사람은 치앙라이에는 극소수이다.

그리고 한국 교민이라 해 봐야 선교사들 빼고는 거의 없으니 올 대상 자체가 얼마 되지 않는다.

 

치앙라이에 있는 규모가 되는 음식점은 패키지 손님을 받아 운영한다고.

운영할 기간이 얼마 되지도 않지만 그런 패키지 손님 영업은 우리 CEO께서는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니 운영이 어려울 게 뻔하다.

 

전에는 한국 음식점이 태국 음식점 가격에 비해 너무 비싼 듯 하여 엄청난 폭리를 취하나 했는데, 따져 보니 사실 많이 남지도 않는다.

한 명의 외국인이 음식점을 운영하려면 태국인 4명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데다가 외국인에게 따르는 위험 부담금(?)까지 발생하니.

부부가 운영하면 외국인이 두 명인 셈이니 8명을 고용해야 한다.

이거 무시했다간 잡혀가 벌금내고 추방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나는 식당에 얼신거리지 않는 게 맞다.

사실 머슴 노릇도 하면 안 되는 것이라서 몰래(?) 한다. ㅠ

암튼, 우리나라에서도 어려운 게 요식업이라 했는데, 남 나라에서야 오죽하랴 이런 생각이 기특하게도 요즘 들기 시작했다.

 

지난 달 음식점 주인에게 3월말까지 운영을 해 달라고 부탁을 받았을 때 힘들게 부탁을 하였지 싶어 선뜻 그러라 했고 얼마 안 되는 기간이니 재미있게 해 보자 했다.

그런데 직접 해 보니 짧은 기간이라 그렇지 기약 없이 운영하라고 하면 지금도 얼마 안 남은 머리털이 몽땅 다 빠질 것 같다.

음식점 경영하는 세상의 모든 분들이 존경스럽다.

 

음식점의 관계자(라고 쓰고 머슴이라 읽는다)가 되기 전 내 생활은 모두가 부러워 할만한 생활이었다(고 혼자 생각한 적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 인간극장 방송을 보는 것으로 시작하여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오후에는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였는데, 요즘은 그게 모두 꿈 속의 일이 되었다.

요즘은 군대서 잠깐 했던 5분 대기조 생활의 재생이다.

 

사실 나보다 아내가 더 힘들겠지만 원죄가 있어 힘들다는 내색도 못하니 열심히 머슴으로 돕는데, 이제 불과 보름이 지났다.

언제 3월말이 될꼬. ㅠ

과연 그 때까지 내 머리털이 남아 있을까?

또 몸무게는 기적의 50kg 대에 접어 드는 게 아닐지.

 

익숙해지면 좀 쉬워지리라 혼자 생각을 하며 모든 시름을 달랜다.

오 솔레 미오.

 

느는 건 있다.

식당에서 밥 먹는 걸 좋아 하지 않아 점심과 저녁 식사를 혼자 준비해 만들어 먹으니 음식 솜씨가 나날이 늘어간다.

김치찌게, 달걀찜, 돼지고기두부찌게, 참치두부찌게, 배추 된장국 등등.

이러다가 요리사로?

 

뱀발)

사진은 큰 시장 근처의 아카족 시장으로 우리가 먹는 식재료와 닮은 것을 많이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