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둘레길

[한국] 서울 둘레길 2코스(용마 . 아차산 코스 - 화랑대역에서 광나루역까지)

정안군 2019. 4. 12. 16:08

 

 

 

 

 

 

 

 

 

 

 

 

서울 둘레길은 1에서 8코스로 나누어져 있어요.

처음에 분위기 파악하러 근처 둘레길을 갔던 이유로 내 순서는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 남은 것은 1, 2 코스와 8코스.

마저 끝낼 수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래도 마지막 순서는 지키고 싶어 1, 2 코스를 놓고 심사숙고하다가 그 중 만만해 보이는 2 코스를 먼저 하기로.

경치가 좋다니 기대를 해 봅니다.

 

2코스가 시작되는 화랑대역까지는 집에서 버스와 지하철로 2 시간이나 걸리더군요.

좀 지루하긴 했습니다.

버스는 좀 느리긴 해도 밖의 경치를 보며 가니 좀 나은데 지하철은 빠르긴 해도 말 그대로 지하를 달리니 볼거리는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는 승객들뿐입니다.

핸드폰을 보지 않고 있는 사람은 연식이 아주 오래 된 분 몇몇 밖에는 없습니다.

 

육사가 근처에 있어 화랑대라 이름이 붙은 듯한 역에서 2 코스를 시작합니다.

온갖 꽃들이 만발한 맑은 물이 흐르는 천변 도로를 한참 걷다가 일단 도로로 걷고 신내역 근처에서는 공사판 근처도 지나게 됩니다.

잇는다는 생각만 없으면 양원역에서 출발하는 게 현명한 선택인듯.

양원역 부근에서 공원으로 집입하면 봄 경치가 시작됩니다.

공원에는 근처 유치원에 다니는 병아리들이 많이 나왔네요.

남녀 짝짝이 손을 잡고 열을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봄 풍경과 너무 잘 어울리네요.

 

언덕에 오르면 배꽃 이화가 만발한 배나무가 반깁니다.

배로 유명한 먹골이 멀지 않아서인지 배 과수원이 보입니다.

조그만 언덕 같은 산 하나를 넘으면 망우 역사문화 공원이 시작됩니다.

전에는 망우리 공동묘지.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오르면 아래 위쪽으로 무덤들이 보입니다.

그러나 스산한 분위기는 아니고 너무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파스텔화 같은 경치의 멋진 봄날.

 

많은 분들이 좋은 곳에 누워 계시네요.

익숙한 이름들도 많이 보입니다.

한용운, 차중락, 이중섭, 박인환.

 

한번도 뵌 적이 없는 분들도.

광산 김공 영환.

덕수 이공 아무개.

일본 사람도 있네요.

아사카와 다쿠미.

일본 사람이 어인 일로 여기에?

 

공원 순환길은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주인과 같이 나온 개들도 많고.

주인이 아니고 부모인가요?

요즘은 개를 자식으로 여기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리.

 

포장이 끝나는 삼거리에서 산길이 시작됩니다.

용마산 구간이 시작되네요.

오르막도 나오고 옛 성터 보루라는 전망 좋은 곳이 연속으로 나옵니다.

첫 보루를 가려면 500계단이 넘는 깔닥 고개를 올라가야 하는데 다 오르면 이제 수명이 30여분 늘어 났다는 안내판이.

99살이 목표인데 인제 99살 30분을 목표로 해야 하나요?

 

첫 보루가 용마산 정상인가 했더니 정상은 둘레길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있더이다.

200여 m대 산의 정상이 무슨 의미인가 해도 평지에 솟은 산이라 제법 폼은 납니다.

나는 정상은 생략.

 

중간에 아주머니들 일행이 나누는 이야기를 살짝 들었습니다.

자녀는 2녀 1남이 가장 좋다니깐 딸은 많을수록 좋다는 반론.

그러니까 한 분이 싸가지 없는 신랑을 만나 사느니 못 사느니 해봐라 지옥이 따로 없는데 딸 많은 게 뭐가 좋으냐.

흐흐.

공감이 충분히 가는 이야기더군요.

결혼만 시키면서 탁 털어내면서 끝인줄 알았는데 막상 당하고 보니 끝이 아니고 그게 시작이더이다.

그래서 지금은 생각은 켜녕 꿈에서도 없던 베이비 시터를 하고 있으니.ㅠ

꼬맹이들 웃는 얼굴을 보면 환장하게 좋다가도 안 자고 울고 찡찡대면 이게 먼 일이래 하는 생각이.

아 극강 극한 직업 베이비 시터.

 

2 코스는 전망이 좋은 코스라 하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양 쪽으로 멋진 경치가 쉴 틈 없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자연 풍경이 아니고 인간의 솜씨라 확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전망은 최고입니다.

이어지는 보루가 전망대 역할을 하니 더욱 그러네요.

바보 온달이 이곳 싸움에서 전사를 했다 하던가요?

평강 공주는 신랑 온달을 잘 보살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켰죠.

아차산성 구조를 보면 방어 진지로는 아주 훌륭한 곳임을 걷다 보면 알게 됩니다.

 

한 보루에서 잠깐 쉬면서 가지고 온 빵을 먹으려 배낭을 뒤적거리는데 한 비둘기가 반갑게 다가 옵니다.

강아지가 아니고 비둘기가.

너 비둘기 맞아?

마치 강아지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발 아래까지 와서 먹을 것을 기다리더군요.

얼마나 사람들 손을 탔으면 이럴까요?

이 비둘기가 아닌 개둘기 꼴이 보기 싫어 쫓으니 몇 번 물러 갔다 오더니 싹수가 안 보였나 다른 사람들에게 가더이다.

 

사람 친화력이 극강이었던 라오스 루앙남타 야시장 강아지가 생각났습니다.

다가와 핵핵거리며 처량한 눈빛으로 사람을 바라 보다가 관심을 안 주면 발로 툭툭 건드리던.

그 강아지, 잘 먹고 살고 있겠죠?

 

잘 정돈 된 아차산 공원 입구를 나오면 골목길로 이어지고 결국은 광나루역으로.

2코스 종점입니다.

예정 시간이 5시간 20분인데 3시간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이제 옛날 걷던 실력이 나오나요?

 

이제 남은 것은 1 코스와 8코스.

다음 주에 1 코스를 해볼까나?

 

오늘이 4월 13일.

별이 된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