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9 여행

[한국] 4월의 강릉

정안군 2019. 4. 17. 21:02

 

 

 

 

강릉하면 묘한 설렘이 있습니다.

강릉은 바다가 있고 백두대간이 있고.

또 젊은 시절 국방부 공무원일 때의 추억도 있고.

그래서 그런가요?

 

아내의 친가와 외가가 있어 연고가 쬐금은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번은 장모님을 위한 이벤트.

장모님이 하나 밖에 없는 강릉에 사는 남동생을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 모시고 가기로 합니다.

당연히 아내의 외삼촌이기도 한데 몇 해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 집에만 계신다 하네요.

한 분은 치매, 또 한 분은 시력이 떨어져 거의 앞이 안 보이는 상태.

이래서 집에서만 계시는데.

모시고 나가 외식을 하기로 합니다.

 

강릉을 언제 마지막으로 간나 했더니 이년전이군요.

백수가 멀쩡한 평일을 두고 주말에 갔다가 차가 밀려 고생을 많이 한 기억이 옛 기록을 보니 남아 있더이다.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느냐 그랬겠지만 영동고속도로는 참 좋아졌네요.

평일이라 차도 별로 없었고.

신나게 달렸습니다.

내비가 속도 줄여라고 빽빽거리는 곳에서만 살짝.

 

모처럼 온 강릉 시가지는 많이 깨끗해졌습니다.

상당히 쾌적해졌네요.

 

점심은 처외삼촌 부부의 의견을 존중하여 전복해물뚝배기로.

강문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나름 유명한 맛집입니다.

역시 손님은 많더이다.

산 전복이 두 마리 뚝배기에 남겨 있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가격이 꽤 비쌌습니다.

한 그릇에 19,000원.

 

언젠가 대전 유성에서 먹었던 제주 해물뚝배기가 너무 좋았기에 같은 맛을 기대했었어요.

그런데 맛이 가격에 비해 좀 떨어지더이다.

특히 게가 영.

수입산 게인지 살도 없는 것이 맛도 그렇고.

그래도 다들 맛있게 드셔서 나쁘진 않았어요.

또 가서 먹으라면 음....

 

가게 앞은 그대로 바다입니다.

모처럼 와서 보답을 하는지 바다 색과 하늘 색이 똑 같습니다.

뚝배기에 좀 실망을 했지만 바다가 너무 예뻐 용서가 됩니다.

 

다음은 커피 거리.

이왕 온 김에 바깥 구경 원없이 시켜드리기.

 

커피거리는 강문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네요.

안목항 방파제에 커다란 건물이 섰습니다.

그 건물 4층에 커피숍이 있는데 완전 좋습니다.

이런 전망대가 없네요.

경포대 해수욕장이 보이고 멀리 안인화력발전소도 보이고.

요트 선착장도 생겼는데 규모가 큰 편은 아닙니다.

유럽 같으면 요트가 엄청나게 많이 정박해 있겠지만 우리는 아직 유럽 수준은 아니니.

 

손님은 거의 뜨네기.

아줌마들의 비율이 역시 높습니다.

 

강릉 사람들은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함께 같이 와줘야 하는 곳이래요.

 

평균 연령 70세 일행이 한참을 커피숍에서 놀다가 주문진 어시장으로 이동.

주문진 외곽은 군 시절에 잠시 머물렀던 부대가 있던 곳입니다.

물론 그 시절에는 주문진 시장은 한 번도 가 본적은 없죠.

 

시장이 간이 건물로 이루어진 것이 좀 그렇지만 안은 역시 활기가 넘칩니다.

돈이 돌아 다니니 그렇지 않겠어요?

한 번 사면 일 이만원이 아니잖아요.

 

요즘 인기종이라는 홍게와 골뱅이를 사서 가지고 오는 걸로 합니다.

여러 면에서 바가지가 좀 심하네요.

워낙 관광지다 보니 그러니라 해 줍니다.

여기도 평일이라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80 중반의 장모님이 내년이 80인 동생에게 계속 묻습니다.

동생 뭐 먹고 싶은 것 없어?

내가 사줄게.

 

그 시절에 다들 그랬듯이 두 누나와 엄마는 이 하나뿐인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젊음을 바쳤다 합니다.

누나들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며 산으로 들로 일하러 다니고, 아들은 집에서 대접 받고 학교 다니고.

그렇게 키운 동생이 치매기가 있어 집에만 있는 게 몹시 속상하다 하시네요.

살아 남은 삼남매 가운데 이렇게 두 분만 남았습니다.

 

언젠가 주문진에서 강포대까지 자전거를 탔는데 그 길을 이번에는 차로 돌아 봅니다.

문뜩 찻길 옆으로 난 자전거길에 내가 달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추억은 남습니다.

 

집에 모셔다 드리고 우리는 다시 충주로.

올 때는 더 신나게 달렸습니다.

좋은 하루였네요.

장모님은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고.

그럼 나도 신나죠.

 

집에 돌아 와서 처갓집 식구들을 비상 소집해서 홍게를 먹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습니다.

나름 살도 있고.

물론 대게 수준은 아니죠. ㅎ

그냥 나름이 붙는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