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19 여행

[충주] 해성유치원, 추억의 그림자.

정안군 2019. 9. 24. 18:42

 

 

 

 

 

 

 

 

 

 

 

 

충주에는 교현동이라는 제법 큰 동이 있습니다.

내가 처음 충주에 왔을 때에는 충주시하면 교현동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크기가 크고 대부분의 시민이 교현동에 살았죠.

그래서 1동과 2동으로 분동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구도심이 거의 그렇듯 쇠퇴해져 가는 느낌이 드는 곳.

 

교현동이라는 이름은 교촌과 야현이 합쳐져 교현이라는 이름이 생겨 났다 합니다.

교촌은 통닭집이 아닌 항교가 있는 동네를 이르죠.

야현은 이 동네에 있던 조그만 고개를 일컬어 말했다죠.

옛날 야현이라 부르던 동네에 천주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름이 야현천주교회이었는데, 동명이 정해지면서 교현천주교회가 되어 현재에 이릅니다.

야현이 되었든 교현이 되었든 ‘현’은 고개를 일컬어 하는 말이라서 천주교회가 자리한 곳은 높은 언덕 위에 있습니다.

 

짬이 나서 교현천주교회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인 교회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고 적당한 규모로 단아하다는 감이 듭니다.

 

영내는 성심농아 재활원, 성심학교, 요셉어린이집과 해성유치원 그리고 카리타스 노인복지 센터가 자리하고 있지만 제법 넓어 번잡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우리 부부가 보고 싶었던 곳은 해성유치원.

해성[海星]의 의미는 마리아를 상징한다 합니다.

바다의 별은 배의 길잡이고 인간의 길잡이는 마리아 라는 그런 의미가 있다고.

 

충주에서 해성유치원은 유아를 둔 부모에게는 관심의 대상으로 종교와 관계없이 보내고 싶어하는 곳입니다.

지금부터 대략 25년에서 27년 정도 지났네요.

지금도 입학 원서 접수하는 방법이 바뀌지 않았다던데, 무조건 선착순이었습니다.

우리 두 아이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아내는 알바생을 사서 밤샘 대기를 시켜 입학에 성공하여 공을 이루었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반대했던 나는 지금도 그쪽으로는 역적의 반열에 서 있습니다.

 

이 유치원은 딱 한 번 부모 초대할 뿐 절대 오지 못하게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다닐 때도 올 기회도 거의 없었고 그 후는 더 없었는데, 오늘 유치원 언덕을 올라와 보았죠.

 

유치원은 그 때나 전혀 변한 게 없더군요.

마치 아무 일 없이 잘 있었다 하는 듯 그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 교복은 바뀌었더이다.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새롭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생각해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아내는 포지티브형, 나는 네가티브형.

인생에는 정답은 없으니 어떤 것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었겠지만 요즘 몰리는 경우가 내가 많은 걸 보니 아내의 승인가 봅니다.

 

유전의 힘이 있어 아들들도 닮을 텐데 딱 떨어지게 어느 쪽이다 하긴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손녀 쌍둥이에게는 이런 특징이 보이네요.

손녀도 하나는 아내 성격을 또 하나는 내 성격을 닮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습니다.

 

아무튼 긴 세월을 잘 살아 왔는데, 그 때 우리 아이들은 모두 자기 둥지를 이루어 품을 떠났습니다.

이제 빈 둥지만 안고 있는데, 옛날 아이들을 품고 있던 그 시절의 현장을 보니 허망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에 추억을 쫓아 교현천주교회 구내의 해성유치원을 올랐습니다.

오늘은 정말로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었습니다.

이런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 해야 하는데, 정말로 그리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둥지를 떠나 자기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 두 아들.

모두 잘 지내는가?

가끔씩은 뒤를 돌아 보며 즐겁던 옛날을 추억해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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