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예배는 그럭저럭.
그리고 오후 예배는 전교인 대상 성경 암송 대회를 했습니다.
보통 때 같으면 할 사람은 하라 하고 나는 일찍 빠져 나와 다른 일에 전념했겠지만 장모님이 출전하신다고 몇 날 며칠 전부터 암송하는 것을 본지라 점잖게 앉아 관전하는 걸로.
암송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네요.
유치부에서 여러 명,
유초등부에서도 여러 명.
장년부에도 또 여러 명.
이러면 오래 걸릴텐데.
맞았습니다.
무려 3시간 반이 걸렸네요.
대부분이야 지루한 시간인데 그래도 그 긴 문장을 외우다니 어쨌든 다들 대단하더이다.
폭소 대잔치도 중간에 있었어요.
유치부 아이들 두 명이 더듬 더듬 외우고 들어 갔고 세 번째 여자 아이.
너무 어려 무엇을 외웠나 다들 궁금해 했는데.
입에서 나오는 성경 귀절은....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애기 곰.
저게 성경에 있었어?
성경을 30번 정도 읽었는데 저 노래가 성경에 있는 건 전혀 몰랐어요.
다들 배꼽을 잡고 웃는데 태연하게 나머지 성경 귀절을 암송하여 노래합니다.
아빠 곰은 뚱뚱해.
엄마 곰은 날씬해.
애기 곰은 흉내 낸다고 으쓱 으쓱 잘한다.
잘한다.
엄마는 당황해서 어쩔줄 모르는데 여자 아이는 신이 났어요.
아무래도 마이크 체질인 듯.
마이크 앞에 서자 곰 세마리가 생각 났나 봅니다.
참 잘했어요. ㅎ
우리 장모님은 최고령 참가자라서 많은 사람들의 자극제였습니다.
사회 보시는 장로님은 자신의 어머니와 동갑이시라 어머니 생각나신다고 울컥하기도.
아내는 엄마 닮아 머리가 좋다 소리 들었다고. ㅋ
너무 길어져 마지막 순서인 분이 기권하는 걸로 길고 긴 시간이 끝납니다.
시상 기준이 좀 애매해서 우리 장모님은 등수 안에는 못 들고 그냥 참가상에 그칩니다.
아무튼 잘 마쳤는데.
그리고.
고생하셨다고 막내 딸이 저녁을 샀는데 우리 장모님은 좀 삐지셨나 봅니다.
원로 장로님보다는 잘 했는데 나는 등외고 그 분은 2등 상 받았다고 하시더이다. ㅎ
그런 것도 같긴 하지만 뭐 사실 딱 떨어지는 공식에 넣은 건 아니니.
사실 나이 별로 나누었어야 했는데 뭐 그런 정도야 그냥 넘어 가야죠.
암튼 그 나이에 시샘을 한다는게 좀 재미있네요.
내년에도 후년에도 나오시라 했습니다.
덕분에 식구들이 모여 함께 저녁을 먹었으니 내년에도 후년에도 먹을 기회가 생기죠.
아무튼 대단한 우리 장모님.
아내는 동영상으로 전 장면을 찍었는데, 나중에 돌아 가신 뒤 추도일이 되면 그걸 재생하여 듣는 시간을 갖는다 하네요.
그러시던지.
오늘의 대박 사건은 역시 곰 세 마리네요.
R 빠진 년도 아니고 순시라 말 세 마리가 아니고 곰 세 마리. ㅎ
우리 아들 일터에는 곰 두 마리가 있다던데.
암튼 오늘은 곰탱이가 주인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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