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라이에 정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가 된 아짠 날린.
그 때 그는 늘 우거지 상을 하고 있었다.
마누라의 갑작스런 배신.
그리고 그 마누라와 주택 소유권 갈등에 각종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라서.
전직 미술 교사인 그는 조각에 조예가 깊은 실력가인데, 갑자기 밀려 온 불행에 그 당시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불교 미술에 능통한 그가 불교에 환멸을 느꼈다며 교회에 나오기까지 했으니.
어쩌다 방문한 그의 집은 예술 감각이 제대로 발휘는 되었으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늘 엉망이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집도 아깝고 그 와중에 묵혀 있는 예술 감각이 너무 아까웠다.
그러던 중에 딸은 일찍이 사고(?)를 쳐서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집에 같이 지내고 있었으니.
이거야 원.
영 앞날이 걱정이 되었었다.
그러다가 사위와 딸이 예쁜 집을 카페로 바꿔 놓았는데 벌이가 제대로 될 것 같지도 않았다.
맛도 그렇고 위치도 그렇고.
도와 주려고 해도 몇 번 가서 팔아 주긴 했으나 이방인인 나는 별 수가 많지 않으니 안타까움만 있었고.
그런지 몇 년이 지났다.
그리고 어제 모처럼 방문해 보고 깜짝 놀랐다.
커피 하우스로 이름도 바꾸고 길가에는 주차된 차량도 많았으니.
오랜 기간 보지 못했다가 만난 날린은 사람이 달라져 있었다.
사람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커피 하우스도 몰라 보게 달라져 있었다.
최대의 굿아이디어는 그의 집 옆을 흐르던 개울을 이용하여 멋진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
개울을 이용하여 옆을 정리하고 거기에 테이블을 놓아 식탁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물은 얕아 발목이 잠길 정도인데, 발을 물에 담그고 풍류를 즐길 수 있게 해 놓았더라고.
빼어나게 예쁜 모습은 아니지만 그 색다름이라니.
또 개울 안에는 아래와 위를 막고 금잉어를 풀어 놓아 그 색다름에 하나를 더 했고.
날린에게 요즘 어떤지 물었다.
주중에도 손님이 많지만 주말에는 넘쳐 난단다.
괜히 내가 다 기뻤다.
일찍 사고쳤던 딸과 사위는 이 커피 하우스를 맡아 잘 관리하는 듯 보였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제 꽤 컸더라고.
미 캑 여여 폼 꺼 디짜이.
‘손님이 많아 내도 기쁘다’고 아짠 날린에게 전했다.
정말 기쁘고 기뻤다.
날린을 위한 기도가 이루어진 듯 하니.
날린은 어제도 바빴다.
넓지 않은 집 뒤공간을 최대한 예쁘게 꾸미려고.
하지만 그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차 보였다.
다시 오마 하고 돌아 왔는데 정말 가끔씩 갈 예정이다.
커피나 음식은 먹지 않아서 맛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다.
허나 날이 더운 날 발을 개울에 담그고 유유자적할 수 있는 곳이니 좀 더운 날 한번 가 보시라.
주말은 아마도 발을 담글 수 있는 자리는 풀일 수도 있으니 주중을 권한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는 구글 지도에서 Suan sin cofe로 검색하면 되는데, 월요일은 휴무인 듯.
커피 하우스의 이름 쑤언 씬은 아들 이름 ‘씬’을 활용한 듯 하다.
씬의 정원이라는 뜻이 쑤언씬이다.
그리고 커피하우스 안의 그림과 조각물들은 거의 다 날린의 솜씨이다.
이 커피하우스는 뽕파밧 국립공원 바로 앞에 있다.
뽕파밧 국립공원 안에는 우리나라 계곡 같은 곳이 있는데, 그곳은 아이들이 더위를 피하려고 그리고 술 좋아하는 친구들이 술 먹으러 많이 오는 곳이다.
우리나라 유명 계곡에 비하면 좀 그렇지만 태국에게도 이런 계곡이 있구나 하고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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