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0 살이

[충주] 좋은 책 소개

정안군 2020. 7. 30. 12:03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있다.
양식은 양식이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내가 좋았던 책을 잘 소개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침 책의 고향인 도서관을 소개한 책을 읽고 너무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워 이 책만은 소개하기로 한다.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과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이라는 책인데 부산대 명예교수인 최정태님이 쓴 것이다.

 

그 나라 수준을 보려면 서점에 가보고 그 도시 수준을 보려면 도서관을 가보라는 말이 있다.

어디서 많이 들은 말같은데 내가 그냥 써 본 말이다.

그런데 치앙라이에 살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도서관 건물이 아무리 거창해도 그 안을 채우는 내용이 없으면 꽝이라는 거.

치앙라이 라자팟 대학이나 매파루앙 대학의 도서관을 보면 시설을 우리나라에 비해 나무랄 것이 못 된다.

그러나 내용을 구성하는 장서를 보면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

특히 치앙라이 시립 도서관은 미안한 말로 수준 이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다른 도서관 강국에 비하면 어떨까?

답은 책에 있으니 책을 보시라.

 

우리나라 도서관도 물론 장점이 있다.

공공 도서관 입장료를 받는 나라가 유럽에는 꽤 많이 있다고 한다.
이는 공공이라는 개념과도 맞지 않고 무엇보다 유네스코 헌장 위반이라고.
우리나라 공공 도서관이 돈을 받는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나라 도서관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도서관 역사와 깊이를 보면 차이는 확실하다.

 

책에서 일부를 인용해 도서관 선진국의 사정을 살펴 보다.

도서관은 언제나 유럽 역사와 문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귀족, 성직자, 학자, 성인에 이르기까지 낯선 도시에 들르면 반드시 도서관을 찾는 관행이 있었다.
중세 유럽 사람들에게 '안다는 것'과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책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도서관 방문은 지식인들의 보편적인 지적 순례였다.

도서관을 찾는 것은 일종의 수학여행으로서 지식과 교양을 재충전하고 원하는 정보를 수집하며 또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도서관은 단순한 책의 창고가 아니라 우리에게 무한한 지식과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인류 문화의 역사와 자산을 갖춘 지식의 저장고이다.
동시에 이곳은 책을 통해 인류의 위대한 스승과 문인, 사상가를 만날 수 있는 장소이자 인류의 기록 유산뿐만 아니라 옛 성인 또는 역대 왕들의 유물을 소장한 문화 유산의 보고이다.
나아가 우리의 영혼을 치유하는 요양소이자 휴식처이다.

 

갑자기 궁금해지는 것이 있었다.

국회 도서관은 더 없이 훌륭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방 의회 도서관은 어떨지.

요즘 지방 자치의 꽃인 의회에 대해 말이 많다.

내 놓은 조례라는지 보고서가 수준 이하라고.

그런데 왜 그런지 이유를 알아야 처방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의회 의원들이 의정 활동할 때 이용할 수 있을 도서관에 대해 알아 보았다.

 

다음은 신문에 난 기사 일부이다.
충북지역 지방의회가 운영하는 의회도서관 중 과반수가 시민은 열람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의 '2019년 도내 11곳의 시·군 지방의회 도서관 운영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회도서관 보유 도서 열람이 가능한 곳은 충주·괴산·단양·증평 4곳뿐이다.
청주시의 경우 청주·청원 통합 1기 시의회땐 시민 열람이 가능했으나 찾는 사람이 적어 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현재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도내 의회도서관별 장서 보유량은 청주 6851권, 충주 2691건, 음성 1288건 등이다.
괴산(570건), 진천(172건), 단양(170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100권 이하의 보유량을 보인다.
지난해 도내 시·군의회의 도서구입 내역과 예산을 살펴보면 청주시가 800만원(310권)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은 300만원(17권), 괴산 298만원 순이었다.
괴산군의회는 현재 지난해 도서구입 사용 예산만 공개하고, 구매 수량은 밝히지 않고 있다.

 

실정이 이랬다.

내가 사는 도시 충주 의회 도서관 책 보유량이 2691권이라.

일년 예산은 창피한지 나오지도 않았다.

제일 많이 예산이 배정된 청주시가 일년에 310권에 800만원이란다.

그렇다면 한 달에 대략 25권 정도라는 것인데.

 

의원이 모든 것에 해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르면 책을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 배움에 도움을 줄 도서관 사정이 이랬다.

의회는 예산을 담당하는 곳이므로 필요하면 얼마든지 예산은 당겨 올 수 있을 텐데 이런 사정이면 의원들이 공부를 할 마음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의원님들 공부 좀 하시라.

그러려면 우선 도서관 확충에 나서시라.

 

책 내용 중 마음에 드는 귀절이 있다.
죄악에서 헤어나오려면 배워서 깨달아라.

 

우리나라는 언제 어느 곳에 내놔도 멋있는 지방 의회 도서관이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