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너무 왔다.
거의 일주일간 줄기차게 내렸으니 참 징하게 내렸다.
그 와중에 여름 밭매기 보다 더 어렵다는 애 보기 임무가 더해져 참 힘든 일주일이었다.
비도 그치고 보람찬(?) 애 보기 과업도 이제 끝났다.
해서 운동 부족으로 풀린 다리를 단속하고자 날이 모처럼 갠 날에 남산에 올랐다.
긴 비 끝이라 산길이 단정하지 못하고 살림 잘 못 하는 집구석 부엌 같았다.
참나무 도토리에 알을 낳고서 가지를 끊어 낸다는 벌레의 솜씨가 너무 흔했다.
그 벌레 이름이 뭐던가?
끊어진 가지 끝이 마치 칼로 자른 듯 매끈하다.
세상은 참으로 다양하다.
버섯도 제 세상을 만난 듯 여기저기에서 모습을 보였다.
내가 아는 버섯은 몇 가지가 되지 않아 이름은 모르겠다만 먹는 버섯은 아닌 듯.
확실히 아는 가지 버섯 말고는 산에서 만나는 버섯에는 손도 안댄다.
사연이 있다.
언젠가 등산 갔다가 송이인줄 알고 열심히 따온 버섯을 장인께 드렸다가 경을 친 적이 있었다.
차마 내가 땄다는 소리는 못 하고 아는 이가 주었다고 했는데 뒷이야기는 생략.
성질 급한 나무들은 이파리가 벌써 색을 먹고 있었다.
가을이 오고 있다.
물론 가을이 멀지 않았지만 오늘은 찜통 속 같았다.
몇 년만에 느끼는 찜통 더위.
확실히 여름 더위 독하기는 여기가 치앙라이보다 더 하다는.
내일부터 또 장마가 다시 시작한단다.
정말 긴 비 장마가 맞습니다.
어지간하면 그만 와도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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