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봄이 익어간다.
다음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일본어로는 무카시바나시(옛날 이야기)
옛날 니시오모테라는 섬에 악어(와니)와 개구리(가에루)무리들이 살고 있었다고 해요.
이 둘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오랫동안 소가 닭 보듯 닭이 소 보듯 그렇게 지내왔대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악어가 별 생각없이 개구리를 잡아 먹어 보았어요.
먹어 보니 맛이 그다지 나쁘지 않고 손 쉽게 잡을 수가 있어서 참 반가웠죠.
이 악어는 착한 악어였든지 이 기쁜 소식을 모두에게 전했답니다.
"애들아, 개구리 한 번 잡아 먹어봐. 잡기도 쉽고 맛도 괜찮아"
그래서 개구리를 잡아 먹는 악어가 점점 늘어갔고 그렇게 되니 개구리들은 비상이 걸렸어요.
이거 큰 일이 났구나.
이렇게 생각한 개구리들은 함께 모여 어떻게 하면 좋을지 궁리를 시작했어요.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개구리가 악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죠.
한 개구리가 아이디어를 내 놓았습니다.
"애들아, 저 언덕 넘어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장로를 찾아가서 의논을 드리면 어떨까?"
"그게 좋겠네"
해서 개구리들은 그 장로를 찾아갔어요.
"어르신, 지금 마을에 큰 일이 났습니다"
"무슨 일인고?"
"그 동안 아무 일 없이 지내왔던 악어들이 우리들을 잡아 먹기 시작했어요."
"뭐라? 큰 일은 큰 일이군, 그래서 얼마나 잡아 먹혔는고?"
"말도 못하게 많이 잡아 먹혔어요"
"아니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는고?"
"우리가 아무리 궁리를 해도 악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그냥 지내다 보니 이 지경까지"
"흠, 좋은 방법이 있긴 하지"
"좋은 방법이 있다구요?"
"있지"
좋은 방법이 있다는 장로의 말에 모두들 반색을 하며 좋아했어요.
"그 방법이 뭡니까?"
"좋은 방법이란 우리도 악어를 잡아 먹는 것일세"
"헉"
'아니 이 노인네 혹시 망녕이?'
'아니 지금 뭔 강아지가 발바닥 빨아 먹는 소리를 하고 있어'
대부분의 개구리들은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뭔 뾰쬭한 수가 있나 싶어 다시 한 번 묻습니다.
"우리는 악어보다 크기도 훨씬 작고 힘도 없는데 어떻게 악어를 잡아 먹지요?"
눈을 지긋이 감고 있던 장로 개구리는 이렇게 말했어요.
"물론 우리는 악어에 비해 작고 힘도 없어 덩치 큰 악어를 잡아 먹을 수는 없지. 허나 악어가 낳은 알은 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악어 알을?"
"그렇다네"
"오호라"
뭔가 해결책을 찾은 듯한 개구리들은 장로에게 감사를 전하고 동네로 돌아 왔어요.
그리고 그 날 저녁부터 악어 알을 찾아 나섰답니다.
악어 알을 찾는 즉시 이 알을 돌로 깨서 먹어 치우기 시작했어요.
처음 먹는 것이라서 당장은 적응이 안 되었지만 먹을수록 맛도 괜찮아졌고 그렇게 악어 알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죠.
얼마간은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 같았고 잡혀 먹는 개구리의 숫자도 줄지 않았어요.
그래도 열심히 악어 알을 찾아 먹어 치우니 어느덧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악어의 숫자가 줄기 시작한 것이죠.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악어 알을 먹었고 한참이 지나니 니시 오모테 섬에 악어는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지금도 니시 오모테 섬에는 악어가 살지 않게 되었다는 옛날 이야기가 전해 옵니다.
'우공이산'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이야기이다.
뭐든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어디 있으랴.
세상살이가 다 마찬가지고 적폐청단도 마찬가지이다.
지치지 말고 꾸준히 하면 언젠가 이루어진다.
봄에 피는 꽃도 긴 기다림 속에 핀다.
때가 되지 않았는데 피는 꽃은 절대로 없다.
봄에 피는 꽃을 보며 또 니시 오모테 섬의 개구리들의 이야기에서 교훈을 얻는다.
꾸준히 행하며 기다리면 결국은 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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