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충주 이야기

한 사람의 인생 역전 스토리

정안군 2021. 4. 1. 09:36

 

일본의 한 스모 선수(역사라고 부른다)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그에 앞서 간단히 스모에 대해 알아 보기로.

스모는 우리나라 씨름과 비교할 수 있긴 하지만 힘과 기술이 어울어지는 종목이라는 점만 비슷하고 그 외는 여러 가지로 다르다.

우선 스모 선수는 계급이 있다.

이 계급에 따른 대우는 엄청나게 큰데 한 층 올라가는 것은 엄격한 규정에 따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스모 선수의 계급은 총 10개이다.
아래 등급으로 부터 죠누구치, 죠니단, 산단메, 마쿠시타, 쥬우료, 마에가시라, 고무스비, 세키와케, 오제키, 요코즈나로 이어지는데 요코즈나가 최상위 등급이다.

오직 2 명만 존재할 수 있으며 요코즈나인 선수가 은퇴할 경우 공석인 상태에서 경기를 하기도 한다.

이번 봄 대회도 두 명의 요코즈나가 모두 참가를 못해 좀 김 빠진 경기가 되었다.

두 명의 요코즈나 가운데 하나인 가쿠류는 결국 은퇴를 하였고 또 한 명의 요코즈나 하쿠호는 계속 경기에 참여를 못 하다가 이번에 어쩔 수 없이 참가를 했는데 중간에 부상으로 빠졌다.

그래서 은퇴의 귀로에 서 있는 실정이다,

스모선수의 등급을 나타내는 표를 일명 반즈케라고 한다.

반즈케는 경기가 끝난 후 발표되는데 그로 인해 선수들이 일종의 등급 조정을 받게 된다.

가치코시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15번 경기를 해 8승 즉 50% 이상의 승률을 올렸을때를 말하며 가치코시를 달성하면 등급이 상향 조정된다.

요코즈나의 경우 오제키 등급에서 2개 대회 연속 우승 또는 그에 준하는 성적을 거둬야 하고 오제키의 경우 3개 대회 합계 33승 이상을 거둬야 승급이 가능하다.

요코즈나의 경우 가치코시 달성에 실패하면 은퇴를 종용받게 되고 자연스럽게 은퇴하는 수순이 된다.

요코즈나부터 마에가시라까지를 마쿠우치라고 부르는데 야구로 치면 일종의 메이저리그 격이다.

스모 선수들은 쥬우료부터 협회에서 일정한 급료를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스모선수들이 가장 기뻐하는 순간이 바로 처음 쥬우료로 승급했을 때라고 한다.

 

오늘 소개할 선수(리키시)는 데라노 후지라는 친구인데 올해 29세이고 본래 일본인이 아니고 몽골 출신이다.

일본 스모계에서 몽골계 선수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많은데 아마 그들의 특성이 스모와 잘 맞는 모양이다.

은퇴한 가쿠류와 이번에 은퇴의 귀로라는 처지에 몰린 하쿠호 모두 몽골 출신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 스모계를 이어가게 하는 것은 몽골인지도 모르겠다.

한 동안 동유럽 슈퍼 돼지들이 판을 치더니 요즘은 몽골 출신이 많은데 동유럽 출신들은 덩치는 무지 컸지만 경기력은 크게 뛰어 나지 못한 것에 비해 몽골 출신들은 덩치도 비교적 아담하고(?) 참 찰한다.

 

아무튼 이 데라노 후지는 고등학교 시절 일본으로 스모 유학을 와서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실력이 뛰어났던 만큼 곧 첫 전성기가온다.

15년 여름 경기에서 첫 우승하여 오제키로 승진하였는데 그 때 그의 나이는 23세.

정말 약관의 나이였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의 인생 드라마가 시작된다.

일단 짧은 전성기에서의 추락이다.

연습 부족으로 인한 무릅 부상과 절제하지 않은 생활로 인해 날개 없는 추락이 시작되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출세를 한 탓인지 건달패들과 술독에 빠질 정도로 거침없는 행동으로 자신을 통제하지 못한 것.

결국 스모 계급에서 두 번째로 낮은 죠니단까지 떨어지게 되는데, 보통은 이렇게 되면 자의든 타의든 은퇴에 몰리게 된다.

은퇴하고 몽골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다시 재기하느냐?

사실 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일단 무릅 부상이 치명적이어서 회복도 쉽지 않았던 것.

그러나 여기서 그는 재기의 길을 선택한다.

그의 배우자와 소속인 이세가하마베야의 오야지의 격려로 다시 훈련에 몰두하기 시작하였고 왕년의 기량을 조금씩 되찾기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 추락하던 그의 인생 역전의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금씩 기량 회복에 따라 계급이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작년에는 원래의 기량을 회복하여 7월에는 감격의 우승 그리고 올 봄 대회에서 다시 우승하면서 원래의 자리였던 오제키로 복귀하게 된다.

이렇게 거의 정상에 섰던 자가 몰락하였다가 다시 그 자리로 오는 사례는 일본 스모계에 거의 없었던 일이라고 한다.

그가 이번 봄 대회에서 우승하고 그 소감을 묻는 모습을 TV에서 지켜 보았다.

"은퇴를 하지 않고 계속 스모를 한 것이 잘한 일이네요"

큰 눈을 깜박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던 그는 이렇게 대답을 한다.

"소우데스네(그러네요)  요깟다데스네(잘 했네요)"

짧은 대화 속에 얼마나 많은 사연이 담겨 있을까?

그래 정말 잘 했다.

데루노후지.

한 번 고난과 그를 극복한 데루노후지가 최고의 등급인 요코즈나까지 오를 수 있을까?

계속 지켜 보면서 응원을 하고자 한다.

감바레 데루노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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