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21 살이

남한강 잔차길 + 소태

정안군 2021. 7. 5. 16:21

소태에 가 보고 싶었어요.
아!
소태가 뭐냐고요?

이상한 모습이 생각나나요?

그게 아니구요.
충주시 안에 소태라는 면이 있습니다.
충주시 북쪽에 있는데 강원도 원주시와 접하고 있지요.
아주 높은 산은 없지만 거의 산지라서 밤이 엄청나게 많이 납니다.
물론 밤은 모두 심은 것이지요.
이 소태에 가려면 일단 남한강 잔차길을 따라 북상하나가 목계라는 동네에서 일반도로를 타고 가면 됩니다.
모든 곳이 그렇지만 여기도 사차선 도로가 뚫리면서 옛날 도로는 한적한 일반도로로 바뀌어 잔차 타기가 괜찮아졌어요.
전에 걷거나 승용차로 소태를 다닐 때 적당히 고개도 있고 산촌도 있고 강원도 도계도 있고 해서리 잔차 타기가 너무 좋아 보여서 언제 한번 잔차를 타자고 벼르다 오늘 날을 잡았답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부터는 장마가 시작된다 해서 한참을 못 타게 될 듯 해서요.
날씨도 마침 흐림이라 아주 좋아요.
자 출발합니다.

 

중앙탑 공원입니다.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를 촬영했다네요.

그런데 손예진은 누구?

임예진은 알아도 손예진은 잘.

또 현빈은 누구?

원빈은 아는데...

이런 연예인도 모르는 걸 보면 몸만 낡은 게 아니네요.

 

강 건너 금가면.

중앙탑 공원과 금가면 사이는 탄금호.

조정 경기장으로 쓰이고 있어서 조정 선수들이 연습을 한참 하고 있었어요.

손예진과 현빈이 앉았던 벤치는 내 자전거가 차지했어요.

 

여기는 목계 솔밭 야영장.

여기까지 남한강 잔차길을 따라 왔는데 그 길과 헤어지게 됩니다.

 

울창한 소나무들이 많아 목계솔밭으로 알려졌죠.

조선시대 남한강이 수운의 중심일 때 이 목계도 유명한 곳이었어요.

아무튼 여기서부터는 일반도로를 따라 소태면 구룡리 송전마을까지 갑니다.

거의 평지라고 할 수 있지만 조금씩 오르막이네요.

소태재하고 연결이 되니 그럴 수 밖에 없지요.

 

송전마을에서 구룡고개를 넘습니다.

허리가 많이 굽은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한 말씀 하시네요.

"힘들지"

"네"

마루에 서면 그 다음은 당연히 내리막입니다.

그렇게 내 달리니 나오는 마을이 하남마을.

마을비가 서 있네요.

북쪽으로는 미륵산, 남쪽은 청계산 그리고 바로 앞은 운계천인데 이 천이 강원도와의 경계 어쩌고.

아무튼 그래서 좋은 마을이라는 설명입니다.

바로 건너가 강원도 원주시 귀래면이 되겠습니다.

 

시내버스 정류장은 훌륭한 쉼터입니다.

 

그런데 정류장 앞에 사슴벌레 한 마리가 뒤집어져 있는데 개미들이 엄청나게 공격을 하고 있더군요.

불쌍해 보여 잡아서 자리를 옮겨 주었는데 이게 자기를 해꼬지한다고 생각했는지 집게를 벌리고 공격 자세를 취하는군요.

문자를 좀 쓰면 당랑거철입니다.

짜슥아.

내가 너를 살려주었어.

아무튼 참 시골이긴 합니다.

이런 사슴벌레가 아직도 있으니.

 

거기서 좀 더 가면 세포마을이군요.

가느내라는 동네가 한자로 옮기면서 세포가 되었다고 하네요.

가느내라는 이름이 훨씬 정겹구만.

이 마을 김해 김씨 두분의 공덕비가 마을비 옆에 서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신 지는 모르겠으니 좋은 일을 많이 하셨겠죠?

 

세포마을을 지나면 운계천을 건너게 되고 강원도 땅이 됩니다.

길 이름이 부귀로.

아마 부론과 귀래를 잇는 길이라고 그런 이름이 붙었나 봅니다.

아무튼 부귀로를 따라 충주 끝마을 덕은리로 향합니다.

 

덕은리에 적당한 식당이 있으면 점심을 사 먹으려 했는데 그냥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아주 쇠락한.

70년대 마을 풍경이 들어가는 드라마 촬영지로 적합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서 내쳐 달려 복탄마을까지.

마을 어귀에 정자가 있어 잠시 휴식.

소태면 소재지로 가서 점심을 사먹을까 하다가 지도를 보니 얼마 안가서 충주시 앙성면으로 이어지는 잠수교가 있네요.

그렇다면 그리로 콜.

 

여깁니다.

복여울교.

복탄마을에서 복탄이 복여울이군요.

탄이 여울이니.

그러면 복은 뭐시여?

돌을 박아 놓아서 잔차 타기 무지 힘들었네요.

누가 이 짓을 했어?

 

남한강을 건너면 나오는 조천 마을.

비내섬이 있는 곳입니다.

철새 도래지로 전망대도 있고 걷기 길도 있는 곳이지요.

조천 마을에서 다시 남한강 잔차길이 연결이 됩니다.

바로 나오는 고개.

조대 고개입니다.

이름이 좀 거시기하죠?

근처에 조웅 의병장의 묘가 있었네요.

 

정상에서 신나게 내려오면 만나는 앙성면 능암리.

능암 온천으로 유명하던 곳인데 그 동안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네요.

수도권 난개발 현장 같습니다.

적당한 식당을 골라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쇠고기 뭐시기인데 맛은 뭐.

잔차 타면 맛 없는 게 업죠.

 

점심을 먹고 잔차길을 따라 충주로 돌아 갑니다.

조정지 댐에서 어디로 갈까 잠시 생각하다가 금가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온 길로 돌아가는 건 잔차 타는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될 금기라면 금기.

해서 남한강 북쪽으로 달려 탄금대가 건너다 보이는 곳에서 잠시 휴식.

 

여기가 달천과 남한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입니다.

아래쪽에 조정지댐이 있어 항상 물이 많지요.

멋있어요.

 

결국 탄금대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남한강 잔차길 종점이자 새재 잔차길 시점.

여기서는 시내 통과길이라 재미가 별로 없어요.

 

아무튼 그렇게 집에 오니 대충 5시간을 탔고 탄 거리는 80.5 km.

가끔 햇살이 비쳤지만 전체적으로 구름이 많이 낀 날이라서 온도도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고 여러가지로 굳 데이였습니다.

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