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의 고래를 보고 싶었어요.
비록 잡을 수는 없어도 볼 수는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 달릴 해파랑길은 영덕부터 통일전망대까지 걸을 수도 있고 잔차로도 갈 수 있게 만든 길인데 강릉부터 통일전망대까지는 이미 가보았으니 고래를 핑게삼아 삼척부터 강릉 경포대까지 잔차로 달려 보기로 합니다.
영덕부터 삼척까지는 이른바 낙타등 구간이라는 악명이 붙어 있고 또 충주에서는 접근도 어려워 이 구간은 숙제로 남겨 두기로 하고요.
삼척 버스 정류장입니다.
2007년 한참 백두대간에 미쳐서 다닐 때 댓재에서 두 번을 내려 와 잠깐 스쳤던 버스 정류장인데.
그런데 그떄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군요.
그냥 시골스러운.
충주에서 아침 8시 30분 버스를 타고 강릉에 도착하니 10시 35분.
강릉에서 삼척 버스는 10시 50분.
삼척에 도착하니 11시 45분이었어요.
좀 늦은 시간에 출발하지만 요즘은 해가 길어 별 문제 없죠.
터미널을 벗어나 남쪽 오십천 쪽으로 향합니다.
그러면 거기서 해파랑길을 만나게 되지요.
강변 공원은 장미가 한창입니다.
바람결에 스치는 장미 향기가 정말 왜 장미가 꽃의 여왕인지 말해 주는군요.
여기서 장미향에 취했습니다.
앞으로 삼척하면 장미가 생각날 듯.
오십천을 따라 동으로 향하면 드디어 바다가 나옵니다.
와 바다다.
고래가 있는.
벽의 그림에는 고래는 없고 오징어만.
후진해수욕장입니다.
이 근처에서 길을 잘 못 들어 어인 리조트 안으로 들어갔죠.
그 리조트 안에서 나가는 길을 못 찾아 잠시 헤맵니다.
어지간히 전망이 좋다 하면 거의 빠짐없이 리조트 시설이 들어 섰네요.
전망이 워낙 좋아 헤매더라도 사진은 한 장 남기는 걸로.
추억의 후진 해수욕장 북쪽.
청춘 시절 270원짜리 월급쟁이일 때 우리 부대가 바로 이 근처에 있었습니다.
아래 보이는 해변은 일반인은 들어 올 수 없었고 이른바 연대장님 전속 해수욕장이었어요.
이 해수욕장을 담당하던 병사가 우리 내무반 이 상병이었습니다.
주말이던가 연대장 사모님이 해수욕장에 놀러 온다고 손이 달린다 하여 내가 도우미로 나섰죠.
일단 혼자 도착한 연대장님 사모님은 차례로 휘하 대대장 사모님과 중대장 사모님들을 모두 불러 모아 신나게 노셨죠.
그러다 심심하면 우리 아저씨를 불러 아이스크림이나 수박을 사오라고 시켰습니다.
이 상병은 당번이니 곁에 있어야 해서리 내가 언덕을 두 개나 넘어 몇 번을 심부름해야 했습니다.
7월 땡볕에 얼마나 덥던지.
그래도 아이스크림이나 수박 한 조각을 안 주더군요.
하긴 군바리가 어디 인간입니까?
그 추억이 깃든 후진 해수욕장.
지금은 군인 전용도 아니고 위에 있던 부대로 어디론가 이전을 했네요.
건너편이 그 유명한 추암입니다.
송곳 추 바위 암.
송곳 바위이죠.
지금도 나오는지 몰라도 언젠가 애국가 일 부분을 차지하던 명소.
철이 조금 이른지 해수욕객은 그다지 많이 보이지 않네요.
크기는 그다지 크진 않습니다.
삼척항에서 여기까지 낙타등 구간이었지만 달린지 얼마 안 되어 힘이 있는지라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힘이 빠졌을 때 오면 꽤 힘들 구간입니다.
그 대신 경치는 사이고.
쵝오.
추암이 있는 곳은 이미 동해시입니다.
묵호항 여객 터미널입니다.
러시아도 가고 일본도 가고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좀 한산하겠죠.
추암 지역을 지나면 동해 공단 지역이 나옵니다.
바다와는 좀 사이를 두어서 보이질 않고 좀 지루하죠.
여기서 잠시 길을 헤매다가 아저씨의 도움으로 빠져 나옵니다.
역시 모르면 물어 봐야.
잔차길은 별도로 만들어진 구간도 있지만 대개는 그냥 한적한 도로에 파란 페인트가 전부라서 그 페인트가 지워지거나 공사로 없어지면 이렇게 헤맥게 됩니다.
잔차 손님이 크게 돈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북평 지역을 지나고 가끔씩 바다가 보이는 곳도 지나고 하다보면 묵호항입니다.
동해시는 북평과 묵호가 합쳐져 이루어진 도시인데 지금은 그 중간쯤이 번화가가 되었습니다.
이쯤해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잔차와 동행을 하다 보니 영 장소가 마땅하질 않아 계속 가게 됩니다요.
옛날 묵호 달동네.
집이 빽빽했었는데 지금은 드문드문해졌네요.
일기예보에 오늘은 동해지방은 하루종일 구름이었는데 이 때는 해가 쨍쨍.
그래도 기온이 크게 높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묵호항을 지나 어달이라는 곳에 이르니 항 바로 앞에 잔차를 안심하고 세울 수 있는 식당이 등장을 했어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들어 갑니다.
원래는 곰치탕이 먹고 싶었는데 그런 것은 없고 이 식당은 만만한 게 닭곰탕.
배가 고프니 맛은 있었지만 보통 때 같으면 맛있다고 그러긴 좀 심한 그런 점심이었어요.
깍두기는 완전 식초.
반찬은 생략하고 그냥 곰탕만 먹는 걸로.
7000원으로 그다지 비싸지 않으니 그 가격으로는 제격이었어요.
아무튼 밥을 먹기는 먹었습니다.
어달항의 모습입니다.
이 동네 부근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저류수를 방류하지 말라고 걸게가 많이 걸려 있었어요.
요즘 일본은 우리나라에게 완전 민폐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좋다고 어딘가에는 일본을 빨아주는 정신 못 차린 인간들이 아직 많다죠?
아직도 손을 봐야 할 부분이 많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금 얼마나 좋은 나라가 되었는지 억지로 부정하는 인간들이 참 많아요.
망상해수욕장을 지나니 한옥마을인지 뭔지 요란하게 공사를 하고 있는 구간이 나오더군요.
이쯤에서 완전히 헤맵니다.
공사를 하던지 말던지는 내가 알바 아닌데 잔차길을 아무 표시도 없이 그냥 막어 버렸어요.
한참 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나오니 망상해변역 근처에 반대쪽으로 넘어가는 승강기가 있었습니다.
이 승강기를 타고 반대편으로 넘어 오게 됩니다.
이런 건 안내판을 세워서 알려 주어야 하는데 참.
그런데 아무 것도 없는 벌판에 승강기라.
좀 뜬금없었지만 덕분에 많은 거리를 돌아가는 고생은 안 했어요.
이쯤에서 도보로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을 만납니다.
옥계해변 근처 솔밭입니다.
이름이 예쁜 옥계해변은 공장이 들어서 있어서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하지만 이 솔밭은 정말 굉장했습니다.
해파랑 길을 달리면서 계속해서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인간의 무지막지한 손길이 닿기 전에는 얼마나 예뻤을까 하는.
금진해수욕장입니다.
옥계항부터 바다를 끼고 달리게 되는데 경치가 아주 좋은 곳이었어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요.
우리나라도 참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퍽 많아졌음을 느낍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는 아저씨가 아주 불쾌한 경음을 내더만 나보고 조심해서 다니랍니다.
이 아저씨야.
너나 잘해.
심곡항 가는 길입니다.
계속 바닷가 암초지대를 지나서 한참을 쉬어야만 될 그런 경치 좋은 곳.
사진 찍으러 나온 사람들이 많아 잔차 타기는 방해가 되었지만 경치가 너무 좋으니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조금 더 있어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이 구간에서 잔차 타기가 쉽지 않겠더군요.
그래서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기 전에 나선 것이기도 하구요.
제대로 된 바다가 앞에 펼쳐져 있어 고래가 있으려나 하고 찾아 보긴 했는데 고래는 보이지 않았어요,
심곡항에서 엄청난 고개를 넘어야 합니다.
여기서 다시 끌바.
그렇게 넘으면 나오는 정동진.
여기는 그냥 유원지 분위기.
이런 구간은 얼른 패스.
그래도 몇 장 사진을 남겨야 할 것 같아 포인트에서 내 이쁜 잔차 사진 한 장.
예쁜가요?
정동진에서 안인까지는 다시 낙타등 구간.
그래도 정동진 넘을 때 고개에 비하면 약과라서 여기는 그냥 타고 넘습니다.
중간쯤에 나오는 등명낙가사.
내가 복무하던 부대가 해안 경비 부대라서 여기 저기 해안에 투입되곤 했는데 6개월짜리로 그치지 않았다면 이 등명낙가사 신세를 질 뻔 했죠.
근처에 소초가 있었거든요.
지금도 등명낙가사 앞에는 등명소초가 있습디다.
그 때 그 자리겠죠?
물론 시설은 많이 좋아졌을겝니다.
복무가 더 길어졌더라면 그 소초에서 근무할 뻔 했었죠.
물론 6개월짜리가 아니었다면 이 부대로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으니 그냥 그렇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안보 공원인지 뭔지 뜬금없이 군함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안보 공원 분위기에 맞추려고 그랬나요?
공짜는 아니더이다.
그 옆에는 언젠가 꽁치그물에 걸려 좌초되었던 북한 잠수함도 있었어요.
함께 탔던 공작원은 북으로 돌아가고 잠수원 승무원들은 단체로 자살을 했던 그런 사건의 주인공이죠.
이때 택시 기사가 신고를 했는데 발견을 못 했던 부대는 지휘관들이 줄줄이 모가지 당했을 겁니다.
경계를 실패한 병사와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보초를 서는 게 임무였던 초계함 천안함을 보면 이건 뭐랄까 희극도 그런 희극이 없어요.
많은 병사가 어쨌든 희생했으니 희극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함장이 아직도 잘 났다고 나대는 것을 보면 맹바기는 이래저래 죽일 놈이 맞습니다.
이른바 강릉비행장.
공군 비행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여기도 내가 근무했던 부대가 경비를 하기 위해 주둔했었어요.
이때가 가장 신나는 시기라고 했는데 졸병은 어디든 괴롭고 고참은 어디든 신나니 다 그렇다고는 못 하겠네요.
여기서부터 지름길로 강릉 버스 터미널로 향해도 되지만 예정대로 경포대로 향합니다.
그게 해파랑길이기도 하고요.
공군 부대부터 그냥 평지인가 했더니 졸망졸망한 고갯길이 꽤 많았습니다.
길도 좁은데 승용차도 가끔씩 다니곤 해서 좀 힘들었네요.
그러다 만난 강릉 남대천.
멀리 바다가 보이죠.
여기서 하천 도로를 따라 터미널쪽으로 갈까 하다가 시간을 보니 아직 버스 시간이 널널했어요.
경포로 가자.
드디어 도착한 경포호반.
잔차로 통일전망대갈 때 왔었으니 몇 년이 지났나요?
2011년도였으니 벌써 10년전이군요.
그간 많이 바뀌었네요.
훨씬 세련되어졌어요.
역시 명불허전 경포대입니다.
버스 시간이 한 시간 반이나 남아 여기서 한참을 쉬었습니다.
해도 구름 속에 잠들어 있고 바람은 솔솔 불고 참 좋은 곳이었어요.
가릴 수록 멋진 남자 정안군.
오늘 고생을 많이 했으니 기념 사진 한 장을 남깁니다.
강릉 버스 터미널입니다.
여유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경포대에서 여기 오는 도중 많이도 헤맸습니다.
동계 올림픽 때문에 경기장이 생기고 해서 길이 옛날 길이 아니더군요.
이럴 땐 카카오맵 덕을 봐야 하는데 내 핸드폰은 와이파이 덕이 아니면 안 되니.
그냥 맵스미를 이용합니다만 아무튼 시내에서 여러 사람에게 물어 봐 30분 정도 여유있게 도착은 했습니다.
예상 시간 반 시간이었는데 한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요즘 핸드폰이 필수이다 보니 길을 물어 보기가 좀 그렇더군요.
그래도 나이드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잘 가르쳐 주십니다.
역시 아날로그 세대는 아날로그 세대에게.
충주집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탄 거리르 제외하고 오늘 주행 거리 88.08 km.
주행 시간 대략 6시간.
강릉에서 충주 막차 오후 6시 30분.
오는 도중 평창에 소나기.
충주 도착하니 소나기 내린 흔적.
이것 저것 생각해서 강원도 고래 구경에 나섰는데 나름 성공이었어요.
물론 고래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동해에 사는 고래가 어디 가겠어요?
다음에 또 가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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