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도 많이 막히고 콧물도 나고 목도 살살 간지럽고 하지만 열은 많이 없고.
증상이 코로나와 비슷한 점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서 일단 검사를 해 보았는데 코로나는 아니라네.
그럼 메로나인가?
지난주 후반은 몸이 엉망이라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주일쯤 되니 고만고만 해졌다.
그러던 중 아들 부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속초로 가족 휴가를 가니 오실 수 있으면 오시라 하는.
속이야 뻔하지.
우리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큰 목적은 와서 아이들 캐어하라는 것이겠죠.
그래 가보자고.
속초는 언제 가봤나?
아내는 언젠가 동료가 콘도 하나 구해 놓았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갔다가 눈폭탄 맞은 해에 가 보고는 끝이라고 하는데 나는 잔차로 통일전망대 갈 때 지나간 것이 마지막인 듯하다.
그게 벌써 몇 년이 지난 건가?
2011년이었으니 벌써 11년 전이다.
참 세월 빠르다.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영동고속도로 타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지금은 서울 양양 고속도로가 생겨서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오늘은 그 도로로 해서 가 보는 걸로.
일반 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춘천 정션에서 양양고속도로를 타는데 들어서자마자 산 너머 산이다.
그러니 거의 터널 구간.
클라이맥스는 백두대간을 지나는 구간인데 터널이 참 길었다.
터널 안에 추월선이 그려져 있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양양 근처에 오니 멀리 설악산 연봉이 보인다.
언제 다시 대청봉에 오를 기회가 있을지.
그러고 보니 이 아들이 어렸을 때 같이 설악산 대청봉에 선 적이 있구먼.
아들이 알려 준 숙박지는 고성군 소노 델리체 델피노.
이름 참 어렵다.
그 이름도 복잡한 콘도 주변은 골프장이고 가까이에 엄청난 규모의 울산바위가 버티고 서 있다.
울산바위 멋있네.
여기서 일단 아들 가족과 만난다.
아직 체크인이 안 되어 방으로는 못 들어가니 일단 점심을 먹으러 간단다.
메뉴는 강원도의 명물 막국수.
장소는 백촌 막국수.
그런데 그곳이 그렇게 유명세를 타는 곳인 줄은 가서 알았다.
평일인데 대기표를 끊고 기다려야 한단다.
무려 40분.
주변은 매화도 피고 개나리도 핀 걸 보니 충주보다 봄이 빠른가 보다.
멀리 진부령과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한참을 기다리다가 순서가 와서 상을 받았다.
조금 특이하긴 하더군.
동치미 국물에 막국수를 말아먹는 형식인데 한 번 먹어 볼 정도는 되었다.
다음 순서는 우리 둥이들을 위한 시간.
해수욕장에 가서 모래 놀이를 한단다.
해서 찾아간 곳은 속초 해수욕장.
사람이 많진 않았는데 제법 있었다.
우리야 백조 백수 부부니까 그렇다고 해도 왠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모처럼 바닷가에 서니 좋긴 하더군.
둥이들도 신이 나서 한참을 놀았는데 바닷바람이 제법 있어 회복기에 있는 몸뚱이가 좀 고생을 했다.
숙소에 들어왔다.
아들 부부는 속초시장으로 저녁거리를 준비하러 나갔는데 호가 자꾸 밖에 나가자고 했다.
옥상에 미니 골프장이 있어서 그리로 가 보았다.
와.
설악산 화채봉 대청봉 중청봉과 공룡능선이 멀리 보이는 전경이 그만이었다.
참 좋네.
높은 산 봉우리들은 아직도 눈이 많이 남아 있다.
저녁 시간은 유료 영화 채널로 '슬기로운 감방 생활' 재탕.
16편이나 되어 다 볼 수는 없어서 시작 중간 그리고 마지막 편만 보는 걸로.
다시 봐도 연기를 참 잘한다.
가끔씩 귀 담아 들어야 할 명언도 있고.
호가 밤에 떼를 많이 쓰는 바람에 여러 사람이 힘들었다.
쌍둥이가 달라도 어쩜 그리 많이 다를까?
체크 아웃 시간에 맞춰 나와 일단은 속초 시장에.
거기서 이것저것 샀는데 일단 주문진보다는 싼 느낌이 들었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은 해물이 많아 좋을 것 같은데 가끔 먹어야 맛이 있는 것이지 흔하면 맛이 아무래도 덜하겠지?
점심은 아바이 마을에서 먹기로.
거기가 어딘가 했더니 전에 잔차로 속초를 지날 때 배를 타던 곳이었다.
마을 바로 앞에 청초 해수욕장이 있어서 식사 전후로 아이들이 많이 놀았다.
아바이 마을은 순대로 유명하단다.
오징어순대, 아바이 순대 그리고 순대 국밥.
우리 동네 이호 집 순대 국밥이 훨씬 맛이 있어 보인다.
그래도 주인은 참 친절하더군.
식사 후 헤어졌다.
원래는 미시령을 넘어서 국도를 타다가 홍천에서 고속도로로 들어가 오려고 했는데 네비 아가씨는 그러지 말라네.
그냥 추억의 7번 국도를 타고 내려가다가 양양에서 고속도로를 탔다.
2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강릉 경포대 가는 시간이나 별 차이가 나질 않네.
집에 오니 별로 한 일은 없는데 많이 피곤했다.
그런데 정말 복음이라고 할 밖에 없는 기쁜 소식이 날라 왔다.
다음 날이 수요일이라서 다시 둥이 캐어를 위해 서울에 가야 했는데 센터 선생님들이 코로나 감염되어 수업을 못 한다고 안 와도 된다는.
눈이 확 밝아졌다.
이 기쁜 소식이라니.
이렇게 기쁜 소식으로 1박 2일 속초 스페셜을 마치게 되었다.
뱀발) 일본이랑 베트남이랑 축구를 해서 전반전 뒷부분을 보았는데 일본이 지고 있었다.
왜놈들 막판 다 된 밥에 콧물 빠뜨리는가 해서 고소했는데 아침에 뉴스를 보니 우리나라도 UAE에게 졌더군.
이래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