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토요일부터 시작된 라마단이 5월 1일 내일을 기해 끝난다고 합니다.
라마단 기간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고 하네요.
태국의 초파일과 우리나라의 초파일이 다른 날인 것과 같은 듯해요.
라마단 기간은 원칙적으로 해가 있는 동안에는 금식을 하고 해가 지면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세속화가 많이 진행된 터키는 별로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하게 지키는 나라는 여행자들도 많이 힘이 든다 하던데 이곳은 전혀 그런 느낌조차 없었으니까요.
마치 우리나라에서 고난주간과 같은 풍경이라 할까요?
하지만 라마단이 끝나면 행하는 행사는 축제라서 그런 것은 이곳도 잘 지켜지나 봅니다.
이 축제 기간을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라 하는데 터키에서는 설탕 축제(Seker bayrami)라 한답니다.
그래서 이번 주간은 온통 축제 분위기이고 우리 추석처럼 이동을 많이 해서 전국의 버스 노선이나 비행기 이런 건 탈 생각을 말아야 한데요.
물론 호텔 같은 숙박 시설도 말할 것도 없고요.
우리나라도 추석이나 설에 가족 여행을 떠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처럼 이곳도 그런 가 봅니다.
우리는 이를 미리 알고 이곳 ES에서 장박 모드에 들어간 것이죠.
어제저녁에 천둥 번개가 몇 차례 있더니 밤새 비가 조금씩 내렸나 봅니다.
아침에도 그치지 않고 부슬부슬 내려 차갑게 가라앉은 분위기였네요.
기온도 많이 떨어져 서늘한 느낌까지 들었어요.
이른 시간의 카페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곳도 택시가 과잉 상태인가 봅니다.
충주 버스터미널 주변의 택시처럼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보니 이 동네 택시 기사들 벌어먹기 쉽지 않겠다 싶은.
택시는 FIAT와 현대 자동차가 대세인가 봅니다.
우리나라에선 지금은 눈을 씻고 봐도 볼 수 없는 피아트.
그 회사 제품 124가 고급 승용차로 이름을 날린 적이 있었죠.
이곳에서는 그 흔한 왜국 토요다가 가끔씩, 혼다는 드문드문.
주종은 유럽차이고 현대차가 동남아시아에 비하면 많이 보입니다.
이즈미트라는 곳에 현대 자동차 공장이 있을 정도로 터키에선 제법 자리를 잡았나 봅니다.
골목길은 다른 유럽의 오랜 도시처럼 대개가 돌길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천카페는 비도 오고 날도 추워 패스.
따뜻하고 와이파이가 쉬운 곳을 골라서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
치즈 피자 한 판과 라테 그리고 차 한잔.
피자 위에 토핑이 된 치즈는 치즈가 흔한 나라답게 범벅입니다.
줄줄 흘러요.
이런 걸 만나면 우리 둥이들 생각이 절로 납니다.
싸고 맛있으니 얼마든지 원하면 사줄 텐데 님은 먼 곳에 있네요.
가격은 다 합해 우리나라 가격으로 하면 앞 글자가 5이었어요.
뒷자리 0의 숫자는 나름대로 생각해 보세요.
힌트.
당연히 하나는 아닙니다.
그 정도로 이 나라를 무시하면 안 되죠.
비도 그치고 날도 고만고만해져 다시 걷기 목표에 도전합니다.
하루에 만 보는 넘기기.
오늘 목표는 여기에서 가장 좋다는 아나돌루 대학교 교정.
ES는 교육도시로 알려진 만큼 대학이 여러 개 있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아나돌루 대학교가 가장 명문이고 이름답게 교정도 예쁘고 좋다네요.
부지런히 걸어 대학 정문에 도착을 했습니다.
그런데 분위기가 우리나라 군부대 입구 같습니다.
경비도 삼엄하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구분하는 기계까지.
혹시나 싶어 경비에게 의뢰를 하니 한 마디도 No.
그래도 예외 없는 규칙이 어디 있어하는 마음으로 플리스를 연발하니 번역기를 통해 알려 줍니다.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 오시오.
지랄하고 있네요.
뭔 대학 정원을 구경하고자 하는데 정부의 허가 또 거기에 왠 일본 정부?
일부러 우리가 한국인이라고 말해 주었건만.
관둬라.
태국 라자밧 대학은 열열 환영이란다.
우리나라는?
대학교는 그냥 패스 아닌가요?
물론 도서관 같은 곳은 안 되겠지만.
그러고 보면 치앙라이 대학교들은 퍽 후하죠.
도서관 입장은 물론이고 와이파이 패스워드까지 알려 주니.
대학 정문에서 빠꾸.
중간의 ES Park 몰로 향합니다.
거기에 한국 음식점이 있다 소리를 들어서.
먹으려고 하는 건 아니고 혹시나 한국인이 있을까 해서요.
그런데 한국 음식점은 없고 더 반가운 마사지 업소가 있더군요.
시간 별로 요금이 다른데 20분에 80리라.
꽤 비싸도 마사지 열렬 애호가인 아내가 이런 곳을 그냥 지나갈 수 없죠.
도전.
With me.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꽤 좋네요.
어떤 할머니는 모르는 남자와 스치는 것도 안 하려 하는 곳인데 여기는 여자들이 서슴없이 남자들 몸을 주물러 댑니다.
히잡을 한 여자도 예외 없이.
푸드 코너는 한국 음식점은 없고 터키 각 동네 음식에 맥도널드와 버거킹 같은 것들만 가득.
그냥 가기는 서운해서 요즘 즐겨 찾는 아이란 한 통씩.
건너편엔 날이 쌀쌀해 노천 찻집을 이용할 수 없는 노인네들이 처량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괜히 애처롭더이다.
피자 몇 조각에 아이란 한 통을 먹은 것으로는 점심을 먹었다 하기엔 부족하여 한 곳을 더 찾아갑니다.
Haller Genclik Merkezi라는 오래된 건물입니다.
메르케지는 한 건물 안에 여러 가게가 있는 형태를 말합니다.
이곳도 터키 여기저기에 있는 옛날 대상을 상대로 했던 숙박 시설이었다고 합니다.
상당히 분위기가 좋네요.
괜히 포근한 느낌이 드는.
많은 가게 가운데 우리가 찾아온 곳은.
바로 이곳입니다.
Mazlumlar Muhallebicisi.
이름이 상당히 난해합니다.
1927.
이 숫자가 역사를 말해줍니다.
울 아버지가 태어나실 해와 비슷한 듯.
진열장에 전시된 음식들.
비슷하게 생겼어도 다 다르다네요.
뭐가 뭔지 모를 경우는 그냥 주인의 추천으로.
무할레비와 슈틀라치라는 것에서 하나씩 골라서 달라고 했습니다.
계피 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 슈틀라치 그리고 오른쪽이 무할레비입니다.
모두 우유와 쌀을 기본으로 한 푸딩인데 무할레비는 잘게 찢은 닭 가슴살이 섞여 있는 것이 특징.
주식은 아니고 간식이라서 차와 함께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꽤 맛이 독특하고 괜찮았습니다.
이것도 우리 둥이에게 주면 열 개 정도는 간단히 먹어 치우겠더라고요.
중딩이 이하는 매일 먹겠다고 찾을 정도이겠지만 우리는 그냥 경험으로 한 번 먹어 보면 더 이상은 음.
모두 20리라 중반쯤 되는 가격이니 꽤 비싼 셈입니다.
주인 할아버지가 매우 친절했어요.
그리고 자기 제품에 대한 사랑이 뚝뚝.
우리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시장통.
추석 대목장처럼 사람이 넘쳐 났습니다.
온 시민이 다 장 보러 나온 듯.
내일은 휴일이라서 문 닫는 곳도 있다 해서 카페 주인에게 물어보니 그런 일 절대 없답니다.
우리는 쭈~~~~욱 오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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