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에스키셰히르] 빌레지크 찍고 오기

정안군 2022. 5. 2. 20:08

터키는 81개 주가 있다고 합니다.

지금 있는 곳은 에스키셰히르 주.

여기서 갈만한 곳은 대충 다 가본 듯해서 인근 볼거리가 있는 도시를 찾아보니 부르사가 좋은데 거기는 거리가 살짝 부담이 되었어요.

그런데 1시간 거리쯤 떨어진 곳에 빌레지크(Bilecik)란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 빌레지크(Bilecik)는 빌레직으로 쓰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모두들 빌레지크라고 쓰니 그렇게 쓸게요.

 

오스만 제국의 최초 수도가 부르사인가 했더니 그리로 옮기기 전에 빌레지크라는 곳을 수도로 삼았다는 것도.

빌레지크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고 당일치기 여행으로도 딱이라서 미리 표를 구입해 두었습니다.

카밀 콕 버스 회사 것으로.

그런데 터키 주에 대해 찾아보다가 흥미 있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터키 주는 알파벳 순으로 순서가 정해져 있고 정해진 숫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예를 들면 이곳 ES는 11번째라서 이곳에서 등록한 차량의 넘버에 11이 들어가더군요.

방문할 빌레지크는 26번.

참고로 빌레직은 터키 주 가운데 가장 작은 주입니다.

 

9시 버스라서 조금 이르게 8시 10분쯤 숙소를 나서 트램을 탔는데 중간에 어이 상실.

터미널인 오토가르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었어요.

그런 간단한 것도 미리 확인을 안 했으니.

황당.

얼른 내려 어찌하나 싶었는데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발견.

택시로 오토가르까지.

이 과정에서 아내의 기지가.

역시 아내의 순발력은 짱짱입니다. ㅎ

 

우리를 빌레지크까지 데려다 줄 카밀 콕.

터미널에는 버스가 회사별로 따로 이렇게 모여 있습니다.

파이브 식스 세븐이라고 타는 곳을 알려 주어 567인가 했더니 5 6 7번을 카밀 콕이 사용하고 있었어요.

버스는 벤츠 제품만 있나 했더니 MAN(만)도 있고 그러네요.

 

버스는 출발하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평야지대를 달립니다.

초록 초록한 밀밭이 참 예쁩니다.

보쥐윅까지는 그런 풍경이 이어지는데 그곳을 지나면 산악지대로 변하네요.

 

중간에 서비스로 주는 주스 JUSS.

터키 말 참 쉽죠 잉?

 

그리고 목표지 빌레지크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는데 주변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이더군요.

이거 절이 들어 올 곳에 터미널을 지은 거 아녀?

내리는 사람도 우리뿐.

시내까지 세르비스가 있느냐고 물으니 없고 택시로 가랍니다.

미쳤냐?

어찌하나 궁리를 5초 정도 했는데 마침 어떤 아저씨가 나오고 있었어요.

그 아저씨께 물어보니 노 프라브럼.

자기를 따라오랍니다.

그러면서 독일어 할 줄 아냐고?

어인 독일어?

 

지도로 보면 빌레지크는 저 멀리 산꼭대기에 있는 동네입니다.

멀리 보이는 동네인가 했더니 정말 그랬습니다.

미얀마 인레에서 따웅지를 보는 느낌이 이랬던가?

 

나가자마자 등장하는 돌무쉬.

역시 택시로만 다닐리라 있겠어?

이곳은 시간이 흐르는 것은 아무 상관이 없는 동네 같더이다.

터미널에서도 하염없이 대기하다가 출발하더니 온 동네를 훑고 다니며 승객을 모읍니다.

아무튼 산꼭대기 동네이니 한참을 올라갑니다.

 

한참을 올라 가 그나마 평평한 곳이 나오는데 그곳이 빌레지크 중심가.

중심가라고 해 봐야 별 것 없는데 거기다 모두 문을 닫았더이다.

오늘이 휴일 시작이라 걱정도 했지만 설마 하면서 온 것인데 판이 이러면 몽땅 나가리 되는 거 아녀?

정말 보이는 곳은 모두 셔터 내림.

점심 먹기도 만만하지 않겠는걸.

허나 이곳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여기서 볼 곳은 박물관과 오스만 초기의 지도자들 발자취.

구글맵에서 대충 위치를 파악하고 움직여 봅니다.

 

여기는 법원 광장인가?

아무튼 사진 포인트인 듯.

느낌이 있네요.

 

호시나 했더니 역시나.

여기는 빌레지크 박물관인데 문을 굳게 닫았습니다.

 

정원에는 돌덩어리 그리고 항아리.

나름 뭔가 사연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냥 골동품.

조금은 아쉬웠지만 안에도 별로 볼 것이 없을 것이라 굳게 믿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다음은 셰이크 에데발리(Sheikh Edebali)라는 분의 묘를 찾아갑니다.

지도에서 방향을 찾기가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경사가 심해 혹시라도 잘 못 찾아갔을 때 뒤돌아올 일이 아득해서 퍽이나 조심스러웠습니다.

길거리에서 청년들에게 물어보니 자기들이 앞장서고 따라오랍니다.

아내는 두 청년이 무섭다고 하지만 생기기는 상당히 험해 보여도 터키 청년들 대개 순진하고 착합니다.

심한 경사로를 내려갑니다.

내려가면서 드는 생각은 올라올 때 힘 좀 들겠다.

 

건너편에 있는 공동묘지인데 처음에는 우리가 찾는 그곳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저곳으로 건너가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곳이 아니었어요.

산 중턱의 길이 우리가 돌무쉬를 타고 온 그 길입니다.

 

이건 뭘까?

사원에서 첨탑만 남은 건가?

궁금한 것이 많아도 알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습니다.

뭐겠지.

그냥 이렇게 보는 걸로 만족해야죠.

 

청년들이 특별히 알려 준 곳인데 도대체 왜 저런 절벽에 쇠사슬과 쇠줄이 매여 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옛날 병사들 훈련시키던 곳인가?

사진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실제로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이건 또 뭘까?

 

한참을 내려가 드디어 도착을 합니다.

안내판이 네 곳을 가리키는 걸 보면 볼거리가 네 곳인 듯합니다.

하나는 셰이크 에데발리의 묘.

또 하나는 오르한 가지 사원.

그리고 박물관과 화장실.

화장실도 동급이네요.

다른 곳은 입장료가 없는데 화장실만 입장료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일 볼거리는 화장실인가?

 

1312년에 세워진 오르한 가지 사원이 되겠습니다.

안의 모습을 보고 싶어도 사원이 주는 무게감에 감히 문을 열어 볼 수가 없더군요.

이 빌레지크에 머무를 때만 해도 오르한이나 그의 아버지 오스만은 당시는 부족장 정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오르한이 부족장이 되면서 주변을 통합하고 그 세력을 치워 부르사로 수도를 이전하면서 제국의 길로 나가게 됩니다.

처음 빌레지크에 올 때 왜 터를 이런 산꼭대기에 정했을까 했는데 그때는 세가 작아 부족을 지킬 수 있는 이런 고지가 유리했겠죠.

그러다가 세력을 키우면서 평지로 나가게 되는 것이죠.

가지라는 호칭은 용사 용맹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당시 부족장인 신분을 표현한 것이랍니다.

 

언덕을 올라가면 셰이크 에데발리의 무덤이 있습니다.

그 옆에는 아내의 무덤 그리고 딸이자 오스만 가지의 아내인 발라 하툰의 무덤이 있다 하는데 구구절절 알고 싶지는 않아서 대충 보고 나왔습니다.

주변에는 경건하게 기도문을 외우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셰이크 에데발리는 영적 지도자였다고 하네요.

 

언덕이 제법 높아 이런 엘리베이터가 있었어요.

분위기가 전의 충주댐 전망대.

그런데 그 앞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대단한 협곡이 있었어요.

사실 이곳 빌레지크에 와서 제일 감동적인 곳이 이 협곡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에는 터키 국기와 오스만 제국 깃발이 함께 펄럭이고 있었는데 그 아래로는 엄청난 계곡입니다.

사진에 담기에는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 대충 보고는 내려왔죠.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는지라 이런 곳에 오래 서있지 못합니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와 찾은 곳은 박물관이라는 곳.

 

정원도 예쁘고 사진 포인트도 예쁜 곳.

그런데 이곳은 정원을 보라고 꾸며 놓은 곳은 아니에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데 초대 술탄인 오스만 가지.

그리고 오르한 가지.

그다음은 구글에 문의를 해 보시고.

 

둥그런 반원 형태로 역대 술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 할아버지들입니다.

누구의 아들 또 그의 아들이었지만 다 늙어서 할아버지가 되어 죽기는 마찬가지네요.

 

이 술탄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정복자 마흐메드 2세입니다.

하여튼 많이 사람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니까요.

술탄 초상화 옆에는 소개글이 있다 하는데 나야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겠죠.

서운할 것은 없어요.

알고 싶으면 구글이 더 잘 알려 줄 테니.

 

남 나라 왕 이야기이니 대충 보고 흥미 넘치는 협곡 구경에 나섭니다.

힘이 넘치거나 먹은 것이 소화가 아직 안 되었으면 협곡 아래로 이어지는 트래킹 길을 따라 걷고도 싶었는데 둘 다 아니라서 그냥 위에서 보는 걸로 땡칩니다.

 

일단 내려가면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쉽게 올라오면 좋을 텐데 그건 꿈속의 꿈같은 이야기이고.

아무튼 대단하더군요.

사진에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멀리 폭포까지 보여 마음이 살짝 흔들리기도 했지만 갈 마음이 애초 없는 아내를 혼자 두고 갈 수도 없고 해서 포기.

그래 또 올 기회가 있겠지.

없으면 말고.

 

잘 고치면 좋은 카페 자리던데.

뭔가 보면 생각하는 게 카페이니 그쪽 물을 먹기는 했나 봅니다.

협곡 구경이 너무 좋아도 여기서 살 수는 없는 것이니 올라가야겠죠.

아내는 히치를 해서 가자고 하는데 언제 여기를 다시 오겠습니까?

힘들더라도 천천히 걸으며 주변 경치를 눈에 담아야죠.

 

올라오는 도중 다시 눈에 담은 풍경.

다시 봐도 좋습니다.

이런 곳에서 시작해서 그 땅을 품에 넣은 오스만 부족도 대단하지요.

그런데 나중으로 갈수록 찌질이들이 술탄이 되는 건 모든 왕조가 간 길이죠.

신하들은 똑똑한 왕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지도자가 멍청하면 아래 똘만이들이 살판이 납니다.

이건 제발 남 나라 이야기로 그치길 간절히 빌어 봅니다.

 

다시 평지(?)로 올라와 점심 먹을 곳을 찾으니 연 곳은 딱 한 집.

빵집이었어요.

아무리 빵을 좋아 하지만 아침도 빵 점심도 빵이라.

그러나 어찌해 볼 도리가 없더군요.

그런데.

 

한 블록을 위로 올라오니 여기는 신천지.

신시가지였어요.

문 연 곳도 제법 있고 또 버거킹까지.

뭔 일 이래.

 

시내 중심가에 있던 아타튜르크 공원.

돌아가는 버스표를 미리 예매한지라 한참을 기다려야 했어요.

여기서도 시간을 보내다가 늦게 문을 연 버거킹에서 한국사람이라며 대접받고 기다리고 하다가 다시 돌무쉬도 버스 터미널로.

그리고 거기서도 한 시간여를 기다리다 ES로 귀환.

오는 도중 비가 내려 초록 세계는 더욱 초록 세계로.

흐린 날은 다음 날까지 이어지네요.

 

혹시 오스만 가지와 오르한 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구글로 검색해 보면 넘쳐 나니 그걸 참고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