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여행 2022

[이즈미르] 역사 예술 박물관(History and Art Museum)

정안군 2022. 5. 26. 02:39

입장료가 15리라여서 그냥 그렇고 그런 박물관이거니 하고 들어 갔는데 전시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 대만족이었던 박물관.

이름하여 이즈미르 역사와 예술 박물관이다.

이즈미르 고고학 박물관이 따로 있어 이런 이름을 붙였지 않았나 싶다.

 

저 건물에 박물관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기에 저곳인가 했더니 할 일 없이 놀던 직원들이 옆 건물이란다.

아마 새로 지어 옮긴 모양.

그러면 건물에도 그렇게 표시해야 되는 거 아녀?

관람객도 없고 직원들도 그냥 노는 분위기라 처음에는 괜히 들어왔다 싶었다.

 

입구 전시물도 별로 대단한 것이 없었다.

상품 판매하는 ATM이 있었고 동네 지형을 나타낸 모형 정도.

그런데.

 

이 석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뭐야 이 친구 바바리맨 아녀?

2세기경에도 이런 친구가 있었어.

그런데 이 영어 단어를 찾아보고는 더 깜짝 놀랐다.

HERMAPHRODITE.

자웅동체.

남자 거시기와 여자 거시기가 함께 있는 뭐 그런 뜻이다.

머리는 없어졌으나 몸뚱이는 있으니 보면 이해가 되는.

 

이것도 심상치 않았다.

두 사자는 기원전 9세기 것이고 가운데 인물은 누구신가 했더니.

 

고대 그리스 최대 서사 시인 호메로스란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를 쓴.

이 지역 출신으로 알려지긴 했으나 많은 것이 아직도 미스터리에 쌓여 있다 한다.

이런 분의 대리석상을 15리라짜리 박물관에서 만나다니.

 

이 석상들은 올림피아드와 관계가 있었나 보다.

고대 올림피아드는 남자만 참여했고 거룩한 제전이다 보니 옷을 입지 않고 참여했다고.

글씨를 보면 시그마도 있고 델타도 있고 그리스어가 맞기 한데 무슨 이야기일까?

 

모자이크는 추상적인 무늬가 아니라 딱 봐도 알 수 있는 것이라 더 재미있었다.

돌고래, 멍멍이와 새 그리고 소년.

두 손에 병을 들고 배달한 것이 아일란일까?

아이다.

오스만 종자들이 오기 전이니 양 젖일지도 모르겠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

보통은 네이*를 상징하는 모자를 쓰고 나타나시는데 이 분은 모자를 어디다 두었나?

보통 어린이의 모습으로 많이 나타나는데 얼굴을 보아하니 노년의 모습인지라 기억이 생생하지 못하여 모자는 어디다 두고 못 찾는 듯.

 

보물단지를 지키는 천마들인가?

이런 천마들이 우리 신라에게도 전해져 천마총이라는 이름까지 붙게 된다.

 

개들과 함께 등장하는 것을 보면 양치기 소년인 듯한데 날개가 달렸다.

양치기 천사인가.

토끼를 가지고 훈련시키는 장면 같기도 하고.

아무튼 상황이 재미있다.

 

동물이나 다른 사람들과 싸웠던 직업을 가진 글래디에이터.

글래디에이터는 로마 군인들이 지녔던 검 글라디우스(Gladius)에서 왔다 한다.

글라디우스는 양날 검으로 스키피오가 스페인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것을 채용하여 주력 검으로 삼았다.

그 전에는 한 날 칼로 베는 것을 주로 했지만 글라디우스는 찌르는 용도로 사용하게 된다.

다른 이야기지만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참 대단한 작품이었다.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아프로디테는 그리스어이고 로마어로는 베누스.

즉 비너스가 되시겠다.

나만이 알고 있는 사랑의 비너스.

비너스 뭐시기 비너스 거시기.

이런 CM을 안다면 당신은 노인네.

 

모두 아프로디테들이다.

가운데 있는 석상은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대표적 비너스의 모습.

 

포세이돈이었던가?

머리들만 진열된 곳이 있었다.

 

그중 이 사람.

야누스이다.

얼굴을 앞뒤로 가지신 분.

영어 1월 January가 이 분에게서 나왔다.

뒤에도 얼굴이 있으니 보라고 거울을 대 놓았네.

 

전쟁의 여신 아테나.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 이 아테나를 위한 것이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도 이 여신의 이름에서 나왔다.

 

귀여운 꼬마로 등장하는 에로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신으로 활과 화살을 가지고 다닌다고.

신 가운데 가장 어리고 흔히 아프로디테의 아들로 묘사가 되며 로마 신화의 큐피드이다(구글 검색)

 

아폴론.

로마식으로는 아폴로.

아폴로 우주선이 이 이름에서 나왔다.

달 착륙한 아폴로 11호.

제우스의 엄친녀가 아테나이고 아폴론이 엄친 남이었단다.

굉장한 미남이라던데 누가 시기를 했는지 머리 부분이 사라져 버렸다.

하긴 머리 부분까지 다 있었으면 여기 계실 분이 아니지.

 

포세이돈과 데메테르.

데메테르는 곡물과 수확의 여신이란다.

오늘 많이 배운다.

 

투구를 쓰고 계신 모습을 보니 이 분은 아테나 여신.

머릿결이나 옷자락의 흐름이 참 대단하다.

이런 조각을 해 낸 사람이 누구일까?

하긴 동네마다 이런 작품이 너무 흔하니 별로 귀하다는 생각이 자꾸 엷어진다.

 

여기도 박물관의 단골손님인 석곽이 있었다.

여기 석관은 단순해서 더 단아해 보이고 예쁘다.

 

이 박물관은 체쉬메 해전에 대한 기록도 정리를 해 놓았다.

체쉬메 해전은 크게 보면 러시아 오스만 전쟁 가운데 일부로 1770년 이즈미르 근교 체쉬메 앞바다에서 벌어진 러시아 제국과 오스만 제국과의 전투를 말한다.

이 해전에서 오스만 제국이 패하게 되는데 이로써 러시아가 뒷배경이던 발칸반도의 주도권이 흔들리게 되어 결국 망국의 길로 치닫게 된다.

늘 서구의 시간에서 본 세계사를 접하다 보니 터키는 악역을 맡게 되는데 그 당시는 이쪽이나 저쪽이나 모두 같은 놈들이었다.

힘이 세면 땅을 뺏고 힘이 없으면 빼앗기고.

이 해전 기록을 보니 남이 하면 침략이고 내가 하면 진출인데 나중에 보면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이 더욱 생각이 났다.

 

참 흥미가 넘치고 유익한 박물관이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서 더욱 재미있었는데 역시 이 동네는 그리스 문화권이었다.

이즈미르뿐만 아니라 버가모로 알려진 베르가마 그리고 에페수스와 체쉬메 앞 섬 키오스(지금은 그리스 영토)에서 발굴된 유적들이 섞여 있어 내용으로도 꽤 알찬 곳이었다.

이즈미르에 오면 꼭 보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