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립보에서 바울을 만나 크리스천이 된 자색 옷감 장사였던 루디아 아줌마의 교향은 두아디라.
루디아는 아줌마 이름이 아니라 루디아 댁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친정 집이 외서여서 외서댁으로 불렀던 것처럼.
그리고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초대 일곱 교회 가운데 두아디라 교회가 있던 유서 깊은 마을이다.
지금은 아크히사르 즉 흰 성이라는 도시로 이름이 바뀌어 있는 곳.
비록 예배당 흔적은 남아 있지 않고 그저 로마 유적만 조금 남아 있어 방문객들의 맥을 빠지게 한다지만 그 동네 가서 하늘과 땅을 만나는 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아크히사르는 다행히 이즈미르 바스마네 역에서 기차가 왕복으로 적당한 시간에 있었다.
기차로 가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한다지만 이즈미르 버스 터미널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것에 접근하는 시간을 계산하면 그게 그거였고 무엇보다도 역은 우리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그 점이 유리했다.
인터넷에서 찾은 기차 시간은 아침 9시 15분.
대략 20분 정도를 걸러 역에 도착해 표를 사려니 노 트렌이란다.
뭔 소리여?
왜 기차가 없어?
다른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으려 해도 적당한 사람도 없고 할 수 없이 인터넷에서 시간표를 찾아 보여 주워도 돌아오는 소리는 노 트렌.
기차 시간이 나오는 전광판에는 버젓이 그 기차가 나오는데도 없단다.
뭐 할 수 없지.
제 2안인 버스로 가는 수밖에.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로 간 것은 잘한 선택이었다.
그건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부랴부랴 터미널로 시내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꼬리가 긴 시내버스인데 좁은 동네 길 사이를 잘 빠져나간다.
제법 시간이 걸려 터미널에 도착을 했고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아크히사르 행 버스를 찾았다.
아크히사르 행 버스 매표소는 2층에 있었다.
크기는 엄청나게 큰 터미널인데 마치 도둑 소굴처럼 어두컴컴하고 분위기가 별로 좋질 않았다.
1층은 장거리 버스 그리고 2층은 근거리 버스 매표소인 듯.
아무튼 2층에 내가 가보려고 한 체쉬메나 베르가마행 버스 매표소도 있었다.
베르가마 가려면 여기서 타는 것이 최선이지만 체쉬메 행은 여기는 사절.
그쪽 방면은 이즈미르 터미널 반대쪽인 istinyePark Mall 근처의 터미널을 찾아 가시라.
일단 여권으로 등록을 하고 돈은 버스를 탄 다음 승무원에게 주는 형태여서 좀 생소했다.
이 버스가 아크히사르 행 버스이다.
버스 앞에 동네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보면 그 동네에서 운행하는 버스인 듯.
장거리 버스보다는 좀 작은데 그래도 벤츠.
1시간 20분 걸린다더니 거의 2시간 걸려서 도착한 아크히사르.
혹시 기차 시간이 맞으면 그걸 타고 오려고 기차역 근처에 내려달라 하니 예니 가르냐 에스키 가르냐라고 물어왔다.
눈치를 보니 역이 옮겨진 모양.
그랬다.
역은 미리 지도에서 파악한 시내 중심부가 아니라 멀리 6Km 정도 떨어진 외곽으로 이전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기차는 패스.
그래서 적당히 로마 유적이 있는 근처에서 내려 달라고 해서 내렸다.
온전한 소통을 못 하는 것이 안쓰러웠던지 내리자마자 한 처자가 우리에게 내려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해 주고 가서 모든 사정을 잘 알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여기에 온 날이 최고 기온을 기록한 날이었다.
무려 37도까지 오른.
도무지 그늘이 아니면 햇빛 아래 다닐 수가 없는 날이었다.
아무튼 점심이나 먹고 시작하려고 지나가는 사람에게 유명 맛집을 물으니 알려준 곳.
맛집답게 사람들은 참 많았다.
로칸타스라는 식당은 일종의 뷔페 스타일.
이런 준비된 음식에서 내가 원하는 음식을 골라 담아 계산하는 방식이다.
주인은 제법 하는 영어로 우리를 위해 도움을 많이 주었다.
맛집이란 터키 사람에게 맛집이라는 뜻이지 우리에게도 맛집은 아니다.
대충 그렇고 그런 맛.
먹었으니 유적지로 가본다.
사실 식당으로 가던 도중 유적지를 만났으나 일단 밥이나 먹고 보자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간 곳이다.
한 블록이 로마 유적이었다.
여기는 예배당 유적도 아니고 그냥 로마 유적.
두아디라 교회와 뭔가 연결시키려고 해도 꺼리가 없다.
적어도 빌라델비아는 한참 뒤에 지어진 예배당 흔적이라도 있는데.
그냥 밖에서도 다 볼 수 있는 곳인데 문이 열려 있기에 들어가 보려 했더니 어디선가 지킴이가 나타나더니 표를 사란다.
안에 그늘이 있어 옛날 모습을 상상하며 앉아 있을 분위기라도 되면 모를까 그늘 한점 없는 곳에 들어갈 이유도 필요도 없어서 그만두었다.
가격은 제일 싼 15리라.
터키에서 제일 구경거리가 안 되는 곳이 그 가격이다.
그래 두아디라 교회 교인들이 이 근처에서 살았고 루디아 아줌마의 집도 여기 어디쯤 있었겠지.
그러면 되었지 뭘 더 바래나.
바로 옆에 있는 아크히사르 박물관으로 향했다.
그곳은 에어컨이 있겠지.
생각대로 에어컨이 있고 입장료는 15리라이었다.
여기는 따로 정리를 하도록 한다.
박물관을 나와 어디서 좀 머무르려 해도 날이 뜨겁기도 하고 에어컨이 있는 커피숍 하나 없는 곳이라 오래 있기도 힘들었다.
도시도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시골이라 가격은 퍽 싸긴 했다.
택시로 시내 북쪽에 있는 터미널로.
터미널도 도시 모습 드대로 좀 후줄근한 모습.
그런데 굳이 터미널에 가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 이즈미르행 버스는 시내 구간에서는 시내버스처럼 모든 정거장에 다 서며 사람들을 태웠고 우리가 택시를 탄 곳에도 서더라.
이렇듯 여행을 하다 보면 도시를 떠날 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오늘 길도 힘이 들었다.
차 안은 밖의 열기를 감당할 수 없어서인지 무더웠고 게다가 이즈미르 입구에서 교통 체증에 걸려 2시간도 넘게 걸렸다.
이제 버가모와 사데 교회 두 곳이 남아 있는데 이렇게 더우면 버스로 다니기는 무리일 듯.
생각이 깊어진다.
다시 올 일이 없을 두아디라를 품은 아크히사르.
더운 날 힘든 나들이였다.
'터키여행 202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즈미르] 또 다른 도전 (0) | 2022.05.29 |
---|---|
[이즈미르] 아크히사르 박물관 (0) | 2022.05.28 |
[이즈미르] 유레카! 오징어 액젓 (0) | 2022.05.27 |
[이즈미르] 역사 예술 박물관(History and Art Museum) (0) | 2022.05.26 |
[이즈미르] 최대 매장 옵티뭄 몰(Optimum Mall) (0) | 2022.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