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태국여행기/미얀마 2004 여행

만들레 그 넓은 땅 언저리에서

정안군 2005. 6. 14. 09:41


<15시간 걸려 도착한 만들레 - 어휴 !! 이 방면 기록 갱신, 그러나 곧 깨진다>

 

그럭저럭 양곤에서의 VIP여행을 마치고 우리들만의 여행을 나선다.   미리 예약해 둔 만들레 버스를 타기 위해 Aung Mingalar 버스터미널로 가서 긴 여행을 시작하는데...

 


<버스 터미널 안 대기소의 잡상인들(?)>

 

버스를 기다리는 대기소에서 옆에 않아 있는 외국인 부부(?)가 보여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폴란드란다.   폴란드 ??!!

 

월드컵에서 우리에게 기쁨을 준 나라아닌가 ?   남자가 리처드 기어를 닮았다.   리처드 기어가 폴란드계이던가 ?   짧은 영어로 대화를 한다.   어디를 거쳐서 왔느냐 ?   미얀마는 얼마나 있을 예정이냐 ?   양곤에서는 어디에서 있었느냐 ?   갑자기 영어 모드로 들어서니 머리에서 쥐가 날라고 한다.   다행히 위 사진에서 보이는 일본인 할아버지(오른쪽 모자 쓴 뒷 모습의 할아버지)와 대화가 되어 영어 모드에서 벗어나 일본어 모드로 간다.   제가 일본어는 제법 하거든요 ^^

 

그 할아버지는 나이가 84세란다.   와 !!! 2차 대전 때 이곳 비루마(버마)에 참전했었는데 다시 와 보고 싶어서 만들레에 간단다.   그 나이에 장시간 버스 여행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니 아직 체력이 괜찮단다.   그 할아버지는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듯 대화를 안하려고해 다시 영어 모드로 간다.   폴란드는 객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축구를 더 잘하는데 아무래도 우리 나라가 홈그라운드라서 이긴 것 같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거기까지는 능력이 안되어 'Poland soccer is good team'이라는 말로 줄인다.   ^^;;  돌아오는 긴 영어 문장.   요약하면 "아니요.   한국은 정말 강한 팀였어요" 뭐 이런 내용같다.

 

버스는 다행히 일제 중고 버스라서 비교적 좋으나 문에 셀로판지를 붙여 놓아서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산 하나 없는 넓은 평원을 가로질러 버스는 간다.   점점 어둠이 짙어지고 조는 듯 마는 듯 또 밤 12시 경 휴게소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할 때 망고스틴도 사먹고 폴란드 부부와 몇 마디하고 또 차에 올라 수면 모드..

 

새벽에 세수하라는 휴식 시간이 있고 얼마 더 동트기 시작하는 벌판을 누미며 나아가더니 검문소를 통과하고 아침 7시 반경 도착한다.   온 몸이 오징어같다.   어휴 !   이제 장거리 버스는 무리인가 보다.

 

론리 플래닛을 내놓고 여기 저기 찾아보는 폴란드 친구에게 우리와 같이 가자고 했다.   내가 좋은 곳을 알고 있다고.   찰스님 여행기에 나오는 로얄 게스트 하우스에 가보기로 한다.   툭툭을 타고 가니 폴란드 친구들은 마음에 드는지 우리에게 고맙다고 하고 들어간다.   그러나 방을 한번 보고난 우리 집사람은 영 신통치 않아 한다.... 하긴 특급 호텔 방에서 자다가 첫 배낭 여행에 나섰으니 그 방이 맘에 들리가 있나 ?   선교사에게 추천을 받은 호텔에 가보기로 한다.   다시 툭툭을 타고 그 호텔에 가보니 로얄이나 오십보 백보다.



<만 식당 앞에서 만난 대열들, 무엇 때문인지 무슨 목적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다시 로얄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온다.   그 툭툭 운전사는 왔다리 갔다리 하느냐고 매상 좀 올렸다.

 

일단 에이콘을 빵빵하게 틀어 놓고 잠을 자고 보기로 한다.   이 로얄 게스트 하우스 근처를 고집한 이유는 찰스님이 추천한 '만'이라는 중국 식당과 그 유명한 나일론 아이스크림집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이다.

 

한 동안 자고 일어나서 옆 중국 식당 '만'에 가서 식사를 한다.   맛은 기대보다는 별로인 듯하다.   우리가 나올려고 하는데 폴란드 부부가 들어온다.   자기들은 채식주의자라서 식당을 고르기가 좀 힘이 든다나 ?  

 

우리는 그 식당 앞 나이론 아이스크림집에 가서 메뉴를 보고 고른다.   와 !   신난다.   두리안, 딸기, 바나나, 레인보우 아이스크림 등 우리나라 돈 몇 백원 단위로 널렸다.   실컷 먹어보자.   집사람은 두리안 나는 레인보우.   레인보우가 무엇인가 했더니 각종 모듬 아이스크림이었다.

 

해가 아직 길게 남아 있지만 만들레 힐에 가 보기로 한다.  


<정상의 유리벽 불당>

 

자전거 택시를 타고 가는데 우리 부부를 한번에 태우려면 만만치 않을텐데 잘도 간다.   만들레 성 해자를 끼고 돌아 입구에 내려 놓더니 기다린단다.   그러라고 했다.   신발을 벗고 긴 계단을 오른다.


<만들레 성쪽>


<만들레 힐 북쪽>


<만들레 힐 서쪽>


<만들레 성과 해자>


<만들레 힐 동쪽>

 

계단 곳곳에 있던 물건을 파는 아이들은 우리를 보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고는 한국이라고 하면 '은서와 준서' 아느냐고 묻고 사진을 보여주며 난리다.   은서와 준서 광풍이 휩쓸고간 미얀마라더니.

 

힘들게 올랐지만 황홀하게 펼쳐진 만들레 평원과 에이야와디 강의 모습을 보니 잘 올라왔다는 생각이 든다.   입장료도 없고 얼마나 좋은가 ?  

 

내려 오는데 올라오는 폴란드 부부. 웃으며 "Do you follow me ?"하니 웃으며 그렇단다.   석양이 아름답다고 하니 보고 내려와라.   우리는 먼저 갈란다.   그리고는 다시 만나자 했으나 그 후로는 보지를 못한다.   내가 영어를 좀 더 능숙하게 했더라면 훨씬 더 좋은 인연으로 연결되었겠다 생각하니 좀 아쉽다.   평소에 더 공부 좀 할 껄.   아님 돌아가면 영어를 좀 더 공부하리라 생각은 늘 해보지만.   그러나 그게 잘 안된다.

 

다시 게스트 하우스로 와서 쉬다가 만 식당에서 별 재미를 못 보아 밑에 있는 밍밍 레스토랑에 가보기로 한다.   여기는 맥주같은 술은 안 판단다.   물론 돼지 고기 요리도 없고.   중국 화교이지만 이슬람교도인듯.   양갈비와 소고기요리를 시켜보니 '만'보다는 한 수 위 같다.   내가 좋아하는 돼지 고기 요리가 없어서 좀 아쉽지만 그것을 고려해도.   집사람을 위한 과일 모듬 그리고 요리 몇 접시.   그러나 역시 짬뽕 값도 안되는 싼 요금.   그런데도 우리가 시키는 것을 본 그 집 여자 주인은 우리를 특별 취급한다.   큰 손임을 알아 차렸나 보다. ^^ 

 

모기에 물리니 모기향도 피워주고 거기에다 좀 더워하니 부채질까지 해주고.... 역시 돈이 좋다. ^^

 

역시 버스로 장거리 여행을 하고 나면 체력이 축나 다음 날 많은 영향을 준다.   그렇다고 비행기로 이동하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별수 없다.   돈을 아끼려면 몸이 고생해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