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미명의 G.I.C>
새벽 뒷 베란다에 나가서 밖을 내다보니 어두움이 채가시지도 않았지만 벌써 이곳은 이곳 사람들의 생활 무대로 변해 있었다. 밤 늦게까지 불경 소리를 내던 빠웅도 파고다는 고요에 묻혀있지만 이곳을 무대로 살아가야 하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새벽도 이른 시간인듯 하다. 외발 배로 젓는 조그만 배와 뒤에 엔진을 단 긴배가 여기저기에 보인다.
지난 밤에는 여러 가지 작은 소동이 있었나 보다. 유치원 선생님은 어제 맛사지를 받는다고 하더니 그 뒤로 탈이 나서 밤새 고생을 했다고 하고 우리 옆동은 쥐가 등장해서 쥐잡기 소동을 벌였단다. 호수 가운데까지 진출해 있는 쥐들을 보면 경외롭기까지 하다.
<아침 고요에 잠긴 G.I.C>
아침 식사를 하면서 오늘 일정을 상의한다. 컨디션 난조인 유치원 선생님은 점심때까지 여기에서 쉬라고 하고 우리들은 남쪽에 있는 농장을 방문한 다음 현지 교회를 방문하고 빠웅도 파고다와 그 앞 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 선생님을 데리고 온 다음 오후 스케줄을 계속하기로 했다.
여러 사람이 같이 여행을 하니까 컨디션 난조에 빠지는 사람이 생겨 그 상황에 재빨리 대처하는 것도 미리 생각을 해 놓아야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선생님은 내일 버스로 양곤에 가는 것은 무리일 듯해서 비행기표도 예약해 두었다.
짐을 챙기기 위해 방으로 돌아오는데 화단에 바나나 꽃이 피어 있었다. 자주색 남자 거시기를 닮은 것이 꽃인줄 알았더니 꽃은 따로 있고, 자주색 꽃받침이 한 장 씩 떨어져 나가면서 그 자리에 바나나 뭉치가 매달리는 것 같다.
(위 사진을 보면 접혀 올라간 자주색 꽃 받침과 자주색 뭉치 사이에 꽃이 보인다)
제주도에 수학 여행을 인솔해서 갔을 때 바나나 꽃을 처음 보았었는데 그 때도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다 우리 학생들에게 보여 준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말했던 것이 확인되는 셈이다.
다시 떠난다. 작년에 이곳을 떠나면서 다시 올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다시 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다시 생각해 본다.
<인데인 유적지인가 하고 찍었는데 확인은 못했다>
한참을 가서 농장이 있는 곳에 머무른다. 자주색 꽃 핀 부레옥잠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꽃핀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사진을 좀 찍어보려고 했는데 더 좋은 것을 찍어야겠다 미루다가 결국 찍지 못했다.
<봉지에 흙 넣기 작업을 하는 사람들 - 아이들도 한 몫한다>
농장에 도착을 해서 선교사님에게 이곳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이곳은 얕은 구릉지인데 5만여평을 정부로부터 불하를 받아 농장으로 개발하는 중에 있단다. 지금은 비틀넛 농장을 만들기 위해 묘목을 준비하고 심는 중에 있는데 땅이 척박해서 많은 거름과 비료가 들어가야 하기에 돈이 많이 필요하단다.
이곳도 이 농장을 중심으로해서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 이 지역사회와 이곳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도움을 많이 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한다.
선교란 무엇인가 ? 지난 해 태국 루암밋에서 보름동안 그곳 라후족 어린이와 숙식을 같이 하며 고민했던 문제이다. 짧은 기간이라도 그곳의 문제점을 많이 보았었고 또한 무분별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단기 선교의 형태 때문에 많은 부작용이 있는 것도 보았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결국 간디가 선교사에게 했다는 말 "저절로 사람들을 끌리게 하고, 그 향기를 사람들에게 남기는 장미처럼 그리스도의 향기는 가능한 더욱더 조용히, 거의 느끼지 못할 방법을 통해 알려져야 한다"
"봉사와 최대한 단출한 삶이 조용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는 말이 선교에 대한 정답인 듯 했다.
선교는 이어져야 하는 사명이지만 태국 북부의 선교사 포화 상태와 그곳에서 벌어지는 역한 인간의 냄새들은 우리 선교가 나아갈 방향은 아닌 듯했다. 물론 그곳에도 많은 선교사들이 헌신을 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지만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
그래서 우리는 내가 생각하기로 가장 모범적인 활동을 하신다고 생각하는 선교사님과 선교사가 헌신하는 미얀마로 다시 왔던 것이다.
<따나까를 대칭이 아닌 뭔가 다른 기준의 감각으로 칠한 여자 어린이>
어린이들에게 준비해 간 사탕을 나누어 준다. 한 얘는 옆 나무에 올라가더니 콩같은 열매를 떨어뜨린다. 아마도 우리에게 줄 것이 없어서 그것이라도 대접하겠다는 것 같아 달라서 해서 먹어보니 엄청나게 시다. 마음이 예쁘다. 맞다. 무엇이든 서로 주고 받아야 대등한 처지에 서는 것이란다. 어린이들과 헤어져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 벼타작을 위해 배로 수확한 벼를 잔득 싣고 와 뭍에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타작 과정을 보니 우리 옛날 모습 그대로이다. 기계화가 안되어 있어서 직접 두드리거나 해서 볍씨를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하고 있었다.
<인레 호수안의 마을들>
인레 호수안에 있다는 교회로 향한다. 작년에 몇 집을 방문한 적이 있어서 집 방문인가 했더니 그것이 아니다. 한참을 좁은 수로로 나가더니 호숫가에 도착한다. 여기 오다 잠시 멈춘 집에서 만났던 야망 목사님이 우리를 안내한다.
이곳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없고 농사만 와서 짓는 곳인 듯 밭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토종 감자도 있고 고추도 있는 정겨운 길을 가는 데 한 벌판 가운데 농막같은 것이 있다. 오늘 우리가 방문하기로 한 교회, 정확하게 말하면 예배당이다.
한 30여명이 이미 모여 있는데 우리가 온다는 연락을 미리 받고 점조직처럼 되어있는 연락망을 통해 모인 것이란다. 어제로 날짜를 잘못 알고 한참을 기다리다 그냥 갔다는 이 사람들. 마을에서는 남들의 눈 때문에 예배를 드릴 수가 없어 이렇게 동네에서 멀리 떠어진 농막에 모여 예배드린단다. 간단한 우리 소개가 있고 야망 목사님이 이곳에 모인 사람들을 소개한다. 이곳 출신 인따족인데 태국과 다른 여러곳을 배회하다가 이미 기독교화가 많이 된 까친족의 아내를 만나 기독교 신자가 되었고 신학교에 다닌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을 찾아가 당신 종족을 위해 나와 함께 하자고 권했다는 야망 목사님의 말을 따라 이곳에 와서 목회 활동을 한다는 전도사님.
<찬송가를 부르는 미얀마 어린이들>
<이 아줌마가 기독교 신자가 되면서 집안이 모두 기독교 신자가 되었다>
찬송하고 예배를 드리면서 내 마음속에 이들에 대한 연민과 애처로움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초기 기독교 교회의 모습을 간직한 이들의 모습에서 교만해지고 순수함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 어린 아이들이 부르는 찬송가 소리에 참으로 이들의 소중함이 느껴진다.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씨앗들인가 !!!
예배를 마친 후 아주 귀하게 이들이 준비한 다과상을 받는다. 남자들만 우리와 식사상에 함께 하고 여자들과 아이들은 가에 무릎 굻고 앉아 우리 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아직도 그들의 문화에 빠져 나오지 못한 모습. 여자들과 아이들도 한 인격체로서 대접을 받아야 함에도 이들의 문화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떡과 과일들이 맛있었지만 다 먹으면 안 될 분위기여서 일행들에게 일깨워 준다. "다 먹지 말고 남겨 둡시다.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명절 때 우리들이 어른들 상에 음식 남기를 학수고대했던 것처럼 이 어린이들도 그것을 바라고 있어 보였다.
이 사람들이 너무나 고맙다. 이들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배운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며 그럼에도 얼마나 불평이 많은지. 또한 우리 나라 기독교 신자들은 얼마나 행복한 환경에 놓여 있으며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성장 논리에 매달려 덩치만 키워가는 우리 모습을 본다.
<예배를 함께 보던 어린이가 물속에서 작별 인사를 한다>
이들과 헤어져 다시 순방을 시작한다. 비단 공장 한 곳을 방문해서 구경하고 물건을 좀 산 다음 빠웅도 빠고다 앞 식당에 들린다. 빠고다 정면이라서 빠고다가 너무 잘 보인다. 그 사이에 배가 G.I.C에 가서 선생님을 데리고 왔는데 상태가 좋아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일행 중 다른 한 분도 몸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점심 상 - 생선 요리만 생각나고 무엇인지 다 잃어버렸다 TT>
건너 빠웅도 빠고다를 잠깐 보는데 어제 밤 늦게 까지 울리던 불경소리는 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이 아니고 한 아저씨가 책상 다리를 하고 계속 읽고 있었다. 밤 늦게는 안 읽었으면 좋겠어요 아저씨. 마음에 담아 전한다. ^^
오후 다른 곳 방문은 생략하기로 한다. 내일 장거리 버스를 타야 하니까 오늘 일찍 도착해 쉬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냥쉐까지도 한참이다. 호수가 넓어서 비가 내리는 곳 내리지 않는 곳이 확연히 구별된다. 따웅지쪽은 비구름이 한창인것을 보니 한참 쏟아 붓는 듯하고. 냥쉐에 도착해 한 여행사에서 내일 아침 양곤가는 비행기표 2장을 구입한다. 아무래도 상태가 좋지않은 사람들은 비행기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심마 아빠와 엄마도 나와 있었다. 우리를 위해 옥수수를 쪄 왔는데 옥수수가 완전히 익지 않아서 먹기가 힘든데 계속 권한다. 이것을 울며 겨자 먹기라고 하든가 ^^
트럭버스를 대절해서 가기로 했다. 이것을 처음타는 우리 일행은 너무 재미있어 한다.
<태국에서는 썽태우라고 하는데 미얀마에서는 뭐라 하는지 ???>
예따야 리조트에 다시 왔다. 너무 친절한 스텝들이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을 먼저 알아서 배려해주는 모습이 선교사님도 미얀마에서 처음보는 것이란다.
미얀마에서 제일 좋은 호텔을 고르라고 하면 분위기는 역시 G.I.C, 시설은 이곳이다. 너무나 깨끗하고 잘 꾸며 놓았다. 심지어는 화장실 변기안에 꽃잎까지... 다들 아까워서 변기 사용도 못할 정도였다나 ?^^
저녁은 아무래도 이곳은 준비도 안되어 있고 비싸서 어제 먹었던 유자나 식당에 가서 먹는다. 버스를 내주는데 식사비보다 차비가 더 들게 생겼다.
어제와 비슷한 메뉴로 저녁 식사를 한다. 몸이 불편한 두명이 빠져서 좀 그랬다. 화장실에 가보니 전형적인 동남아식 표준형 화장실이라서 한장 찰칵
<동남아 표준형 화장실>
<야외 시설물에서 한 장 찰칵>
내일 체력전을 대비해서 일찍 쉬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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