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루암밋의 라후 기숙사 시설에서 보름간 아이들과 같이 지내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너무 값있는 경험이어서 오랬동안 그 기억이 머리속에 남아있었는데 떠나 오면서 아쉬움이 남은 아이가 바로 따나완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먹는 식사의 양과 질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형편이 없습니다. 조그만 접시에 밥에다가 기름에 달달 볶은 아주 작은 양의 고기와 채소가 전부이죠. 물론 재정 형편이 따르질 않아서 그렇겠지만 이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만성적인 영양 결핍에 식사량 부족으로 아이들은 우리 나라 같은 나이의 아이들보다 훨씬 작았고 몸도 마른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어렸을 때 흔히 있었던 질병인 머리 부스럼과 종기가 이들 특히 저학년에게 만연했죠.
보통 맨발로 생활을 하다보니 조그만 상처가 나기 쉬운데 면역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것이 커다란 종기로 되어 아이들이 고통을 받는 경우가 허다 했습니다.
이 따나완도 그 중 하나였구요.
하루는 작은 아이들 손톱과 발톱을 깎아주는데 따나완이 무릎이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고름으로 가득차 있는 부분이 한참 곪는 중이어서 열도 있었고 꽤 아파보였죠. 사무실 안에 들어가 약품 상자를 열어보니 연고류가 많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80여명이 되다보니 미리 확인이 안되어 있는 약도 쓰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연고를 발라주긴 했는데 이미 많이 진행되어 있어서 그 다음날은 잘 걷지도 못합니다. 아무래도 학교 가기는 무리일 듯해서 학교에 같이 가 선생님을 만나고 다시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송크란이란 아이도 아프다고 같이 선생님에게 말해 달라더군요.
유난히 눈이 커서 눈에 잘 띄는 ^^ 송크란을 보니 아픈 듯 큰 눈망울에 고통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열이 높은 것을 보니 감기인듯.
같이 학교에 가서 모여 있는 선생님들에게 영어로 물었습니다
"영어하는 사람 누구?"
"내가 조금 하는데"
"이 애들과 같이 있는 한국인인데 이 아이들이 열이 있어 오늘 학교를 쉴라고 한다"
"OK, No Problem, 그런데 너 누구냐?"
"나는 자원봉사자로 이곳에 있고 한국에서는 너와 같은 교사다"
"어느 학교 교사"
"고등학교 교사다"
고등학교 교사라는 말에 좀 언 표정입니다. 아이들을 숙소로 데리고 와서 양지가 잘 드는 곳에 자리를 깔아주고 쉬게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떨어져 이곳에 지내는데 아파서 빌빌거리는 것을 보니 너무 안스러웠죠.
여자 전도사 포샤에게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보라고 했습니다. 다음 날 동네 보건소에 데리고 갔다 오더니 약을 잘 발라주면 괜찮을거라고 했답니다. 이 아이들은 모두 산족 자녀라서 무료랍니다. 치앙라이 병원에 가도 치료비가 얼마 되지 않고. 그런데 그냥 그러려니 하다보니 많은 아이들이 아프고 그냥 낫고 하는 경우가 많아 보였습니다.
완전히 낫는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늘 궁금했었는데 다시 방문해서 만나니 참 반가웠죠. 나를 보더니 무릎을 보여주는데 조그만 흉터만 있고 깨끗이 아물어 있었습니다.
미얀마에서 돌아오면서 힘들게 일정을 연장해 이곳을 방문해서 아이들을 고기 부페(현지말로 무까따)에 데리고 가서 한번 쏘았는데 너무나 좋아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니 이곳에 다시 잘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자라거라 !!! 송크란, 그리고 따나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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